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의존적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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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의존적인 사람들

0 개 6,120 박건호
나는 산책을 좋아한다. 보통 잠이 오지 않으면 가까운 바닷가로 나가 혼자 돌아다니다 오곤 한다. 핸드폰은 꺼두고 엠피쓰리만 켜두고 이곳저곳 쏘다닌다. 그런데 그것을 이해 못 하는 친구들이 있다. 밤이든 낮이든 대체 왜, 혼자 산책을 하는거야? 몇몇은, 심심하면 날 부르지 그랬어, 라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불러서 뭐해? 그냥 이것저것 얘기하면 되지. 난 사실 내가 꼭 심심해서 산책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귀찮아서 이내 관두고 만다.
 
대부분 의존적인 친구들, 즉 혼자서는 아무 것도 안 하거나 못 하는 친구들이 저런 소리를 한다. 개인적으로 공감은 하는데 그 친구들처럼 누군가에게 꼭 의존하고 싶진 않다. 나는 혼자 있으면 불안하기보단 오히려 편하고, 심심하다기보다는 오히려 더 바쁘다.

그들이 내게 어떤 일을 같이 하자고 요구할 때가 있다. 내 생각에도 그들로서는 벅찬 어떤 일이라 생각되면, 거절하지 않고 도와주는 편이다. 다만 곤란한 일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해결할까 라기보다는 곧바로 핸드폰 전화번호부부터 뒤적이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런 친구들은 아주 혐오스럽다. 그들은 이해하기조차 어려워서, 나는 그런 식의 전화가 오면 받자마자 “알아서 하세요”라고 한 후 끊어버린다. 이래이래 하면 돼 라고 가르쳐줄 순 있지만, 결국 나중에는 본인이 혼자 생각한 끝에 이래이래 할 것이므로 굳이 내가 필요없지 않은가.
 
의존적인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지나치게 자기주도적인 것보다는 의존적인 것이 때때로 좋을 때도 있다. 그러나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의존적인 것은 이상하다. 의존적인 관계의 긍정적 방향은 도와주는 사람도 함께 배우고, 하다못해 같이 하는 사람이 즐겁기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즉 윈윈이 의존성이 꼭 가져야 할 조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윈윈 따위 안중에도 없이 곤란한 상황이 생겼을 때 바로 핸드폰을 꺼내드는 이들은- 대체 왜 그렇게 되었을까.

자라온 가정환경이나 그런 것을 차치하고, 외로움을 즐기는 법을 모른다는 데에 그 핵심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기 때문에, 외로움을 즐기는 방법은 너무도 중요한 일이 되었다. 취미나 특기, 전공으로써 서서히 갖추어진 문화산업들의 뿌리는 모두 인간의 외로움에 있다. 외로워서 글을 썼고, 외로워서 음악을 만들었고, 외로운 시간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갖가지 철학들을 만들어냈다. 모두가 외로울 새도 없이 일했던 (소수의 특권계급은 제외하고) 1차 산업의 시기를 벗어나, 2차 산업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시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세상이 갖가지 데이터들로 인해 복잡해지는 것이 그 증거다. 그 데이터들의 뿌리는 사실 외로움인 것이다. 외로워서 누군가를 좋아하고, 외로워서 뭔가에 빠지는 것은 기실 당연한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로움을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이겨내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사람마다 각자 성격이 다르지만, 사실 그 방법은 아주 원시적으로 이겨내는 방법으로 생각된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는 것과, 외로워서 사람을 찾는 것. 두 가지를 나란히 놓고 보면 어떤 모종의 본능을 가진 공통분모로 보인다. 또한 의존적인 사람들은 개인이 “혼자 있어야 할 시간”을 이해하지 못 한다. 이는 혼자 산책하는 것을 이해 못 하는 것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의존적인 사람들의 일반적인 특징은, 다른 사람의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이다. 즉 다른 사람을 만나도 거울을 대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 더욱 외로워지는 것이 당연하다. 사람을 만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이왕 사람을 만나는 것이 외로움을 즐기는 방법이라면, 단순한 의존성으로 자신의 외로움을 포장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결국 그것은 이기심 아닐까.

본인이 외롭다면, 타인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주고, 조금 더 깊이 그 사람을 위해준다면 외로움이 조금은 덜 할 것이다. 긍정적인 윈윈의 의존은, 만나는 시간만이라도- 서로의 말을 듣고 따뜻하게 서로가 상대방을 어떻게든 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더 이상 내 주변의 사람들이 외롭지 않고, 마구잡이로 의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건 결국 나를 너무도 외롭게 만든다. 아무도 아무의 시선을 쳐다보지 않고 아무에게나 의존하려는 것은 세상을 외롭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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