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밥상에 오르던 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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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밥상에 오르던 미나리

0 개 3,515 조병철
한민족의 정신문화를 대표하는 미덕으로 선비정신을 들기도 한다. 그런 선비들이 민속채소인 미나리를 즐겨 먹었으며, 거기서 식채로써의 삼덕(三德)을 발견했다니 흥미롭다. 선비들은 자신의 품격과 심지(心志)를 기르는 표본으로 미나리의 특성을 읽어낸 것이다. 그 내용으로는 첫째가 속세를 상징하는 진흙탕에서 때 묻지 않은 채 푸르게 자라는 심지요. 둘째는 햇볕이 들지 않는 응달에서도 잘 자라는 자립심이요. 셋째는 물이 부족한 가뭄에도 굳건하게 살아가는 생명력이다. 미나리가 자라는 특성에서 선비정신을 그려낸 통찰력은 아무리 생각해도 대단하고, 어디에 내 놓아도 자랑스럽다. 

또한 궁중요리에서 미나리를 활용한 사례가 발견된다. 우리의 건강을 위한 균형식으로써 청포묵 무침이다. 일명 탕평채(蕩平菜)로 부리기도 한다. 청포묵을 잘게 썬 다음, 미나리나물, 볶은 쇠고기, 채 썬 배를 함께 넣어 버무린다. 그 위에 고명으로 계란과 김을 얹은 무침요리를 가리킨다. 이런 요리가 그들의 시대적 상황과 자연에서 얻어야 하는 식재료에서 기인한 것으로 가볍게 치부 할 수도 있지만, 제철 채소의 사용을 기본으로 한 범상함을 느끼게 한다. 비록 조선왕조의 기록이지만 이런 식문화를 되짚어 볼 수 있어 값지게 생각된다. 

미나리에 대한 추억 몇 가지다. 미나리는 연중 물이 스며나는 시골의 수렁논에서 잘 자란다. 특히 겨울철에도 싱싱함을 잃지 않고 무척 탐스러웠다.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산골의 시냇가에서도 어김없이 발견된다. 동네 방죽 빨래터 시궁창에도 미나리는 가리질 않고 잘 자란다. 그런 미나리는 주로 저지대 수렁논에서 채취하여 겨울철에 시장에 출하되었다. 도시의 서민들은 음식점의 매운탕에서 자주 접했다. 젊은 고객의 왕성한 식욕을 눈치 챈 식당 아주머니는 매운탕에 덤으로 미나리를 한줌씩 넣어주기도 했는데, 너무나 바쁜 나머지 누렇게 뜬 잎도 가려낼 새가 없었다. 그래도 그 미나리는 맛이 있었던 기억이다. 

오클랜드에서 미나리를 찾게 된 것은 언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고기 덕분이다. 뭐니 뭐니 해도 미나리는 해물탕과 잘 어울린다. 미나리 한 단을 사서 먹고 밑 부분을 잘라 텃밭에 심었다. 그랬더니 정신없이 번졌다. 선비의 삼덕에서 보았듯이 미나리는 어디에서 잘 자란다. 특히 텃밭관리에 자신이 없는 초보들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아니 그렇게 잘 자라준다. 미나리를 기르는 데 가장 이상적인 곳은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도랑이 제격이다. 그렇지만 텃밭 한 구석에서도 문제가 없다. 물기 부족해도 겨울철에 내리는 빗물만으로 언제나 무성하다. 미나리 묘를 구하는 곳은 이웃집 텃밭에서 얻어다 심는 게 상책이다. 그렇지만 구하기 힘들 때는 시장에 미나리 한 단만 사서 줄기를 땅에 묻어주면 사는 건 그들이 알아서 한다.

조선시대의 기록에 미나리는 음력 2월에서 5월까지 일 년 중 비교적 긴 기간 동안 식재료로 활용되었다. 지금의 절기로는 이른 봄부터 여름철까지로 볼 수 있다. 특히나 오클랜드는 겨울철 잦은 비로 아주 일찍부터 미나리는 무성하다. 요리사 선택에 따라 밥상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 무성하게 자난 녀석은 물고기 매운탕에, 봄철의 어린 새순은 미나리만으로 무침으로, 또한 살짝 데친 오징어와 함께 더욱 상큼하게. 이 보다 더 쉽게 집안의 텃밭에서 구할 수 있은 식재료는 흔치 않다. 

미나리가 강인한 생명력만으로 선비들의 밥상을 차지하기에는 어려웠으리라 짐작 된다. 미나리에는 무언가 아주 독특한 다른 특성이 있어 보인다. 많은 민속채소가 그만의 독특한 기능을 발휘하지만, 미나리는 보다 폭넓은 기능성을 가졌다. 비타민과 칼슘 철분 같은 무기질이 풍부하고, 특히나 섬유질도 많이 들어 있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알려진다. 여성들의 빈혈에 좋을 뿐 아니라 성인들의 고혈압 방지에도 큰 역할을 한다. 술을 즐기는 사람들의 간 관련 질병에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전한다. 게다가 미나리가 지니는 특유의 향은 해산물의 비린 냄새를 없애는  데 뛰어난 효능을 발휘한다. 

야생 미나리를 채취하다 보면 독미나리가 섞일 가능성이 있다. 충분히 자란 독미나리는 키가 훨씬 커서 구분이 쉽지만, 처음 어릴 때는 일반 미나리와 구분이 어렵다. 그러나 독미나리의 밑둥치에 있는 마디사이 속이 비어 있어 마치 대나무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혹시라도 의심이 가면 반드시 확인토록 해야. 혹 독미나리를 먹게 되면 구토 경련 현기증 같은 식중독으로 고생을 할 수 있다.  

여기서 다시 미나리와 친해지려고 텃밭에 모셨다. 여성의 빈혈과 성인의 고혈압을 막아 준다니 미나리가 남아나질 않는다. 미나리 뿌리 채 밥상에 오른다. 우리 집 요리사는 미나리가 이리 좋은 줄 이제야 알겠단다. 미나리 밭은 하나 더 만들라고 야단이다. 올해는 급한 대로 야생 미나리를 찾아 나서야 할 판이다.   

▶ 참고: 김 정숙. 2010. 내 몸을 살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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