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 머나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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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 머나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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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오빠의 결혼식이 있었다. 가까운 가족이 결혼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위화감이 굉장했다. 

‘예쁘게’ 차려 입고 와야 하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이었기에 평소라면 절대로 입지 않을 불편한 옷을 입고 - 그래도 최소한의 반항(?)으로 화장은 하지 않았다 - 나섰다. 그리고 새삼 한국의 결혼식 스케일에 놀라 버렸다. 이것이 코리안 스타일인가. 으레 결혼식, 하면 ‘집에서 만든 음식’이나 ‘평소 다니던 교회에서 소박하게’, 그것도 아니면 ‘시청에서 5분짜리 스피드 웨딩’ 밖에 모르던 내게는 그야말로 문화 충격이었다. 이게 과연 결혼식인지 아니면 중견 가수의 콘서트인지…… 사진을 보여줄 수 없어 유감스러울 정도다. 그만큼 굉장했다.

눈과 입으로는 감탄하면서도 속으론 이게 과연 얼마나 금액이 들었을까를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며 셈해보는 내 자신이 슬퍼졌다. 더 이상 아무 것도 순수하게 즐길 수 없다니, 아, 나도 찌들었구나, 하면서.

식장은 전체적으로 검고, 검었고, 또 검었다. 조명은 낮고 지나치게 색이 옅은 톤이어서 온 세상이 흑백의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천지였다. 그래서인지 눈이 아팠지만, 장식으로 곳곳에 늘어진 새하얀 꽃의 폭포들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마치 신부의 면사포를 곳곳에 걸어놓은 것 같았달까.

음식은-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엔 실망했다. 뷔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혼식하면 으레 뷔페를 떠올리고, 뷔페를 기대했던 나는 매우 좌절했다. 물론 식이 끝나고 나온 음식의 양질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었으므로 맛있게 먹긴 했지만.

식장의 구조는 단순했다. 한가운데에 신랑신부가 주례단까지 걸어갈 수 있도록 플랫폼 같은 무대가 마련되어 있었고 하객들은 그 무대를 중심 삼아 좌우로 나눠지게 되어 있었다. 신랑 측, 신부 측이 따로 앉도록. 무대 자체도 정말 근사했는데, 마치 정말 가수가 라이브 공연을 할 것처럼 눈 아프게 새하얀 조명이 비춰졌다.

식장의 커다란 검은 벽에는 각각 신랑신부의‘연대기’가 동영상으로 나가게 되어 있었다. 두 사람의 어린 시절, 유년기, 성장기, 함께 찍은 다정한 사진, 그리고 웨딩 포토들까지. 몇 번이나 반복된 그 영상을 넋을 잃고 지켜본 것을 기억한다. 평소에 익히 알고 지낸 사이임에도 스크린에 비친 두 사람은 너무도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낯설었다. 마치 예술 작품 속의 인물들처럼.

식 자체는 굉장히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눈에 띄는 이벤트들도 - 인터넷에서 보았던 익살 넘치는 오프닝이나 댄스 오프(dance off) 같은 것 - 없었고, 축가도 어느 가수를 초빙하여 부르도록 했다는데 나는 모르는 사람이었으므로 그냥 노래가 좋다고만 느꼈을 뿐이었다. 주례, 사회, 전부 나는 모르는 사람들이었으므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로지 스포트라이트의 집중 포화를 받은 건 신랑과 신부뿐이었다. 스크린 속에 비쳤던 모습과 똑같이 그들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사람들 같았다. 내가 아는 사람들, 그러나 왠지 이제는 영영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떠난 것만 같은 사람들.

어쩌면 그게 딱히 틀린 표현은 아닐지도 모른다. 결혼을 통해 두 사람은 어느 쪽의 부모에게도 속한 것이 아닌 그들만의 가족이 되었으니까. 그건 점차 가족 구성원이 늘어가면서 확정되겠지. 아직은 확실하지 않은 일이지만.

신부의 웨딩 드레스와 피로연 드레스의 화려함만이 뚜렷하게 기억난다. 웨딩 드레스는 흔한 순백색이었고, 면사포도 마찬가지였다. 걸을 때마다 뒤로 질질 끌릴 만큼 길다란 자락을 갈무리하느라 뒤에서 도우미 한 명이 쫓아다니며 여왕처럼 시종을 들었다. 피로연 드레스는 연두색이었고, 그것은 신부의 새하얀 화장에 매우 잘 어울렸다.

결혼식 내내 나는 두 사람이 매우 피곤해하지 않을까 걱정을 지울 수가 없었고, 그래서 모든 게 끝났을 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친 건 둘만이 아니었지만.

돌아오는 길, 나는 나도 모르게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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