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복여행(求福旅行) 2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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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복여행(求福旅行) 2 편

0 개 2,529 송영림
고지식한 총각은 노파의 말을 믿고서 더 갈 생각을 하지 않고 가던 길을 되짚어 오기 시작했다. 총각은 오다가 먼저 낚시질 하는 아이를 만나자 다짜고짜 아이의 뺨을 후려갈겼다. 그러자 아이가 풀썩 넘어지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사람이 아니라 무 비슷하게 생긴 뿌리였다. 생긴 게 꼭 어린애 같았다. 

총각은 그 뿌리를 짊어지고 다시 길을 나서 이번에는 이무기를 만났다. 이무기가 총각을 등에 태우고 물을 건네주자 총각이 이무기에게 입에 문 것 중 하나를 뱉으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이무기는 입에 문 구슬을 하나 뱉었고 순식간에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 

총각은 이무기가 뱉은 구슬을 봇짐 속에 넣고 다시 길을 나서 배나무 주인의 집에 도착했다. 그가 주인에게 배밭을 파서 땅속에 묻힌 걸 내버려야 한다고 말해주자 주인은 배나무 아래에 묻혀 있는 누르스름한 돌덩이를 발견하고 총각에게 주었다, 그렇게 하여 총각은 돌덩이를 짊어지고 다시 길을 나섰다. 

총각이 한참을 걸어 처녀가 살고 있는 기와집에 이르자 처녀에게 쉽지가 않겠다며 동자삼과 여의주와 금덩어리를 가진 남자를 만나야만 잘 살 수 있다더라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처녀가 그런 남자를 어찌 만나냐며 총각에게 복을 탔느냐고 물었다. 총각은 그냥 돌아가라고 해서 별 볼일 없이 돌아왔고 오다가 무 뿌리와 구슬 하나와 돌덩이만 얻었다며 봇짐을 풀어 처녀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처녀가 반색을 하며 동자삼과 여의주와 금덩어리를 가진 총각이 자기의 천생배필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남의집살이를 하던 총각은 예쁜 처녀와 혼인하여 평생을 행복하게 잘 살게 되었다.

옛이야기 <구복여행>의 비밀
옛이야기는 이야기 자체로도 재미가 있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숨은 의미를 추출하고 그 안에서 우리 삶의 모습을 투영해 볼 때 더 큰 매력과 비밀스러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러한 면에서 <구복여행>은 곱씹을수록 더욱 맛있고 행복하며 의미 있는 이야기이다. 

<구복여행>에서 보여주는 가장 큰 특징은 총각이 민담형 인물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인물에는 보통 민담형 인물과 소설형 인물이 있는데 민담형 인물은 <구복여행>의 총각처럼 거침없이 나아가는 인물을 말한다. 총각은 의심하거나 고민하지 않고 그저 움직여 나아가는 인물이다. 그런 민담형 인물에 비해 소설형 인간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 늘 고뇌하고 계산하고 생각만 하는 인물을 말한다. 

민담형 인물인 총각이 보여주는 것처럼 움직이는 것은 이미 그 자체로 복을 낳는다. 나는 가끔 고여 있는 것, 정체된 것, 흐르지 않는 것이 부패하는 것을 목격하곤 한다. 그것은 물이거나 공기이거나 마음 또는 정신이어도 마찬가지이다. 무엇이든 고여 있기보다는 흘러야 한다. 빠르거나 천천히 흐르는 것은 상관없다. 그저 고여 있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구복여행>의 총각이 움직여 나아가고 그 힘으로 변화를 맞이하며 결국 복을 얻는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기회조차 없다.

<구복여행>에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며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많은 상징들이 내포되어 있다. 가장 크게 주인공 총각과 그가 여행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그 모습 안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총각을 살펴보자. 각편에 따라 총각의 이름이 석순, 석숭 등으로 전해지는 경우도 있는데 특히 ‘석순’이라는 이름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석순의 석을 돌, 순을 새싹이라고 볼 때 돌에서 자라는 새싹은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서 자라나는 가능성이나 돌을 황금으로 만드는 연금술사와 같은 능력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는 총각의 가난한 상황 곧 물질적인 결핍과 정신적인 빈곤 상태에서 무작정 길을 떠나 치유의 여정을 마치고 귀착하는 지점과도 연관이 있다. 역설적이게도 그는 자신의 불완전함과 결핍상태를 알고 인정하면서 오히려 완전함과 획득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총각이 서천서역국으로 간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하고 고생 끝에 다녀오는 여행이기 때문에 그가 얻은 성숙, 치유, 복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다음 호에 계속된다>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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