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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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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었어도, 놀이터를 지나칠 때마다 뛰어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사실 10대 후반까지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어린아이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그네를 타고 미끄럼틀을 내려왔지만 지금은 그럴 엄두가 거의 나지 않는다. 아쉬운 일이다.

놀이터는 카페나 서점, 영화관 같은 마력을 가진 장소다. 탁 트인 곳에 있어 햇빛에 바랜 페인트, 아이들의 손길에 닳아버린 철봉이며 시소. 지나가다 보면 거의 항상 아이 한 명쯤은 꼭 머물러 있곤 했다. 세상 어떤 것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는 몸이 날랬다. 별명이 - 그다지 유쾌하진 못하게도 - 원숭이일 정도였다. 나를 제외한 집의 사내애들이 죄다 한 번씩 뼈가 부러지는 일을 겪으면서도 가장 위험하고 억세게 놀았던 나만 멀쩡할 정도였다. 한 번은 바닷가로 놀러 가 까마득하게 높은 나무를 타고 올라간 적이 있었다. 모래 사장에서부터 시작해 차들이 주차된 절벽까지 닿을 정도의 높이였다. 막 올라갔을 때, 밟고 있던 가지가 부러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머리 위에 있던 가지를 잡았다. 아래에서 지켜보던 다른 아이들이 대신 비명을 질렀다. 아래에는 내 방 만한 크기의 넓적한 바위가 있었다. 그 바위까지는 약 4미터 정도, 떨어지면 결코 깔끔하지 못할 거리였다. 하지만 나는 머리 위의 가지를 잡았고, 그래서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

놀이터도 그 나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좀 더 인공적인 안전이 보장되었을 뿐이다. 언제든 방심하면 다칠 수 있는 것이다. 내 동생, 그리고 내 사촌이 그래서 팔을 부러뜨렸던 것처럼. 그리고 그 인식은 사실 다른 모든 시설물을 향한 나의 공통된 시선이기도 하다. 카페던, 서점이던 영화관이던. 사람이 만들었고 사람이 모이는 곳은 어디든.

놀이터에서 가장 좋아한 놀이 기구는 ‘휠’이었다. 둥그런 금속 판에 매달릴 수 있는 손잡이들이 여러 갈래 달려 있고, 온 힘을 다해 빙글빙글 돌린 후 재빨리 거기에 매달리는 놀이기구 (정확한 이름은 여태까지도 알지 못하기에 줄곧 휠이라고만 부른다). 여러 명이 한꺼번에 탈 때는 나머지가 모두 올라탄 뒤 지정된 사람이 알아서 돌리다가 재빨리 올라타는 식이었다. 그럴 때면 그 불쌍한 한 명은 마지막에 늘 녹초가 되곤 했지만, 그것은 즐거운 종류의 피로였다. 그때보다도 더 어릴 적, 팔을 뻗고 한없이 핑글핑글 돌며 그 어지러움을 즐기던 때와 닮은 종류의.

다 함께 타야 재미 있는 놀이기구였지만, 나는 그 큰 원을 혼자서 타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뻔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봉에 팔을 끼우고 죽어라 매달린 채 마구마구 달린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자칫하면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휙 날아가버리거나 부딪힐 수도 있는 위험한 타이밍에,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얼른 놀이기구 위에 올라타는 것이다.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코알라처럼 딱 붙은 채, 결코 조절할 수 없는 스피드를 즐기는 것은 중독적이었다. 지금도 생각난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도저히 제어할 수 없는 스릴을 즐겼던 것 같다.

똑 같은 종류의 놀이기구지만 좀 더 세련된 모양도 있었다. 공 모양으로 안전하게 세로로 봉들이 세워져 있어, 안에 앉으면 바깥에서 누군가가 빙글빙글 돌리는 것이다. 돌리는 사람은 탈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안에 탄 아이들에겐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었다. 아주 어지럽고,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들면 왠지 더 빠르게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천국.

사실, 얼마 전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아본 적이 있다. 그때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지를 확인하고 놀았었는데, 두 아이를 데리고 온 어느 엄마와 마주쳤다. 그 오묘한 눈빛이라니.

어른이라고 재미를 못 보는 건 아니잖은가. 난 멋쩍어하면서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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