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 호수에서 아오테아로아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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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 호수에서 아오테아로아 까지

0 개 6,280 한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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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이칼 호의 가을 물결을 바라보면서 이 글을 쓰오. 나의 고국 조선은 아직도 처서(處署) 더위로 땀을 흘리리라고 생각하지마는 고국서 칠천 리, 이 바이칼 호 서쪽 편 언덕에는 벌써 가을이 온지 오래오. 

이 지방의 유일한 과일인 ‘야그드’의 핏빛조차 벌써 서리를 맞아 검붉은 빛을 띠게 되었소. 호숫가의 나불나불한 풀들은 벌써 누렇게 생명을 잃었고 그 속에 울던 벌레, 웃던 가을꽃까지도 이제는 다 죽어버려서, 보이고 들리는 것이 오직 성내어 날뛰는 바이칼 호의 물결과 광막한 메마른 들판뿐이오. 아니 어떻게나 쓸쓸한 광경인고.

남북 만 리를 날아다닌다는 기러기도 아니 오는 시베리아가 아니오. 소무나 왕소군이 잡혀 왔더란 선우의 땅도 여기서 보면 삼천리나 남쪽이어든… …. 당나라 시인이야 이러한 곳을 상상이나 해 보았겠소? 이러한 곳에 나는 지금 잠시 생명을 붙이고 있소. 연일 풍랑이 높은 바이칼 호를 바라보면서 고국에 남긴 오직 하나의 벗인 형에게 나의 마지막 편지를 쓰고 있소. 지금은 밤중, 부라트라 족인 주인 노파는 벌써 잠이 들고 석유 등잔의 불이 가끔 창틈으로 들이 쏘는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소. 우루루 탕하고 달빛을 실은 바이칼의 물결이 바로 이 어촌 앞의 바위를 때리고 있소. 어떻게나 처참한 광경이오…….” 

춘원 이광수(春園 李光洙 1892-1950)는 1933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소설 유정(有情)에서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소설 유정은 바이칼 호수에서 시작해 바이칼 호수에서 끝을 맺는데 바이칼 호수를 소설의 배경으로 삼은 연유가 궁금하기도 하다. 사실은 춘원이 청년 시절인 1913년에 세계 여행길에 나섰고 만주로부터 출발해 바이칼 호수까지 갔는데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바람에 중단한 일이 있다. 바이칼에 대한 기술은 작가 자신의 경험이 바탕이 된 것이다.

바이칼 호수(The Lake Baikal)는 2500만년-3000만 년 전에 생성돼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호수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지금도 노쇠현상을 보이지 않고 계속 커지고 있다고 한다. 시베리아 남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풍요로운 호수’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최고 깊이는 1637미터이며 담수량(潭水量)이 세계 담수호 가운데 최대로 전 인류가 40년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이다. ‘시베리아의 성스러운 바다’ ‘자연의 신성한 선물’ ‘하늘이 준 최고의 호수’ 등 다양한 별명을 가진 바이칼 호수는 1996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될 만큼 바다보다 더 깊고 하늘보다 더 맑은 자연 풍광을 자랑한다.

바이칼이 한민족의 핏속에 스며들어 있는 것은 배달겨레의 시원(始原)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몽골로이드에 속하고 언어학적으로는 알타이어에 속하며, 바이칼 근방에서 6천 년 전 경에 요서와 요동, 만주에 자리 잡은 동이족의 후손이다. 우리 민족의 근원이 바이칼 호수의 알흔 섬에서 시작된 것이다.

지금 바이칼 주변에 살고 있는 ‘부라트라’ 라는 소수민족은 우리 한민족과 생긴 모습이 비슷하다. 그들은 오래 전부터 샤머니즘을 숭배하고, 우리의 강강술래와 비슷한 ‘요하르’ 춤을 추고 있다. 부라트라인들의 조상이 살았던 알흔 섬에는 우리의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와 아주 흡사한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바이칼 사람들은 지금도 차를 몰고 가다 장승이나 서낭당이 나오면 동전을 던지거나 술잔을 뿌리며 안전 운전을 빈다. 

또 다른 소수민족인 에벤키족은 현재까지 ‘아리랑’ 과 ‘쓰리랑’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아리랑(Alirang)은 ‘맞이하다’라는 뜻을, 쓰리랑(Serereng)은 ‘느껴서 알다’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아리랑 쓰리랑은 고대 북방 샤머니즘의 장례문화에서 영혼을 맞이하고 슬픔을 참는다는 의미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민족의 역사는 인류 문명의 역사와 괘를 같이하는데 인류 최초의 환국(桓國, 광명의 나라라는 뜻) 3300여년, 배달국 1565년, 단군기원 4348년 총 9200 여년의 역사가 된다. 배달국은 그 강역이 북으로 바이칼호 일대, 남으로는 한반도와 서해 서안 일대(지금의 중국 해안 지역), 서쪽으로는 몽골사막, 동쪽으로는 태평양까지 남북 5만 리, 동서 2만 리에 이르렀다. 

바이칼 호수로부터 발원한 한민족의 후손이 20세기 말에 이르러 태평양을 건너 아오테아로아 까지 와서 살게 되었다. 앞으로 오랜 역사가 흐르면 우리의 후손들은 자기들의 조상이 어떤 경로로 뉴질랜드에 와서 정착하게 되었는지 탐구할 것이다. 현재에 살고 있는 한민족의 뉴질랜드 이민 선조들은 지구상의 마지막 남은 신천지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해나가며 후손들에게 한민족의 얼을 전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인류문명을 최초로 발상시켜온 민족의 후손답게 뉴질랜드가 세계문명을 리드해 나가는데 주체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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