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빛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적과 빛

0 개 1,538 박건호
그 일은 2011년 3월 중순 너무도 갑작스레 일어났다. 일종의 컨설팅 회사가 내가 다니던 대학교를 한 번 다녀갔고, 이틀 뒤 한 강사 분이 우리에게 소식을 전해주었다. 학과 폐지, 라는 것이었다. 그날 밤 갑작스럽게 모인 우리 4학년들은 밤새도록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나는 적이 없는 이 시대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햇빛이 들지 않을수록 낭만은 짙은 법이라 생각했었다. 조금은 모순된 얘기다. 하지만 그 때 나는, 껍질이라도 예술가가 되고 싶었던 일종의 열병을 앓고 있었던 듯하다. 고흐는 압셍트를 마시며 귀를 잘랐다, 시드는 사랑과 표현을 위해 자해를 한다, 나혜석은 그녀의 정상적인 고뇌를 둘러싼 비정상의 초점 위에 위태롭게 부서졌다 운운. 당시 나는 가이드라인을 억지로라도 따라가기 위해 남들은 상상도 못하는 고뇌의 명분과 자극의 촉매가 필요했었던 것이다. 그러한 껍질의 기록과 다짐들 속에서 허우적대며 적이 없던 시대를 불평하던, 나라는 사람이 있었다. 지독히도 부자연스럽고 지긋지긋하게 건강하던, 나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동경 받기 위해 동경들을 따라가, 예술의 온도들과 억지로 투쟁하려던 내 앞에, 드디어 적이 나타났던 것이다.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부적절한 컨설팅회사에 대응하여 계획을 짜기 시작했고 나는 컨설팅이라는 “거대 기득권” 세력에 맞서기 위해 그날 첫 회의 이례로 자료 위원장을 맡았다. 총장, 재단 이사장 등 “더러운 권력자”들에게 보낼 자료를 모두 정리하여 보내는 일이었다. 밤을 새워 자료를 정리하고, 4일이 지나 80페이지 남짓한 자료가 완성이 되었고, 그 자료를 배포하기 시작하면서 한 달에 걸쳐서- 서명운동, 학생본부 앞에서의 침묵시위에 들어갔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컨설팅 회사의 요지는 “취업률이 일정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는 연극영화학과는 대학교 내의 학과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므로 폐지 혹은 수정하여 다른 방안을 찾는 것이 옳다”라는 것이었다. 우리의 요지는 “감독조차 정규직으로 인정을 해주지 않는 사회에, 영화현장 스텝들이 어떻게 취업률로 측정이 될 수 있겠는가” “예술학부를 98년도에 신설하고 10년도 안 되어 없앤다는 것은 컨설팅과 대학 간부들의 예술에 대한 이해수준의 저급함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의 투쟁은 학과 계획 일부수정 방안으로 일단락 되었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저격할 것이 생겼을 때, 맞설 적을 찾던 나는 활기에 넘쳤는가. 그렇지 않았다. 내가 본 것은 총장, 교수들의 이권 다툼, 또 학생들끼리의 정치싸움 등 온통 슬픈 광경뿐이었다. 도서관내 강당에서 컨설팅 회사와의 합의를 겸한 프리젠테이션이 있을 무렵이었다. “공부하고 싶습니다!” “당신들의 자녀는 우리가 만든 영화를 봅니다!” 등등의 구호를, 굳게 닫힌 강당 문 앞에서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외쳤었다. 곧이어 합의를 마친 그들은 강당의 문을 열고 나왔다. 우리를 무시하는 당당한 태도들과, 외면해 버리는 비겁한 뒷모습들에게서- 나는 어떤 무력함을 느꼈다. 도서관 진입 자체를 통제하고, 들어가려 버둥거리던 내 동기들과 선후배들의 손들과 수없이 쏟아지던 음성들. 타협과 충돌. 의리와 실리. 이율배반과 참여에의 강요. 투쟁의 그림자를 유지하고 목표를 향해 전진하기엔 세상은 너무 복잡 해졌고, 우리는 너무나 다양했고 약했다. 결과적으로- 우선 적어도 후배들을 위해서는 잘 해결되긴 했었다. 그러나 그 앙금은 도저한 무게로 나를 한동안 짓누르고 있었다.

기득권을 향한 불만도, 투쟁도 모두 좋다. 소통의 방법 중 분명 가치를 가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통의 목표를 사심없이 이행하기 위해선 정말 축적된 어둠이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깊이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그것을 순수한 목적으로의 실행을 유지하려면 수많은 아픔과 상실이 불가피하다는 것. 어떻게 한다해도, 결국 지금의 인류는 자기 자신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것. 어찌되었든, 투쟁의 상대가 타인이 된다는 것은 가장 슬프고 아픈 일의 시발점이라는 것.

다행히도 그로부터 1년 정도가 지나, 결국 한 네덜란드 화가가 나의 무게를 조금은 덜어주었다. 무표정하게 서있는 사람들의 그림 아래에 작게 적어 놓은 문구는, 나를 어디에 있게 해줄지 결정해주었다.

