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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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집

0 개 2,371 김지향
오늘은 한국에 살고 있는 큰언니의 생일입니다. 육십갑자의 ‘갑’으로 되돌아오는 환갑날입니다. 옛날 같으면 최상의 수명을 산 기념으로 환갑잔치를 했었겠지만, 100세 시대인 요즘시대로서는 젊디젊은 나이로 여겨지네요. 마음만은 늘 청춘인 우리 여자들에게 있어서는 더 그런 거 같습니다.

내 마음이 소녀라서 그런지, 나보다 4살 위인 언니가 환갑인 것이 실감이 가지 않습니다. 마음이야 달려가서 오순도순 지난 세월 이야기를 나누면서 축하를 해주고 싶지만, 지구 저 반대편까지 달려가지 못하고 전화로 대신 생일축하를 해주었습니다. 

어려서 네 자매가 함께 모여 만화책도 읽고, 기타소리에 맞춰 노래도 부르고, 김밥도 함께 싸고, 음악을 들으면서 춤도 추고, 밤참으로 라면도 끓여 먹고, 아침마다 검은 스타킹 쟁탈전을 하면서 지냈었는데, 어느새 언니들은 손자와 손녀 사랑에 푹 빠져있는 할머니가 되었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지만, 마음과 달리 몸은 그렇지 못 한가 봅니다. 쥐가 잘 나고 몸이 여기저기 쑤신다고 말하면서도, 내 얼굴 사진이 너무 말라서 다른 사람인줄 알았다면서 내 건강을 걱정하는 언니를 보니 나이와 숫자가 별개인 것만은 아닌 거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 몸이 노화가 되어 여기저기 고장이 나기 시작하더라고요. 몸이 영혼의 집이라서 그럴 거 같습니다. 우리가 사는 집이 세월이 갈 때마다 낡아지는 것처럼 영혼이 사는 몸도 시간과 비례하여 조금씩 늙어가고 있다고 봅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살이 갑자기 크게 빠지더니 아무리 노력을 해도 살이 찌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를 잠시 보지 않았었던 사람들은 모두 내 건강을 걱정해주는데, 예전처럼 먹는 게 그대로 살로 가지 않아서 그런 거 같습니다. 

사래도 잘 걸리고, 이도 시원찮고, 소화기능도 떨어지고, 기억력도 시원찮아서 한 말 또 하게 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학습 능력은 점점 더 떨어지고......, 서서히 헌 집이 되어가고 있는 거 같군요. 

머리와 몸이 이렇듯 변화하고 있는데 마음은 늘 따로 놀고 있으니, 기뻐해야할 일인지 슬퍼해야할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젊은 마음이 머리와 몸의 노화를 더디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마음이라도 젊은 게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지네요.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니, 편안한 것만 좋아하여, 몸을 잘 움직이지 않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 않은데다, 사색의 시간을 즐기지 않았고, 머리를 쓰는 것을 싫어하면서, 반복적인 실수를 제대로 고치지 못하면서 살았더라고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다가 중도에 포기하여 이루지 못한 일들을 운명 탓으로 돌리면서 살았었습니다. 물론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듯 타고난 운명도 다 다르겠지만, 운명으로 돌리지 않아도 될 것들마저도 운명으로 돌리면서 나태하게 살았었던 것이죠.

세월이 유수처럼 빠르게 흘러간다고 한탄을 하면서도 그렇게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면서 살았네요. 가꾸지 않은 집이 늘 가꾸는 집보다 빨리 낡아버리듯 내 영혼의 집인 육신도 그 어느 날 바라보니, 부쩍 낡아 있더라고요.

하지만 그 낡음을 세월 탓으로 돌리기엔 반성할 것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충분히 가꾸면서 살 수 있었던 집을 수리하지 않고 가만히 두고 있다가 지붕에 구멍이 뚫리고 나서야 아차 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요?

언니와 함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여기저기 아프다고 한탄만 할 게 아니라 늦었다는 생각을 접고 젊은 마음과 함께 건강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내 영혼이 살며시 웃고 있는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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