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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0 개 2,370 박건호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 “바다이야기”라는 곳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물고기처럼 지느러미를 파닥파닥거리며 버튼을 누르고 있었고, 초점을 잃은 눈동자는 멍하니 뿌연 담배연기 너머의 스크린을 향하고 있었다. 나는 재털이를 갈아주거나, 현금을 바꾸어주거나 하는 일을 했는데, 재털이의 꽁초든 현금이든 참 많았다. 담배연기도 많았고, 팁도 많았고 시급도 많은 편이었다. 다만 사장이고 손님이고 간에 표정은 없었다.

나는 돈을 놓고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우선 게임이라는 구조 자체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게임방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때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시작된 월드컵을 기점으로 주변에, “탭”이라는, 스포츠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한 경기에 보통 다양한 옵션이 있다. 어떤 팀이 스코어 몇대몇으로 상대팀을 이기는지부터 해서, 어떤 선수가 골을 넣는지, 승부차기를 하는지 안 하는지. 옵션 선택을 여러개하든 하나만 하든 상관은 없다. 옵션 하나당 1달러를 걸어도 1000달러를 걸어도 된다. A 선수 2 골에 배당률이 4배고 1000불을 걸었다면, 해당 선수가 두 골을 넣을시 4000불(정확히는 3000불)을 벌게 된다. 3골을 넣거나 1골을 넣으면 1000불은 안녕. 어찌되었든 그런 구조인 것이다. 보통 “탭”을 하는 그들의 대화도 구조적인 특징이 있다.

그들과 나와의 대화 1. 야 오늘은 100달러를 땄어. 얼마를 걸었는데? 50달러. 그럼 50달러 딴거잖아. ..그렇지.

그들과 나와의 대화 2. 야 오늘은 100달러를 땄어. 얼마를 걸었는데? 1달러. 다른데는 옵션 안 걸고 했어? 아니 걸었지. 거기서도 다 땄어? ...(대답없음) 총 다 하면 적자야 흑자야? .. 마이너스지.

그들은 자신이 잃은 것은 이야기하지 않고 딴 것만 이야기한다. 그리고 보통 자신의 배팅을 엄청난 노력에 의한 것으로 포장을 하며, 그 선택이 옳았을 시에는 꽤 기고만장해진다. 도박의 승패로 자신의 자신감과 자존감의 크기를 가늠하며, 보통은 취미가 없다. 다른 곳에 돈을 쓰는 것은 아쉬워하며, “탭”에 쓰는 것은 돈처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정말 그들이 꿈꾸는 것처럼 돈을 번다한들, 그것이 그들에게 돈으로 보여질까. 자신의 통장에 자신의 노동보다 큰 돈이 들어왔을 때, 반쯤 벗겨진 허망함도 함께 들어오지 않을까. 사람들은 허망함을 허망함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받아들이기를 두려워한다. 결국 소비로 그 허망함을 무시하고자 하게 되는데, 그게 그렇게 영양가있는 소비가 될지는 의문이다.

자신이 버는 돈보다 도박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사람도 있고, 소득이 괜찮은 편임에도 도박으로 인해 통장이 늘 마이너스인 사람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들에게 답답한 흥미로움을 갖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 머리가 좋지 않지만, 도박에서 승리를 하면 자신의 머리가 좋다고 의기양양한다(머리가 좋지 않다) 도박의 결과에 따라 그날의 기분이 바뀌고, 스스로 버린 사회안전망을 뒤돌아볼 여력도 없이, 늘 불안감과 초조함 속에 산다.

그것이 올바른지 안 올바른지는 잘 모르겠다. 오락으로서의 기능도 분명 있기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먼 훗날 나의 자식 혹은 나를 믿고 따르는 어린 친구들이 생겼을때, 어떻게 돈을 버셨어요? 라고 내게 묻는다면, 나는 적어도 “도박으로”라고 대답하고 싶지는 않다. 나의 가치보다 돈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경계하되, 나의 가치에 따른 돈을 보장받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야한다. 그것이 분명 도박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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