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 짧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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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 짧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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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오고 나서부터 부쩍 는 것이 있다면, 외출이다. 심심한 오클랜드에서 살던 때와는 대조적으로 거의 주말마다 외출을 하곤 한다. 보통 멀리 나가므로 - 지하철로 한, 두 시간 거리쯤? - 짧은 당일치기 여행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어쩌면 살고 있는 환경의 차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클랜드에서 놀러 나간다고 해봐야, 시내가 전부였으니까. 소위 말하는 ‘놀 만한 곳’은 시내 밖에 몰랐고, 그렇기에 시내 밖에 없었다. 그래서 으레 친구들과 만날 때면 시내 아이맥스 영화관 앞! 이렇게 암묵적으로 정해지곤 했었는데. 그런데, 한국에선 다르다. 어디서 만나고, 어디서 놀든 지하철로 길어야 한두 시간 거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그리고 어딜 가건 놀 곳은 무궁무진하게 많다. 장족의 발전이 아니랄 수 없다.

물론 아는 곳이 편한 나는 이곳에서조차 가는 장소가 딱딱 정해져 있지만, 그래도 뉴질랜드에서보다는 가짓수가 늘어났으니 이제 제법 외향적으로 성격이 트였는지도 모른다고 만족해 한다.

외출을 하게 되는 경로는 단순하다. 친구가 먼저 연락을 할 때도 있고, 가끔은 내가 먼저 연락을 던질 때도 있다. 무슨 무슨 영화가 새로 개봉했다는데, 같이 보러 갈래? 어디어디에 맛있는 곳이 새로 생겼다는데 먹으러 갈까? 함께 놀러 나가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 동기가, 계기가 그렇게 단순할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어쩜 그렇게 쉽게 말들을 던지고 받는지. 나는 친구들에게 외출 제안을 할 때도 거절이 두려워 속으로 잔뜩 긴장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향하는 곳은 대개 홍대로 정해져 있다. 놀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동네가 매우, 매우 크다는 것도 한몫 한다. 결코 하루 만에 핫스팟들을 다 돌아볼 수 없을 만큼 - 그야말로 유희의 미로 같은 곳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클랜드의 대학가들을 떠올리고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음, 어딜 가나 학교 있는 동네들은 다 똑같군.

나와 다니는 외출은 다소 심심할 것이다. 부정하지 않겠다. 술을 마시지 않으니 (홍대에 특히 수두룩한) 술집은 제외되고, 늦게까지 돌아다니는 것도 싫어하니 클럽 같은 곳도 땡. 카페나 맛집, 서점이나 영화관만 돌아다니는, 그야말로 뭇 부모들의 이상적인 데이트 코스(?)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잘만 어울려 주는 친구들이 때론 눈물 나게 고맙기까지 하다.

뉴질랜드에선 곧잘 혼자 돌아다니곤 했었는데, 왠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선 - 특히 한국의 번화가들은 - 그러기가 주저되고, 민망하기까지 하다.

아마 다들 쌍쌍이, 줄을 지어 돌아다니기 때문이 아닐까? - 그걸 이유로 삼기엔, 뉴질랜드도 마찬가지였다. 여자, 남자, 커플, 친구들, 다 같이 웃고 떠들며 길을 막고 병아리들처럼 줄지어 달려가는 모습은 여기나 거기나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인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왜. 혹시나 어딜 가더라도 혼자 왔다며 이상한 시선을 던지는 사람이 있으면, 그런 속 좁은 눈빛 따위 무시해주면 그만인데도 왜 이곳은 유난히 더 신경 쓰이는 것일까.

그 이유는 얼마 후에 깨달았다. 난 이곳에서 낯선 사람이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쭉 그렇겠지. 그네들과 똑 같은 얼굴을 했지만 사실은 이방인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그들은 피부로,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내가 그냥 신경과민이던가. 원래 특정 기준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낯선 것을 눈치 채고 무의식 중에 배척하는 것에 매우 뛰어난 법이므로.

그래도 가끔은 기분 전환으로 외출을 하곤 한다. 혼자. 아무런 신경 쓰임도, 옆에 따라붙은 친구도 없이, 가방 하나만 들고 홀가분하게.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모두 마음껏 하면서.
진정한 자유란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아니란 걸 온몸으로 만끽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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