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지극히 개인적인 암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문신-지극히 개인적인 암호

0 개 1,745 한얼
뉴질랜드는 한국에 비교하면 문신을 새긴 사람들이 유독 많다. 더 분방하고 개성을 중요시하는 문화 때문일까. 특히 여름날에 길거리를 걷다 보면 문신이 있는 사람보다 없는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렵다.

자해하는 게 아니라면야 자신의 몸에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문신도 헤어스타일이나 매니큐어와 마찬가지로 미용이나 자기 표현의 일환에 불과하므로. 그것을 침범하거나 비난할 이유는 다른 사람 어느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다. 그건 인간으로서의 월권이라고 할 수도 있으리라.

문신한 사람을 보는 게 불쾌하다면, 글쎄. 문제는 그 사람에게 있는 게 아니라, 불쾌하다고 여기는 당사자에게 있는 게 아닐까.

거의 십 년 가까이 외종 사촌 언니를 만났을 때, 언니의 몸 곳곳에 문신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보고 좀 놀랐던 것 같다. 물론 눈에 띄는 위치에는 없었다. 발의 복사뼈나 귀 뒤, 그리고 어깨와 골반 정도였달까. 그 신중하리만치 작은 문신들에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혹시 아플까 싶어 - 물론 그럴 리는 없지만 - 손끝으로 꾹꾹 눌러보고 뭐라고 쓰여진 건지,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물어보았다.

“이건 뭐라고 쓰여진 거야?”
“라틴어야. 유명한 명언이래.”
“그럼 이건 왜 새겼어?”
“그냥.”

몸에 그림을 그려 넣는 데엔 딱히 이유가 없어도 된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래도 약간의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이내 수긍했다. 아무렴, 이건 내 몸인데.

내가 본 중에 가장 흔한 문신은 색채가 들어간 ‘전통적인’ 문신이었다. 대개 꽃이 들어가 있고, 알 수 없는 추상적인 무늬가 테두리 없는 바탕을 메운다. 더러는 - 남자들의 경우 - 해골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보통은 팔--이두근에서 팔꿈치 안쪽까지 살을 메우고 있고, 손목까지 내려오는 경우도 심심찮다. 마치 소매처럼. 어쩌다가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빤히 응시하게 된다.

나도 문신을 새기고 싶다고 종종 생각하곤 한다. 보통 문신은 지극히 개인적인 뜻과 중요성을 가진 것들이 많으니 나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아직 정확히 어떤 모양을, 또는 문구를 새기고 싶은진 모르겠지만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을 생의 메멘토 하나 정도는 있어도 되지 않을까. 내게 소중한 것, 또는 특별한 상징. 비록 살면서 그런 걸 정해놓지는 않았어도.

내가 본 중 가장 아름다운 문신은 어떤 젊은 여성의 몸에 새겨진 것이었다. 더운 여름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매가 없거나 짧은 옷을 입고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기다리던 중 내가 본 그 라틴계 여성의 문신은 바로 날개였다. 흔하다면 흔한 문신 유형이지만, 그녀의 ‘날개’ 한 쌍은 늘씬한 어깨와 날갯죽지 전체에 걸쳐 그려져 있었다. 딱히 색이 있는 건 아니지만 굉장히 섬세하게 검정색 잉크로 그려진 날개는 진짜 새의 날개처럼 목 바로 아래, 등의 한가운데서부터 시작해 어깨와 이두근까지 깃털을 펼치고 있었다. 소매나 줄 없는 하얀 홀터넥 상의를 입고 있어서 더더욱 눈에 띄었던 것 같다. 내가 본 것들 중 그 어떤 것보다도 노골적이고 파격적인 자유에의 갈망이라 나는 눈을 뗄 수 없었다.

안타깝게도 내 부모님은 내 몸에 펜촉을 갖다 대는 것조차 결사반대를 하시니, 대신 나는 내가 쓰는 소설의 주인공 등에게 문신을 주어 대리만족을 하곤 한다. 그들이 지나온 길과 하지 않는 이야기의 역사를.

문신은 그런 뜻에서 새기는 것이니까. 사람들이 문신을 꺼려 하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16 | 2일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72 | 9일전
Consultation on Acti…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5 | 2025.12.11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5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5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5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3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3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9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8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4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46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46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9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12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9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50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7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20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9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8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8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70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5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 더보기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31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