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켄지 친구(McKenzie Friend)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맥켄지 친구(McKenzie Friend)

0 개 3,152 이동온
영미 불문법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의 사법제도 안에서 법정에 서서 법관에게 말할 수 있는 권리는 변호사만이 가진 고유 권한이다.  그렇기에 법원에 출두하는 소송 당사자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소송에 임하게 된다.  간혹 소송 당사자가 변호사의 도움 없이 스스로 법정에 설 때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의 대부분은 소송 당사자가 변호사 비용을 부담할 수가 없기에 발생한다.

뉴질랜드에는 legal aid라 불리는 소송 경비 보조제도가 존재하여 대부분의 형사 소송에서의 피고인은 정부기금으로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가 있다.  허나 민사 소송 그리고 일부 가정 법원에서의 소송은 소송 경비 보조제도가 적용되지 않기에 변호사 비용을 부담하기 힘든 소송 당사자는 소송을 혼자서 진행하게 된다.  아무래도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소송을 진행하게 되면 판사에게 하는 진술이나 증인의 반대심문 등에서 허점이 있기 마련이고, 또한 법원 절차를 알지 못하기에 소송의 진행이 더뎌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법원은 McKenzie friend(이하 맥켄지 친구)라는 역할을 허용한다.

맥켄지 친구란 소송 당사자에게 재판의 진행 전반에 걸쳐 도움을 주는 후원자를 지칭한다.  맥켄지 친구는 변호사일 필요가 없으며 법원에서 소송 당사자의 옆에 앉아 조용한 지원을 해줄 수 있다.  하지만 맥켄지 친구는 법관, 즉 재판을 주재하는 판사에게 직접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없고 다만 소송 당사자의 옆에 앉아 메모를 하거나, 소송 당사자에게 조용히 조언을 하고, 판사에게 진술하는 방법에 대해서 실시간으로 제시할 수 있다.  소송 당사자가 지적 장애가 있는 등의 아주 드문 경우에는 맥켄지 친구가 소송 당사자를 대신하여 판사에게 직접 진술하는 경우도 존재하지만 이것은 극히 드문 경우이고 절대 다수의 맥켄지 친구는 재판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맥켄지 친구라는 이름은 1970년 영국에서 발생한 맥켄지 부부의 이혼 소송에서 유래되었는데, 해당 소송에서 맥켄지씨는 정부의 소송 경비 보조의 혜택이 끊겨서 재판에서 더 이상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고, 이에 전 변호사의 개인적인 도움으로 호주 출신 젊은 변호사가 무보수로 그리고 변호사로서가 아닌 후원자로서 맥켄지씨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였으나 판사의 제지로 재판에 참여할 수 없었고 맥켄지씨는 재판에서 패소하게 된다.  이에 불복하여 맥켄지씨는 항소법원에 항소하였고, 법원은 모든 소송 당사자는 재판에서 자신의 곁에 친구를 두어 재판의 진행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뉴질랜드도 불문법 국가로서 맥켄지 친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한다.  실제 재판에서 맥켄지 친구를 허용하는지는 각 재판을 주재하는 판사의 재량에 달려있고, 판사가 맥켄지 친구를 허용한다면 그 맥켄지 친구의 역할은 재판에 지장을 주지 않는 정도의 선에서 조용히 소송 당사자에게 조언을 주는 정도에 국한된다.  만약 소송 당사자가 재판을 스스로 진행하는데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면 판사는 맥켄지 친구의 참석을 금지할 수 있다.

변호사가 의뢰인의 법적 대리인이 아닌 맥켄지 친구로 재판에 참여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변호사 면허를 소지한 자가 소송 당사자의 변호사로서가 아닌 맥켄지 친구로 재판에 참여한 경우가 근근이 있어왔다.  필자가 아는 바로는 비교적 최근에도 한 한인 변호사가 변호사가 아닌 맥켄지 친구 역할로 법원에 선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허나 아쉽게도, 변호사가 맥켄지 친구로서 재판에 참여하는 것은 비윤리적, 즉 변호사로서 법원에 대한 의무를 어기는 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정론이다.

법원에 홀로 선다는 것은 무섭고 두려운 일일 수 있다.  특히나 이민자에게는 자신이 태어나 자라온 국가가 아닌 낯선 곳에서의 법원은 더욱더 불안하고 두려운 곳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변호사 면허가 있고 없음을 떠나서, 그리고 법률 지식이 있고 없음을 떠나서 누군가가 자신의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정신적인 지원일 것이고 힘이 될 것이다.  법원에 출두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그리고 변호사를 선임하기 어려운 상황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맥켄지 친구를 떠올리시길 바란다.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75 | 3시간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55 | 8일전
Consultation on Acti…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299 | 9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88 | 9일전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196 | 9일전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39 | 9일전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28 | 9일전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37 | 10일전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3 | 10일전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2 | 10일전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63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0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36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19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07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4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2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3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3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6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4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1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58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29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 더보기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7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