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과 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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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과 혼돈

0 개 2,000 김지향
하얀 구름이 아름답게 떠 있는 하늘 아래에서 탱고의 황제라는 별명을 얻은 피아졸라의 ‘망각’을 듣고 있습니다. 밖의 신선한 공기와 함께 새들은 강한 생명력을 전해주는데, ‘망각’은 내 내면 깊숙하게 숨어 있는 슬픔을 꺼내 놓는군요. 

어려서부터 이유도 모르는 슬픔이 자주 물밀듯이 밀려와 가슴이 많이 아팠었는데, 이렇게 다가오는 통증들이 내 안을 휘돌 때마다 슬픈 노래를 부르거나 들으면서 지냈었습니다. 그렇게 슬픈 선율과 함께 있다 보면 어느덧 내 안이 잠잠해지고 편안해졌습니다. 아마도 슬픔의 에너지들이 서로 만나 융합하면서 슬픔을 태우는 작용을 해주었던 거 같습니다.

피아졸라를 알게 된 것은 7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덕분에 기존의 탱고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습니다. 탱고라면 템포가 빠른 에로틱하고 열정적인 춤으로 밖에 생각을 하지 못했었는데, 피아졸라는 나의 그런 편견을 완전히 사라지게 했습니다. 탱고가 남성성과 여성성의 합일을 이루는 춤으로 보이기 시작하였으며, ‘망각’을 들을 땐 태초에 남성성과 여성성이 분리될 때의 아픔을 망각의 강에 던져버린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자연이 주는 선물인 생명력이 가득한 지금 이 순간이 피아졸라의 ‘망각’과 이렇듯 멋지게 매치가 되고 있는 것은 합일과 분리가 하나이기 때문으로 여겨지는군요. 합일과 분리는 떼어내야 떼어낼 수 없는 관계라는 걸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네요. 그래서 남성과 여성의 사랑이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과정을 되풀이 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듯 이원성의 세상인 지구에서의 삶 속에 요즘 젊은 사람들을 보면 우리보다 훨씬 진화된 존재로 보입니다. 태초의 망각의 강도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는 듯, 그들의 내면에서의 남성성과 여성성은 우리 세대보다 훨씬 조화롭게 융화되어 성적인 분리로부터 자유롭게 자신의 생명력을 마음껏 뿜어내는 것이 보입니다. 과거 억압의 틀 속에 갇혀 살았었던 내 눈에 그들은 너무나도 눈부시기만 합니다.

나는 영화 보기를 참 좋아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화관에 가기를 좋아했었는데, 제일 먼저 본 외국 영화가 ‘타잔’이었고, 그 다음이 ‘사운드 오브 뮤직’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주말마다 하는 TV 프로그램 중 꼭 빠지지 않고 보는 방송은 ‘주말의 명화’ 였으며, 시험을 보기 바로 전날이라도 ‘주말의 명화’는 꼭 봐야만 했었습니다.

어려서 본 명화들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남자 주인공들은 힘이 세면서도 부드럽고 멋지고 매너가 좋은 편이었으며, 여자 주인공들은 대부분 잘록한 허리에 연약하고 예쁘고 우아하고 매력적인 모습의 청순가련형들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남자들을 상징하는 건 힘이었고 여자들을 상징하는 건 아름다움이었었나 봅니다.

그런데 요즘의 영화를 보면 예전의 남성 형과 여성 형은 찾기 힘듭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어 봐도 예전의 나와는 정말 많이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스킨마저도 바르기 싫어하는 남편과 달리 요즘 젊은 남자들은 화장품도 많고, 자신의 외모도 많이 가꾸고, 여자만의 영역이었던 부분까지 포함한 다양한 직업을 가지며, 요리를 잘하는 남자들이 인기이며, 아내와 남편의 업무가 반대로 바뀌어도 좋다고 하니, 예전의 세상과는 정말 많이 바뀐 세상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렇게 여성과 남성의 성향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고, 이해의 척도가 높아지고 있는 시대에도 불구하고 신문에 실리는 성범죄와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의 성 상납과 음성적인 성문화에 대한 기사는 날로 늘어가고만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과거 성에너지 억제의 병폐가 마지막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혼돈의 시대가 다가온 것이겠죠.

하지만 나는 지금 성문화의 혼돈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비가 되려고 고치를 지어 그 안에서 옛것과 새것이 잠시 공존하는 것으로 봅니다. 나비의 변태 과정 중 고치 속에 있는 애벌레의 몸은 나비가 되어가는 세포들을 위한 영양 스프가 된다고 하는데, 옛것이 새것과 융합하기 위한 혼돈이 없을 수 있을까요?

과거의 성문화는 부계사회의 성문화로 권위와 권력을 위한 문화였기에 여성의 순결과 정조를 강조하고, 어린이들에게는 지속적인 성 억압 교육을 통해 권위주의 질서에 복종하게끔 유도를 했습니다. 생명력인 성에너지를 오히려 죄책감으로 여기게 하여 비판능력마저도 거세시켰던 것입니다. 

나는 새것과 옛것의 공존시기인 지금 이 시대를 희망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망각의 강을 건너온 우리 본연의 생명력을 되찾고 있는 시기로 여깁니다. 우리 모두 숙고하면서 흐름을 가만히 지켜보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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