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 - 안녕, 그리고 고마웠어요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장례식 - 안녕, 그리고 고마웠어요

0 개 1,931 한얼
살면서 장례식에 가본 적은 딱 두 번이었다. 하나는 아주 오래 전, 하나는 비교적 최근.

처음으로 갔던 장례식은, 사실 누구의 죽음이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먼 친척 뻘이었던 할머니 같은데, 그 분이 나와 어떤 관계였고 만난 적이 있는지조차도. 그나마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이라곤 온통 순백색이었던 장례식장의 벽과 천장이다. 바닥 자체는 평범한 온돌식의 나무 바닥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벽과 천장은 온통 새하앴다. 어느 건물의 지하에 위치한 장례식장이었고, 그래서 추모가 진행되고 있는 그곳을 한 발짝만 나가면 바로 차들이 들어왔다 나가는 소음에 귀가 먹먹할 지경이었다. 1990년대였다. 방음은 아직 썩 좋지 못했다.

그 외에 기억할 수 있는 건 영정 사진이다. 검은 테와 띠가 둘러진 사진, 그 아래 다 타들어가 꽁지만 남은 향 몇 가지, 그리고 그 제단 앞에서 바닥을 손바닥으로 마구 내려치고 몸부림을 치며 울부짖던 나이든 아줌마들 몇 명. 아이고 어머니, 어머니, 하며 우는데 그분들이 그 할머니의 며느리들인지 딸인지는 지금도 알지 못한다. 그저, 그들의 슬픔에 이해나 공감은 하지 못했다는 것. 죽음이 뭔지 이론적으로는 이해하고 있어도 실감은 전혀 느끼지 못한 내게 그 상황은 답답하고 싫어하는 검정색 볼레로 원피스를 입고 얌전히 있어야 했던 때로 남았을 뿐이었다. 웃어도 안 될 것 같은 숙연한 분위기, 졸리고 피곤해서 집에 가고 싶어 엄마를 졸랐지만 오늘밤까진 이곳에 있어야 한다는 엄마의 대답에 실망해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던 것까지.

그 후로도 죽음이 명확히 무엇인지, 어떤 것인지는 잘 깨닫지 못했다. 이해하게 된 것은 두 번째 장례식을 통해서였다. 이번에는 그저 먼 친족이 아닌 가까운 가족이었고, 워낙 갑작스러웠기에 모두에게 충격을 준 죽음이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더 볼 사람이라고 당연히 믿었기에 더더욱.

떠난 사람의 흔적만 보아도, 사진만 보아도 눈물이 쏟아진다는 게 어떤 것인지 그때 깨달았다.

나 자신의 상실감은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도리어 그 자리를 미칠 듯한 동정심이 차지해 심장을 먹먹하게 했다.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장례식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고, 나 또한 급파를 듣고 달려왔기에 검은 옷이라곤 코트 한 벌밖에 없어 그것만 위에 대충 걸치고 문상객들을 접대하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어른들은 모두 붉어진 눈과 지친 얼굴을 하고 한숨만 내쉬었다. 간헐적으로 통곡을 터뜨리며 떠난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울부짖었다. 웃고 있는 영정 사진 아래엔 향의 잿더미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그 곁엔 채 바치지도 못한 흰 국화들이 벌써부터 시들시들 말라가고 있었다.

돌아가신 분의 부인 (편의상 숙모라고 부르겠다) 이 사망 신고와 필요한 서류를 급하게 떼러 갈 때 함께 가겠다고 자청했다. 그날 밤은 유난히 달이 희고 밝았지만 채 보름달이 차지 못해 약간 이지러진 달이었다. 그 달빛은 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파르스름한 기운은 전혀 없이 순수하게 맑고 환하던 달빛, 조명 하나 없이도 앞으로 걸어가는 돌길을 훤히 밝혀주던 달빛. 벌써 시들어버린 흰 국화, 검은 상복들과 양복, 더 이상 울 기운도 없어 지쳐버린 채 자리만 지키던 아이들.

그 날의 달빛 때문에 나는 돌아가신 분께 바치는 시를 지었다. 하이쿠다.

<그리운 이여,
그대 없어도 저 달
아직 빛나건만>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470 | 16시간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32 | 16시간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48 | 17시간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84 | 17시간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09 | 18시간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608 | 18시간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2 | 23시간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3 | 23시간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7 | 23시간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79 | 2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6 | 2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2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6 | 2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30 | 2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4 | 2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11 | 2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20 | 2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97 | 5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62 | 7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5 | 10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29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59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3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8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52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