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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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

0 개 6,251 한일수
백두산.jpg

한국인이 백두산 천지(白頭山 天池)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남다르다 하겠다. 그만큼 우리 민족의 핏속에는 백두산의 정기(正氣)가 흐르고 있으며 고구려의 혼(魂)이 깃들여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백두산을 한국인은 해방 후 70년 동안 혼(魂)속으로만 간직하고 살아오고 있다.

다행히 한-중 국교가 수립됨에 따라 한국에서도 백두산을 찾아 갈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어 있다. 천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인천공항에서부터 비행기, 자동차, 비행기, 기차, 일반 자동차, 4륜구동형 승용차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번갈아 타며 교통시간만 약 20 시간이 소요되는 대장정(大長征)을 거쳐야 한다. 한반도의 허리가 잘려 소통이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가져다주는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중국을 통해서나마 천지에 닿을 수 있는 방도가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천지를 품에 안을 수 있다는 부푼 꿈에 교통상의 불편쯤은 차라리 쾌락이나 다름없다. 이는 아마 백두산이 배달겨레의 영산(靈山)이고 고구려의 기상을 상징하기 때문이리라. 7세기까지만 하더라도 고구려의 국력은 백두산에서 만주벌판을 굽어보며 북으로는 흑룡강, 동으로는 연해주, 서쪽으로는 요동반도에 이르기까지 뻗쳐 있었다. 우리 조상은 벼농사 위주의 농경민적 기층문화를 형성했으면서도 고구려의 혼은 기마(騎馬)민족적인 원형을 지니고 있다. 그 혼이 살아 후고구려, 발해 시대에는 잃었던 땅을 되찾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근세에 이르러 일제 치하에서 선구자들이 간도지방에 진출하여 민족의 발판을 이룩했던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현재의 천지는 북으로는 중국 송화강, 남서로는 압록강, 동으로는 두만강의 근원을 이루는데 동서방향으로 국경선이 그어져 북한과 중국이 경계를 이루고 있다. 옛 고구려 영토가 비록 정치적으로는 중국 땅에 속하고 있지만 일부를 조선족 자치주로 설정하여 우리 민족문화를 이어가고 있음은 다행이라 하겠다. 백두산의 정기가 북으로는 만주벌판에, 남으로는 한라산까지 뻗쳐 휘날릴 때에야 비로소 세계의 진운(進運)을 배달겨레가 좌우하련만, 일제치하의 결과가 한반도의 북쪽 절반을 얼음으로 만들어버렸으니 안타까울 노릇이다. 

백두산은 예로부터 성산(聖山)으로 숭배, 단군의 탄강(誕降) 성지로 신성시(神聖視)되어 왔으며 흰색의 부석(浮石)이 정상에 얹혀 있으므로 마치 흰 머리 같다하여 백두산이라 불려졌다. 중국에서는 장백산(長白山)이라 부르는데 역시 흰색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천지는 칼데라(Caldera) 호수로 화산 분화구에 물이 고여서 형성된 호수이다. 지름은 2-4km, 둘레는 약 12km, 깊이는 제일 깊은 곳이 312m 이다. 이는 조물주의 아름다운 작품이며 천지 둘레를 톱날 같은 봉우리들이 둘러싸고 있다. 일 년 중 7-8월을 빼고는 눈에 덮여 있으니 역시 백두라고 불릴만하기도 하다. 

필자는 한-중 수교 수립 초기인 1993년에 백두산을 등정할 수 있었다. 마침 한-중 마케팅 학회가 중국 광동과 북경에서 열렸는데 학회가 끝나고 한국에서 학회에 참가한 일행이 천지에 이른 것이다. 북경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길림을 통해 연변까지 가게 되는 데 연변에 내리니 한국의 어느 도시 같기도 했다. 한글 간판, 한글 이름, 한글학교, 한민족이 주류인 연변 조선족 자치주의 주도인 것이다. 연변에서 백두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도문에 내려 북한과 연결되는 두만강 다리를 관람했다. 다리 중간이 국경선인데 두만강은 폭이 그리 넓지 않아 바로 건너편에 북한이 손짓하듯 보였다. 두만강은 건조기에는 강물이 줄어 상류에서는 걸어서 건널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탈북 하는 북한 동포들이 이 두만강을 건너는 것이다. 

낙엽송, 전나무, 가문비나무 등 태고의 천연림이 우거진 백두산 길을 버스로 네 시간 이상 달리고 내린 곳은 정상이 가까운 지점이었다. 거기서 4륜구동 지프차를 바꿔 타고 얼마를 달린 후 내렸다. 안내자가 바로 한 50m만 걸어 올라가면 된다고 해서 재빠르게 올라가는데 어느새 천지가 눈 아래 펼쳐져 있었다. 천지를 바라보는 순간 온 몸에 전율 같은 것을 느꼈다. 반만년을 내려오면서 우리 민족의 핏속에는 백두산의 정기가 배어있었던 것이다. 

한민족의 상징인 백두산 천지가 절반이 중국 영토로 되어 있으며 중국인들도 장백산을 청조(淸朝)가 발원한 영산으로 여기고 있는데 우리의 신경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어 걱정이다. 중국정부는 국책 사업으로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실시하였고 마각(馬脚)을 들어낼 때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한민족의 고구려 역사를 다민족 국가인 중국에 속한 변방 소국으로 치부해 실질 적으로 중국 역사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반응해서 당사자인 우리 한민족은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가? 남한과 북한이 지리적, 정치적으로 완전 분리되어 있고 해외 한민족은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 등 170여개 국가에 흩어져 살고 있으면서 자기가 처한 상황에 따라 민족관이 흔들리고 있다. 

한민족의 후손이라면 민족혼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뉴질랜드 한인들도 비록 남반구 멀리 떨어져 살고 있지만 핏 속에는 민족정기가 살아 있다고 본다. 백두산 천지 탐사단을 구성해서 천지의 기운을 호흡하는 프로그램이라도 개발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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