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익숙해져야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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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익숙해져야만 하는 것

0 개 2,070 한얼
이사를 가게 되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좀 더 길게 설명하자면, 한국에서 머무는 동안에 거처를 옮기게 된 것이다. 살고 있던 집에서 할머니 댁으로, 그리고 이곳에서 또 다른 집으로. 무척 피곤하고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사 경험은 나름 많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결코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물론 누가 이사를 좋아하겠냐 마는). 짐을 싸고 옮기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그 느낌. 낯선 느낌, 전까진 모르던 장소가 앞으로는 내 집이 될 것이라는, 익숙해져야 하는 그 의무감이 정말 싫다. 때문에 새로 이사온 집에선 며칠 동안이나 그 낯섦에 시달려야 했다. 잠을 방해하고, 뭘 먹던 맛도 잘 느껴지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어도 편하지 못하다. 깨어 있는 악몽처럼. 일종의 필수적인 의례이다.

하지만, 익숙해지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 삶이 던져주는 뜻밖의 커브볼들이 다 그렇듯이. 적응하던가, 실패하던가. 인생이란 허들을 뛰어넘는 경주의 연속인 것이다.

할머니 댁에 익숙해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지난 1년간 꾸준히 찾았던 곳이고, 예전에 잠시 지내보기도 했으므로 내 집처럼 편안한 것이다. 나름대로 이곳에도 정이 들었었는데 또 떠나야 한다니, 참 앞날이란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말을 뼈저리게 절감했다.

이사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짐을 싸고 옮기는 것이다. 상기했듯 나는 이 과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물건을 꺼내서 정리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옮기기 위해 포장하고, 싸는 것은 잘 하지도 못한다. 이식하는 데에는 제자리가 없는 탓이다. 그 전에, 물건들을 ‘제자리에’ 포장하고 옮기는 법이라도 있단 걸까? 뭔가 고정된 요소가 없으면 금방 불안해지고, 그래서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더욱이 정해진 데드라인까지 있을 경우엔 더더욱.

워낙 섬세함이라던가, 그런 도움될 만한 점들은 죄다 결여된 탓에 나는 물건 정리를 잘 하지 못한다. 끽해야 색깔별로 맞게 주욱 늘어놓는 정도일까. 그렇기에 책상이나 방도 항상 너저분하다. 물건을 포장할 땐 하물며 더하다. 깨질 물건은 아예 손도 대지 않고, 끽해야 내 물건이나 상자나 가방 따위에 꾸역꾸역 쑤셔 넣을 뿐이다. 하지만 그 ‘쑤셔 넣음’에도 나름대로의 정의는 있다고 말하고 싶다. 딱히 뭐라고 설명할 수 있거나 정해진 선은 아니지만, 꺼내기 쉽게 차곡차곡 쌓아서 넣는다던가 하는 정도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비록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지만, 나는 그 정도가 좋다. (꼼꼼한 독자라면 내 글에서 자주 느꼈을 지도 모르겠지만)‘정돈된 혼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매사가 그런 식이다. 완벽하게 깔끔하면 당연히 기분이 좋지만 어느 정도 흐트러져 있으면 왠지 푸근하고 편안하다. 굳이 100%가 아니어도 괜찮아, 라는 그 느낌.

안타깝게도 나의 이런 심정을 이해해주는 이는 없고, 그래서 물건을 정돈하거나 포장할 때는 방해만 되니 저리 가라는 소리를 듣거나, 허드렛일만을 맡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정도라도 도울 수 있으면 나는 만족한다. 모두가 일하는데, 가만히 있는 것은 질색이기 때문이다.

할머니댁의 경우엔, 집 자체의 크기는 그다지 크지 않은데 그 안에 숨겨진 어마어마한 양의 잡동사니들에 경악하고 말았다. 세월 동안 자연스럽게 쌓인 생활의 무게란 그 정도인 것이다. 음식부터 시작해서 그릇들, 옷들, 책들…… 그야말로 경악과 경탄 사이였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할머니, 여기 있는 것들 중에 필요 없는 건 다 버리시는 게 어때요?”

“이 중에 필요 없는 게 어디 있겠니? 전부 다 쓸 일이 있어 가지고 있던 것을.”

자신이 살았던 곳만큼, 자신의 물건에 대한 애착도 해가 갈수록 강해지는 구나. 불변의 진리를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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