옮겨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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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심기

0 개 3,199 한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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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울에서 마지막까지 살았던 집은 30평 정도의 정원을 가지고 있었다. 하루는 잡종 난초과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화초가 나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아침이면 보라 색 꽃을 활짝 피었다가 저녁이면 꽃을 감추는 그런 풀이었다. 그 화초는 포기가 커져서 탐스럽게 되었으나 나는 그것을 반으로 잘라 나눠 심어봤다. 그랬더니 본래 포기는 원래대로 커졌고 옮겨 심은 포기는 차음에 몸살을 하는가 싶더니 다시 활기를 찾아 탐스러운 포기가 되었다. 이렇게 쪼개어 옮겨심기를 계속한 결과 온 마당에 그 꽃이 퍼져 나갔다.

어렸을 때 농촌에 살면서 의심을 품었던 것은 모내기 할 때나 채소 모종을 옮겨 심을 때의 일이다. 왜 잘 자란 모를 뽑아내어 힘들게 다시 심는지, 배추 씨앗이 빽빽이 잘 나 있는데 아깝게 그것을 다시 뽑아 듬성듬성 심는지 이해를 못했다. 옮겨 심은 모종은 당분간 시들해지는 것 같았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사랑은 나눌수록 커지고 세력은 쪼갤수록 강해진다. 세분화, 분권화는 경영의 핵심 개념이다. 전통적인 대가족 제도에서 우리 조상들은 수직적으로 3-4대가, 수평적으로 형제들이 한집에 모여 살았다. 그렇게 해서 오순도순 협력이 잘 되어 집안이 융성해진 게 아니라 갈등이 끊일 날이 없었고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다행히 용기를 가지고 빈 주먹으로라도 독립해서 나온 아들은 몇 년 후에 본가보다도 더 탄탄한 살림살이를 차리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 거대한 단일 기업은 허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재벌기업들도 회사를 쪼개거나 독립채산제로 책임 경영을 시키는 이른바 분권화(分 權化) 조직, 분사(分社)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권력도 마찬가지이다. 한사람 또는 몇 사람에게 집중된 권력 조직체는 일거에 무너져 버릴 수 있으며 내실 있는 발전을 기할 수 없다. 아무리 높은 100층짜리 빌딩이라도 조그마한 벽돌 하나하나가 쌓여 완성 되는 것이다. 지방 자치를 절대로 거부하면서 한 손에 권력을 움켜쥐고 4천만 국민 앞에 군림하던 절대 권력자도 1분도 안 되는 순간에 쓰러져 버리더니 그가 운영하던 정치 조직체도 한 순간에 붕괴 되었던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1995년에 일어났던 끔직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은 좁은 공간에 고객을 많이 수용하기 위해 건물의 역학 구조를 무시하고 하중(荷重)을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잠을 자면서 꿈을 꾸다가도 잊지 못하는, 아니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 되는 우리의 서울은 어떤가? 오클랜드보다 더 좁은 면적에 뉴질랜드 전체 인구의 3배가 몰려 살고 있다. 지하철 교차 역에서 러시아워(Rush hour) 때 내려 보면 가관이다. 어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군중이 옮겨지는 것 같다. 개인의 의지대로 갈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떠밀려 다니는 꼴이다. 주택가의 주차 행태를 봐도 기가 막힌다. 그래도 살아가는 것을 보면 기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기적을 밖에 나와서 발휘할 수는 없을까? 

우리가 70년 동안 그토록 열망하던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반대급부로 수천 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만일 북한이 붕괴라도 한다면 서울로 몰려드는 동포들을 어떻게 수용할 생각인지? 중국의 북경 역이 농촌에서 몰려드는 주민들로 아수라장이라고 한다. 

고향이 없는 사람은 불쌍하다. 고향을 떠나보지 않은 사람이 고향이 있을 수 없듯이 고국을 떠나 보지 않은 사람이 고국이 있을 수 없다. 21세기에는 고국이 없는 사람은 불쌍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금년 들어 뉴질랜드로의 이민 입국자가 사상 최대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인 입국자는 자꾸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이민을 안 오는 것인지 못 오는 것인지?

현재 해외 한민족 동포는 720만 명가량 된다. 남북한 전체 인구의 약 10%이며 남한 인구의 15%이다. 1860년 대 말부터 약 150여 년 동안에 이루어진 한민족의 해외 이동이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 우리 한민족이 자꾸 분가해서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가야 할 것이다. 민들레 씨앗이 한곳에 몰려 있으면 몇 포기의 허약한 꽃을 피울 수밖에 없다. 바람에 날리고 날려 흩어지면 그만큼 세력이 널리 퍼지는 것이다. 해외 이민도 옮겨심기나 마찬가지이다. 옮겨심기를 하면서 한민족이 더욱 강성해지고 있는 것이다. 

5천 년 동안 남의 땅이라고는 한 뼘도 뺏어보지 못하고 그나마 물려받은 땅덩어리마저 이웃 나라에 다 떼어주고 압록강, 두만강 경계의 남쪽 땅을 지키고 있는 우리의 조국이다. 그 조국 땅도 반쪽으로 갈라진 채 70년을 헤매고 있다. 한국이 살기 좋은데 왜 고생하러 나가느냐? 라고 말하는 고국의 동포도 있고 뉴질랜드에서 살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교민도 있다. 개인의 처지와 가치관에 따라 살고 싶은 데서 살아 갈 수 있는 지구촌 시대이다. 그러나 한국에 들어 온 외국인에게 배타성이 강한, 그리고 외국에 나가 살기도 꺼리는 한국인이라면 세계화를 들먹일 자격도 없다. 그렇지 않다면 눈을 밖으로 돌려 배달겨레의 삶의 공간 확대를 도모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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