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그컵 - 서서히 덥혀지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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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그컵 - 서서히 덥혀지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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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중지하며 모으는 것들 중에 머그컵이 있다. 말 그대로 정말 머그컵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마실 것을 담는 컵들.

대부분은 원통형에 둥그런 손잡이가 달린, 정말 멋 없을 정도로 평범한 디자인들이다. 심지어 다 같은 곳에서 만든 것들도 아닐 텐데 사이즈까지도 같다. 300mL 정도 들어가는, 그야말로 식후에 커피 한 잔을 따끈하게 끓여먹기 딱 좋은 용량이다 (물론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으므로 그 자리를 차가 대신 차지하긴 하지만).

컵. 모을 만한 물건들 중에서도 가장 실용적이지만, 동시에 많이 쌓이면 조금 곤란해지는 물건이기도 하다. 대체 컵을, 그것도 머그컵들을 그렇게 쟁여둬서 뭐에 쓰려고? 그렇게 물어오면 할 말이 없어진다. 그, 그냥? 이라고 굉장히 궁색한 변명을 하며 머그컵들로 꽉꽉 들어찬 선반 문을 닫으려 애를 쓰는 것 밖에는.

사실 남들이 그렇게 지적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 내가 구입하는 머그들은 그냥 머그가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좋아하는 영화나 게임, 만화 등의 캐릭터들이 그려진 컵들이라는 것. 아기 고양이들이 나란히 앉아 찻잔으로 건배하는 머그라면 아, 저 사람은 귀여운 걸 좋아하는 구나, 하고 말겠지만 다 큰 처자가 소년 만화의 캐릭터들이 잔뜩 그려진 머그컵을 들고 있다? 눈총까진 아니더라도 호기심 어린 시선 한둘 정도는 받음직하다 (나의 명예를 위해서 덧붙이건대, 내게는 소년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머그는 없다. 적어도 ‘소년’ 만화 캐릭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상품들, 머천다이스(merchandise)를 구입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 관련된 물건이라면 뭐든 가지고 보고 싶은 매니아의 심정 때문이라 할 것이다. 사실 그것이 머그컵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일상 생활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고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컵이니까. 게다가 신주단지 모시듯 장롱 안에만 넣어놓고 가끔씩만 꺼내 보느니, 이왕이면 매일 보고 쓸 수 있는 물건이 낫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머그컵은 상기한 모든 요소들을 충족시켜준다. 예쁘고, 좋아하는 것과 관련이 있고, 더군다나 실용적이기까지. 궁극의 굿즈(goods)다.

굳이 그런 장르 물품이 아니더라도 나는 컵을 좋아한다. 우아하고 연약한 디자인의 커피잔, 오목한 찻잔도, 예쁜 무늬가 그려진 유리잔이나 그냥 평범한 머그잔도. 워낙 뭔가를 마시는 걸 좋아하고, 그런 만큼 그것을 담을 용기도 아끼는 탓이리라. 오래 써서 바닥에 닦아도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남은 컵도, 깨져서 도로 붙인 잔도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하는 지도 같은 것이다. 그런 깊이가 있는 물건을 좋아한다. 그리고 매일매일 여상적으로 사용하는 컵보다 그런 역사가 깊은 것이 또 있을까.

일본에는 킨츠기(金繼ぎ)라고 해서, 깨진 사기 그릇 등을 녹인 금으로 이어 붙이는 전통 예술이 있다고 한다. 얼마나 멋진가. 형체를 잃었다고 해서 그 안에 담긴 추억이나 역사까지 잊어버리지 않는-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기억하고 더욱 아름답게 간직하기 위해 금을 섞어 넣는다는 것이. 그리고 남은 흔적을 볼 때마다 아프기보다는 그래, 그 때는 그랬지, 라며 과거를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굳이 그런 센티멘털함이 없더라도 순전히 심미적인 가치로도 굉장한 기술이다.

……사실은 얼마 전, 새 컵을 또 샀다. 어디서 샀는지는 밝히지 않겠다. 디자인도 그렇고 용량도 보기 드문 제품이라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보통 컵보다도 훨씬 큰, 거의 500mL에 육박하는 크기(!)에 분홍색 벚꽃이 그려진 컵.

지금도 그 컵으로 차를 마시고 있다. 뜨거운 머그잔으로 서서히 덥혀지는 손의 온기는 내가 왜 머그잔을 모으는지 다시금 상기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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