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정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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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정원사

0 개 2,240 김지향
엊그제 오후에 둘째가 잡초를 뽑겠다고 목장갑과 고무장갑을 찾았습니다. 이사를 하려고 생각하니 정원과 마당에 있는 잡초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나 봅니다. 
 
둘째의 뇌하수체에 종양이 있다는 걸 안 이후부터는 우리 정원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저 어떻게 하든 아이의 병이 나아야만 한다는 생각에 밤마다 오한으로 잠을 설치곤 했었습니다.
 
그런 시간들이 언제였었냐는 듯, 요즘 아이는 건강하고 활기찬 얼굴빛으로 주위를 환하게 비춥니다. 그 덕에 어제는 아이와 함께 네 시간 정도 정원의 잡초를 뽑았네요. 
 
바둑판 모양의 시멘트와 시멘트 사이의 골에 뿌리를 내린 잡초들 위로 펄펄 끓는 물을 쏟아 부었습니다. 1시간 후부터 잡초들은 색이 변하며 시들해졌지만, 골 사이에 단단하게 내린 뿌리들은 당최 뽑힐 생각을 하지 않더군요. 골에 박혀 있는 뿌리들을 칼로 긁어내면서 내 마음 속에 아직 남아 있는 잡초의 뿌리도 함께 거둬냈습니다.
 
6년 전에 나는 나 자신을 많이 사랑하게 되었다고 믿었었습니다. 그때부터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이 눈 뜨게 되어 세상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었으니까요. 그러는 동안 대학에 들어간 아이는 객지에서 혼자 병명도 모르는 증상으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었더라고요.

근 2년 동안 세상에 대한 희열로 눈물을 흘리면서 다녔었지만, 그 희열이 오래가지는 않았었어요. 관계 속에  부딪히는 일이 생기면서 행복의 촛불은 서서히 꺼져가고 있었답니다. 그러던 중 아이의 뇌 속에 종양이 자라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것이었지요.
 
아이가 투병을 하는 동안 긍정의 힘에 매달렸었어요. 수술이 꼭 성공할 것을 의심하지 않으면서 부정의 화살에 맞지 않으려고 긍정의 방패로 가리고 또 가렸었지요. 하지만 아이는 재수술을 받아야 된다고 했어요. 그때부터 내 안에 깊이 숨어 있는 잡초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대체요법과 생식 그리고 병원에서의 처방과 함께 내 분신을 위해 내 근원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는 부정의 뿌리를 걷는데 온 정성을 쏟았습니다. 그러기를 두 달 만에 재수술을 할 필요가 없다는 기적의 판정을 받은 것이었지요. 
 
세상은 내 내면의 거울입니다. 예전에는 그 말뜻을 헤아리지 못했었는데, 요즘에는 그 말뜻이 이해가 갑니다. 나에게 자꾸 반복되어서 일어나는 일이나, 부딪히는 일이 생길 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건 바로 내 내면의 그림자더라고요. 내 안 그대로 세상이 비추는 것이더라고요. 
 
아이가 그렇게 아팠던 것은 아이의 내면이 아팠기 때문이고 내 내면 역시 아이처럼 아팠기 때문이었어요. 6년 전에 내가 느낀 사랑과 행복으로 온 몸을 떨었지만, 그건 표면적인 사랑과 행복이었던 것입니다. 반쪽만의 평화였던 것이었지요.
 
아이가 아픈 바람에 내 안에 숨어 있는 잡초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무의식 깊숙이 숨어 있어서 기억조차 희미했었던 잡초였더라고요.

앞으로는 내 안의 정원을 늘 잘 가꾸도록 노력할 겁니다. 바람결에 날아온 부정의 씨앗이 싹을 틔울 때마다, 사랑으로 쓰다듬어 주면서 아프지 않게 뽑아 줄 수 있는 여유로운 가슴의 정원사가 되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해 나가기만을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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