- 모두가 같은 빛을 받으며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려 애쓰고 있다 -

나는 남과의 투쟁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기엔 나는 아직 너무 약하고, 아직도 강한 척하려 한다. 투쟁을 위해 단련할 순 있지만, 투쟁을 위해 이미 미래에 놓여있는 기억을 끊임없이 수정하는 사람이 될 순 없다. 투쟁이란 것은 결국 자기 자신과 할 때 가장 힘들고도 즐겁다는 것. 그 자기 자신과의 밝은 투쟁이 결국 커다란 힘 중 하나가 되어 또다른 투쟁이 될 수 있다는 것. 즉 내가 서있는 접경 위의, 일종의 접경 위의 이 집시들도 모이면 99%가 될 수 있다는 것.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며 애쓰든 말든, 결국 우리는 같은 빛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인정을 하는 순간- 그것은 서로에 대한 대립에서의 급진적 힘이 아닌, 서로의 빛을 볼 수 있다는 깨달음의 안정적 힘을 함유하게 된다. 그리고 그 함유의 밀도가 세상의 방향을 지정하는 시대를, 지금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만성 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댓글 0 | 조회 350 | 2일전
최근 미국 버지니아대학교(Univer… 더보기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

댓글 0 | 조회 267 | 3일전
안녕하세요 한국 교민 여러분, 벌써 … 더보기

보험 수리 보증은 누가 책임질까?

댓글 0 | 조회 285 | 4일전
자동차 사고 후 보험으로 수리를 진행… 더보기

뉴질랜드 의예과 치예과 (Biomed/Health Sci) 입학 전 꼭 알아야할 …

댓글 0 | 조회 350 | 6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Biomed/Heal… 더보기

어휘력은 암기만으로 늘지 않는다

댓글 0 | 조회 768 | 10일전
아이들의 어휘력을 판단할 때, 우리는… 더보기

사랑과 우정, 그 중간쯔음 . . .

댓글 0 | 조회 330 | 2026.01.28
그 날의 여행지는 늘상 가던 온천행이… 더보기

목사 가운을 버리고

댓글 0 | 조회 728 | 2026.01.28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외국에서 방문했… 더보기

요점만 정리한 종교인 워크비자

댓글 0 | 조회 620 | 2026.01.28
뉴질랜드 이민부는 종교 관련 직무에 … 더보기

21. 잠든 전사 – 테 마타 봉우리의 전설

댓글 0 | 조회 150 | 2026.01.28
Te Mata o Rongokako … 더보기

2026년 뉴질랜드 바이오메드, 헬스사이언스 입학준비

댓글 0 | 조회 500 | 2026.01.28
: 뉴질랜드를 선택하는 이유, 그리고… 더보기

샘터와 우물가

댓글 0 | 조회 115 | 2026.01.28
시골집엔 샘이 있었다. 장독대 아래에… 더보기

이민자의 스트레스, 어디로 가는가

댓글 0 | 조회 634 | 2026.01.28
ㅣ 술, 갬블링, 과로로 흘러가는 감… 더보기

차나무도 생명, 내버려둘수록 차 맛도 맑다

댓글 0 | 조회 176 | 2026.01.28
화엄사 구층암 ‘죽로야생차’“혹시 대… 더보기

장학금 그리고 의사가 꿈인 두 학생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409 | 2026.01.28
출처 : https://www.acs… 더보기

장애인 가족 돌봄자

댓글 0 | 조회 207 | 2026.01.27
가족 구성원중 항시 돌봐야 하는 장애… 더보기

바빌론의 공중정원 전설

댓글 0 | 조회 143 | 2026.01.27
ㅣ존재했는가, 아니면 인간이 만든 가… 더보기

다른 길은 없다

댓글 0 | 조회 132 | 2026.01.27
시인 류 시화자기 인생의 의미를 볼 … 더보기

2편 – 〈세기의 디지털 강도〉 (The Heist of Light)

댓글 0 | 조회 154 | 2026.01.27
“단 12초 만에, 79억 달러가 사… 더보기

향후 10년간 가장 인기 있는 직업 목록이 발표

댓글 0 | 조회 544 | 2026.01.27
이 5가지 진로는 뉴질랜드 학생들에게… 더보기

운도 실력이다 –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행운

댓글 0 | 조회 216 | 2026.01.27
골프장에서 가끔 이런 장면을 목격한다… 더보기

‘조용한 살인자’ 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705 | 2026.01.23
지난(1월 20일)은 대한(大寒)으로… 더보기

2025년 의대 치대 수의대 38명 합격생의 공통점

댓글 0 | 조회 799 | 2026.01.22
출처 : https://www.huf… 더보기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

댓글 0 | 조회 689 | 2026.01.21
오늘은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 더보기

1편 – 〈황금의 망령〉 (The Phantom of Gold)

댓글 0 | 조회 295 | 2026.01.16
840톤의 금괴가 사라진 날, 세계는… 더보기

아들 신발

댓글 0 | 조회 307 | 2026.01.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결혼해 집 떠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