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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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어머니

0 개 1,945 김지향
한국에 계신 친정어머니와 어제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내 동생이 이곳에서 한국으로 돌아갈 때, 어머니께 보낸 선물을 잘 받으셨다는 전갈이었습니다.

팔순을 훌쩍 넘기신 백발의 노인이지만 웃는 모습이 예쁜 코스모스 같은 여인입니다. 그 살벌한 전쟁 통에서도 한 눈에 반해 상사병에 걸리셨던 아버지를 생각하면,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할만한 여인으로서 부족함이 전혀 없는 분이십니다. 

바람이 불면 꺼질세라 온실의 화초를 대하듯 아버지의 아내에 대한 사랑은 유별납니다. 자식들 앞에서도 아내에 대한 사랑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시는 분이시니, 질투가 나면서도 너무 보기 좋아서 내 가슴까지 덩달아 사랑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작년 한국에 갔었을 때도 아버지의 닭살 돋는 말씀을 들으면서 실컷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막내 딸 집에 모두 모여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 안락의자에 앉으셔서 꽃을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아버지 앞에 자색 양란 한줄기가 고혹적인 매력을 뿜으면서 피어있었습니다. 그 꽃을 그냥 넘기실 분이 아니지요. 얼마나 꽃을 좋아하시는지, 젊어서 내가 꽂아 놓은 꽃꽂이를 늘 다듬으시는 분은 아버지였으니까요.

“아! 꽃이 너무 예쁘구나!” “그러게요.” “그런데 네 어머니가 저 꽃보다 더 예뻐!.” 늘 아버지의 어머니에 대한 찬사를 들으면서 살았지만, 그 순간 네 자녀들은 폭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립 서비스는 정말 대단하셔요.” “아니야. 난 정말 네 어머니가 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 진심어린 아버지의 마음을 표현하신 겁니다. 어머니는 참 행복한 여인입니다. 

팔순이 되기 전까지는 아버지께서 어머니 머리를 염색해 드렸었는데, 염색을 하시면서도 아내에 대한 귀여운 마음을 표현하십니다. “염색을 해주다 보면, 요 작은 뒤통수가 동글동글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 어찌 평생 한 여인한테 이렇게 깊은 사랑에 빠져서 사실까요? 평생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 어머니가 참 행복한 여인이지만, 어머니보다 더 행복한 남자는 바로 아버지이십니다.

바라보고 또 바라봐도 질리지 않고, 주고 또 줘도 더 주고 싶은 마음으로 평생 아내 곁에서 살아 오셨으니, 그 행복을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사랑하는 아내가 2년 전에 길에서 넘어져 고관절이 부러졌습니다. 평소 몸이 약하여 병원에 자주 들락거리셨지만, 이렇게 뼈가 부러져서 입원을 할 정도로 아버지를 놀라게 하셨던 적은 없었지요. 

눈물범벅이 되어 아내 없이는 하루도 못 사신다고 하시면서, 아내가 세상을 뜨게 되면 당신도 함께 가신다고 하시더군요. 힘없고 연약한 아내가 아버지께는 바벨탑보다도 더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것입니다. 두 달 동안 아내가 집에 없는 동안 매일 병원에 다녀가셨는데, 드시는 것도 꼬박꼬박 잘 챙겨 드시면서 집안을 말끔하게 정리하면서 지내셨습니다. 아내가 퇴원하여 집에 도착할 때를 대비하여 늘 준비를 하고 계셨던 것이지요. 

이런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사시는 어머니는 아직도 소녀의 티를 벗어나지 못하고 계십니다. 그런 어머니의 소녀 같은 마음이 나에게도 전이가 되어 아직껏 나 역시 소녀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병원에서 염색을 하지 않고 계셨는데, 백발이 된 모습이 오히려 더 어여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어머니의 아름다운 백발에 모자를 곁들이면 더 빛이 났으며, 활짝 짓는 미소가 하모니가 되어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을 독차지하셨습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동생과 함께 지내면서 어머니께 드릴 선물을 생각하다가 내가 만든 모자들을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가벼워서 동생이 가져가기에 부담스럽지 않을 것 같아서 하얀색 모자와 연두색 모자를 선물로 보냈습니다.

그 모자들을 동생이 들고 큰 언니와 함께 친정에 들렸던 것입니다. 어머니께서 얼마나 좋아하셨던지, 두 모자를 번갈아 쓰시면서 어쩔 줄 몰라 하시더랍니다. 쓰신 모습도 정말 예뻤고요. 결국 나에게 전화 통화를 하게 되었고, 행복으로 가득 찬 시끌벅적한 웃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습니다. 그 순간 내 행복은 오죽 컸는지요?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더군요.

아직도 어제의 감동이 가셔지질 않습니다. 아버지께서 늘 이렇게 아내에게 사랑을 전하면서, 아내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에 젖어서 사셨다는 걸 생각하니, 아버지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귀여운 우리 어머니, 아버지 사랑과 더불어 온 세상의 사랑을 듬뿍 받으시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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