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해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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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해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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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자녀나 배우자나 부모가 강도에게 살해를 당한 후 그 살인자를 용서해야 할까? 아니면 상응하는 보복을 해야 할까? 남에게 피해를 당했을 때 그 피해 보상의 길은 많지만 완전한 치유와 회복은 무엇일까?  

나를 핍박하고 고통을 준 자를 받아들이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독일 출신의 철학자 허버트 마르쿠제의 생각도 단호하다. “가해자가 희생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야말로 정의에 대한 모욕이다!” 물론 마르쿠제의 뜻은 가해자의 뻔뻔함과 적반하장을 경계하자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된다.

달라이 라마는 이렇게 말한다. “미움은 강인함이 아닌 나약함의 또 다른 모습이다. 미움이나 분노를 통해 서는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다. 용서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평화와 행복에 이르게 된다. 용서는 가장 큰 수행이다.” 그러나 용서가 말처럼 그리 쉽던가.

우리들 가운데 누군가를 미워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과연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행복한 적이 있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또 미움은 승리를 가져다주지도 않는다. 영원한 패배와 분노만을 가져다 줄 뿐이다. 용서는 누구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나를 위해서다.  

당나라 반규(盤圭)선사의 절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때 부터인지 그 절에 머물러 있던 스님들의 돈과 물건이 자꾸만 없어지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누구의 짓인지를 알지 못하였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한 승려가 물건을 훔치는 순간에 덮쳐 붙잡았다. 대중스님들은 그 절의 가장 큰 어른으로 계시는 조실이신 반규스님께 불투도계(不偸盜戒)를 어긴 그 승려를 벌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묵묵히 듣고 있던 큰스님이신 반규스님은 “용서해 주어라, 반성할 기회를 주어야지”라고 하신다. 조실스님의 말씀인지라 대중들은 거절 하지 못하고 그의 참회만을 받은 다음 함께 생활 하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승려는 또 도둑질을 하다가 덜미를 잡혔다. 조실스님은 “어렵지만 한 번 더 용서해 주어라.” 대중스님들은  불만이 많았지만 조실스님의 체면을 보아 또 참았다. 하지만 그 도둑승려의 버릇은 역시 고쳐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도둑질을 한 것이다.

세 번째로 그를 잡은 대중들은 크게 분노하여 조실인 반규스님께 몰려갔다. “조실스님! 이놈의 도심(盜心)은 구제 불능입니다. 더 이상 용서하면 못된 버릇만 키워줄 뿐입니다. 계율대로 승복을 벗기고 산문 밖으로 내쫓아야 합니다.” 조실스님계서는 “아니다. 다시 한 번 더 용서해 주도록 해라.” 대중들은 “안됩니다. 스님! 벌써 몇 번째입니까? 용서해 준다고 개과천선할 녀석이 아닙니다. 큰스님께서 이놈을 쫓아내지 않으신다면 저희가 모두 나가겠습니다. 더럽고 깜깜한 마음을 지닌 자와는 함께 수행할 수 없습니다.”

잠잠히 듣고 계시던 조실스님 말씀 “하는 수 없구나, 정 그렇다면 너희들이 모두 나가도록 하여라.” 뜻하지 않은 큰스님의 말씀에 대중들이 어리둥절해 하자 반규스님은 조용히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하나 같이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 줄을 아는 지혜로운 사람들이다. 지혜롭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지 어느 곳에 있든지 잘 정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승려는 어떠하냐? 이 승려는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그른지 조차 분간하지 못한다. 도둑질 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조차도 모르고 있다. 생각을 해 보아라, 내가 만일 이 승려를 가르치지 않는다면 누가 가르치겠느냐? 누구도 이 승려를 가르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너희들 모두가 이곳을 떠난다 해도 하는 수 없구나. 나는 이 승려와 이곳에 머물면서 함께 살아갈 것이다.” 

도둑질을 일삼던 그 승려는 반규스님의 말씀을 듣고 바닥에 엎드려 참회의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 순간 큰 스님의 끝없는 자비에 그토록 지겹도록 따라 다니던 그의 도심도 눈물과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 이 모습을 본 대중들도 감동하여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고 큰스님을 더욱 존경하며 잘 모시게 되었다.

용서하라. 그래야만 행복해진다.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이다. 아무나 할 수 없기에 용서는 더욱 가치가 있다. 또 한편으로는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달라이 라마는 용서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향해 “나는 한 사람의 평범한 인간으로서 이야기할 뿐” 이라는 말을 던진다. 엄청난 경지의 수도승이 아니라도 누구나 `용서` 라는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우리는 이분법적인 사고와 편 가르기로 몸살을 앓는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 ‘나는 선이고 너는 악이다’라는 이기적 독단이 곳곳에 넘쳐난다. 주의·주장이나 이해가 다른 사람에 대한 적대감도 극에 이르렀다. 우리가 처한 남북문제와 진보·보수의 갈등도 마찬가지다. 교민 사회도 조용한 날이 없을만큼 일이 많고 험하다. 서로 극과 극에 서서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싸우고 욕한다. 죽일 듯이 미워하고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용서와 화해는 간단치 않다. 용기와 헌신과 의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용서하고 포용하면 참으로 행복하고 편안하고 자유로워진다. 용서하는 게 억울하고 손해 본다는 생각을 하는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자. 

만약 이 세상에 용서와 관용이 없다면 우리가 살아 있더라도 평온하겠는가! 사랑과 용서가 관습이 되어 방임, 방조, 도덕 파괴와 새로운 범죄자를 양산 않는다면 긍정을 악용하지 않는다면 죄에 대한 불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면 용서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용서란 인간이 가진 최고의 덕목이자 아름다운 평화의 도구이다. 

용서란 사람사이의 관계 회복은 물론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다. 누구에게나 용서할 수 있는 능력이 주어져 있다. 나도 죄 많은 사람이거늘 누구를 용서하지 않을 수 있으랴? 나의 주변을 둘러보고 자신을 개방하여 상생의 참 생명에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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