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 - 가까우면서도 가까이 하기 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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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 - 가까우면서도 가까이 하기 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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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하는 것/무서워하는 것 중에 아기가 있다.

네 발로 기어 다니던, 두 발로 걸어 다니던, 크던 작던 상관 없다. 아기를 보면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은 거부감이다. 그것은 실로 묘한 감정이다. 벌레나 다리가 수북하게 달린 기타 생명체를 보고 느끼는 혐오감과는 다른 종류의 거부감이지만, 어딘가 모를 위화감과 기시감이 동시에 드는 부정적인 감정. 물론 호기심이나 신기함, 때때로 귀여움이라는 감정까지도 들지만,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거부감의 그늘 아래에 잠겨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아기들에게 적극적으로 해코지를 하거나 한다는 건 아니다. 아기들은 멀리서 보면 그럭저럭 괜찮아도 가까이 있으면 왠지 모를 불안감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에 오히려 내 쪽에서 일방적으로 피하는 편이다. 행여라도 아는 사람이 아기를 데려오거나 하면 그대로 굳어버린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거리를 둔다. 신기하고, 때로는 무척 예쁘게 생겼기에 느낌이 어떨까 싶어 볼을 쿡쿡 찔러본다거나, 그러고는 싶지만 그보다도 무섭기에 다가가는 것도 꺼려진다.

이쯤 되면 공포증이라도 할 말이 없겠다.

아마도 내가 살면서 겪은 아기들 중에선 그다지 유쾌한 아기들이 없었다는 점도 한몫 했으리라 (여기서 ‘유쾌한’이란 ‘불필요한 고집을 부리지 않고’ ‘말썽을 피우지 않으며’ ‘얌전한’ 이라는 표현들과 동의어……일지도 모른다). 대개 아기의 엄마들을 포함한 많은 기혼, 미혼남녀들이 아기들을 귀엽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그 아기가 얌전하게 있을 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닐까. 나만 해도, 어렸을 적 하도 울어댄 탓에 스트레스가 쌓인 아빠가 갖다 버리라고 윽박질렀다고까지 하는데 (이건 나도 전해 들은 얘기라서, 실제로 확인된 바는 없다). 어릴 적 아끼던 인형을 엄마 친구 아기에게 빼앗긴 상처가 트라우마가 되어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는 대단히 그럴싸한 결론도 나오고.

아기들은 손이 많이 간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리라고 믿는다. 아이를 키워본 적도, 낳은 적도 없는 나조차도 이것을 알고 있는데 실제 엄마 아빠들은 아마도 더할 것이다. 아기들에겐 엄마 아빠와 눈 앞에 보이는 160도 남짓할 시야가 세상의 전부인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세계는 대단히 협소하고, 아직 확립되지 않아 본능에 가까운 자아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이 제일 중요한 점이다. 아기들의 신경과 주의는 온통 자신에게 쏠려 있으니 나, 나, 나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추론해본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내가 아이들을 꺼려하는 이유도 설명이 된다. 그 완벽하게 ‘나’로만 채워진 세상을 보는 시점은 내가 성장하면서 잃어버린 것이고, 그렇게 되면서 동시에 이질적으로 여기고, 심지어는 적의까지도 품게 된 시점인 것이다. 그들은 자신 외에 걱정해야 할 것이 아무 것도 없어서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나는 못하니까.

아기들 또한 나를 무척 싫어하거나 무서워한다. 나한테 살갑게 웃으며 다가온 아기는 거의 없었다. 심하게는 나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냅다 울음을 터뜨려서 나와 아기 엄마를 동시에 곤란하게 한 녀석도 있었다. 예뻐해 주고 싶어도 그런 반응만 돌아오니 자연스럽게 나도 시들해지고 말았다.

정말 가끔은 붙임성이 좋아 나한테도 방긋방긋 웃어주는 아기들이 있는데, 물론 예쁘긴 하지만 그 이상의 감정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예쁜 꽃이나 책, 옷을 봤을 때와 별달리 차이가 없는 감정, 끽해야 만져보고 싶다는 충동 정도랄까.

불행히도(?) 내 주변엔 아기를 가진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물론 환경이며 연령대 때문이겠지만, 문제는 간혹 그들과 부대껴야 할 상황이다. 아기들이 불편하지만 차마 그걸 드러낼 순 없고, 그렇기에 억지 웃음을 짓다가 일그러진 얼굴 때문에 또 아기는 울고. 최악의 연쇄작용이다.

아기들.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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