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지상주의 (外貌至上主義) - 유미무죄(有美無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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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지상주의 (外貌至上主義) - 유미무죄(有美無罪)

0 개 4,269 이동온
외모지상주의.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단어다.  한 국어사전에 따르면 외모를 인생을 살아가거나 성공하는 데 주요한 것으로 보는 사고방식이라 하는데, 영어로는 lookism (‘루키즘’)이라 번역된다고 한다.  루키즘은 1970년대 미국 언론에서 처음 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십여 년 전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William Safire(‘새파이어’)가 인종, 성별, 종교 그리고 이념에 이어 새롭게 등장한 차별 요소로 지목하면서 부각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외모지상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외모가 사회 생활과 나아가서는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라고 생각하며, 잘난 외모가 연애나 결혼, 혹은 취업이나 승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외모를 가꾸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는 것이다.  외모지상주의는 대한민국이 ‘성형 공화국’이라 불리는 데에도 큰 영향을 끼쳤는데, 연예인들이 성형수술을 받으면 으레 쉬쉬하고 숨기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방송에 나와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는 풍토로 바뀌어버린 것 역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연예인들의 행동과 습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문화 탓인지 성형수술은 일반인에게도 대중화 되었고, 쌍꺼풀 수술 정도는 부모가 여고생 졸업 선물로 해주는 일도 심심찮게 보인다고 한다.  텔레비전 오디션 프로에 나와 인터뷰하는 젊은 청년이 상금을 받으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성형수술 비용으로 쓰겠다고 대답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성형수술뿐만이 아니다. 사진 한 장을 찍어도 저마다 얼짱 각도와 포즈가 있고, 일부 여대생은 졸업앨범을 찍을 때 신부화장을 하고 찍는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리며, 남녀를 불문하고 이력서 사진을 찍을 때에도 스튜디오에 가서 공들여 찍는다고 한다.

새파이어가 지목한 인종, 성별, 종교, 이념 등의 차별요소는 안타깝게도 법정에서도 어느 정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외모 역시 판결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실증에 의한 연구에 따르면 법정에서도 어느 정도의 외모지상주의는 존재한다.  이는 특히나 배심원 재판에서 나타난다고 하는데, 잘생긴 또는 예쁜 피고인이 덜 매력적인 피고인보다 관대한 처벌을 받는 경향이 보인다고 한다.

작년 예일대학교의 한 연구팀은 외모라는 다소 주관적인 요소보다 한 단계 더 구체적인 요소에 대해 실증을 시도했는데, 연구팀에서 발표한 논문의 제목은 ‘피고인의 체중이 죄과인식에 미치는 영향’이다.  연구팀은 배심원이 피고인의 유죄여부를 판단할 때 피고인의 체중(비만도)에 영향을 받을까라는 주제로 실험을 했는데, 결과에 따르면 남성 피고인의 체중/비만도는 유죄여부를 판단하는데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고, 여성 배심원이 여성 피고인의 유죄 여부를 판단할 때 역시 피고인의 체중/비만도는 영향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남성 배심원은 여성 피고인의 비만도에 뚜렷한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비만인 여성 피고인이 유죄일 것이라 판단할 확률이 날씬한 여성 피고인이 유죄일 것이라 판단할 확률보다 현저히 높았다고 한다.

피고인의 체중이 유죄여부를 판단하는 배심원의 인식에 주는 영향을 연구한 것은 예일대학 연구팀이 최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실험에 사용한 표본/참가자는 471명에 불과하였고, 실험은 형사재판을 가정하였으며, 피고인이 기소된 가상 죄목은 수표사기로 한정되었다는 점에서 연구결과를 모든 재판에 일반화하여 적용하기에는 무리일 듯 하다.  허나 피고인의 외모가 배심원에게 편견을 주고 나아가서는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신선한 발견일 것이다.

외모지상주의만큼이나 유전무죄(有錢無罪)라는 단어 역시 독자들께서 종종 들어보셨을 것이다.  21세기 법원에서는 유전무죄보다 유미무죄(有美無罪)라는 단어가 더 자주 들릴 수도 있겠다는 아찔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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