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원의 어부사(漁父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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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원의 어부사(漁父辭)

0 개 5,984 동진스님
청포도 익어가는 성하의 계절인 요즘 정원에는 매미소리 울리고 연못엔 홍련 백련이 활짝 핀 맑은 나날이다. 고목나무 밑에 평상 펴고 하늘보고 누우니 바람에 그 시원한 기운이 구름에 다다른다. 자연의 순환이 신비롭고 아름답고 장엄하다.

하늘 보고 누워있자니 세상 살면서 처신하는 방법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의 성장환경과 교육과 가치관과 천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굴원.jpg

오늘은 그 중에 중국의 3대 명문장 중의 하나인 굴원의 어부사(漁父辭)를 인용하여 지혜를 빌리고자 한다.

굴원이 추방되어 강과 호숫가를 이리 저리 떠돌며 시를 읊고 방황하니 안색은 초췌하고 몰골은 마르고 시들었다. 어부가 그를 보고 말했다. “그대는 초나라 한려대부가 아니시오? 어찌 이곳에 이르러 방랑하시오?” 

굴원이 말했다. “세상이 모두 탁해졌는데 나 홀로 맑고 바르고자 했으며 뭇 사람들이 모두 취해 몽롱하거늘 나 홀로 술 깨어 있고자 했노라. 이런 연유로 추방 되었노라.”

어부가 다시 말했다. “성인은 만사에 엉키거나 얽매이지 않고 능히 세속과 어울려 옮아갈 수 있다했소. 세인이 모두 탁하다면 왜 그대는 썩은 진창의 물을 더욱 어지럽게 하고 탁한 물결을 일게 하지 않으시오. 또한 뭇사람들이 모두 취해 세인이 혼몽하다면 왜 그대는 어울려 술지게미를 먹고 진한 술을 마시지 않으시오? 무슨 까닭에 깊이 생각하고 고결하게 하여 스스로가 추방되게 하였소?”

굴원이 말했다. “내가 듣길,‘새로이 머리를 감은 사람은 관을 털어 머리에 얹고, 새로이 몸을 씻은 사람은 반드시 옷을 털어 걸친다.’ 라고 했소. 그러니 어찌 청결한 몸에 더럽고 구저분한 것을 받을 수 있겠소? 차라리 상강 흐르는 물에 몸을 던져 물고기의 배 속에 묻히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오. 어찌 깨끗하고 흰 내가 세속의 더러움 티끌과 먼지를 뒤집어 쓸 수 있겠소?”

어부가 웃으며 노를 저어 배를 몰아가며 노래를 지어 말했다. “창량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 끈을 씻고 창량의 물이 탁하고 흐리면 나의 발을 씻으리...”

어부가 어디론가 가 버려 다시 더불어 말을 나누지 못했다.

이후 굴원은 어부의 깨우침에도 불구하고 멱라강에 투신자살했다.

중국 3대 명문장은 제갈량의 출사표, 굴원의 어부사, 이밀의 진정표이다. 

잠시 생각의 시간이 필요한 게 우리네 인생인 듯 그래야 실패한 인생이 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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