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우리들의(아직은 불완전한)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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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우리들의(아직은 불완전한)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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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노트북이 말썽이다. 또. 포맷한지 얼마나 됐다고 말썽인지, 마치 혼나도 혼나도 말썽을 피우는 꼬마 같다고 생각하며 좌절하고, 화를 내고, 투덜거렸다.
 
물론 그런 꼬마들의 교육 상태가 그렇듯, 노트북의 상태도 내 책임이 크겠지만 그래도 - 나름대로 열심히 관리해 왔는데 이렇게 성질을 부리는 것(?)을 보면 짜증이 먼저 치밀어 오르는 것이다. 사람들 중에선 그냥 뭔가를 돌보는 입장이 되어선 안 되는 인종도 있는 법이다.

마침 한국에 있고 하니 수리는 전자 센터에 가면 간단하겠지만 문제는 (세상 사는 일이 다 그렇듯) 돈이었다. OS를 지우고 새로 설치하기만 하면 될 것을 몇 만원이나 주고서 해결하고 싶지도 않았고, 이 정도는 나 혼자서도 어떻게든 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OS 인스톨용 CD를 구했고, 주말과 주일을 꼬박 잡아먹은 끝에 가까스로 고칠 수 있었다. 물론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만족한다.

기계들이란 건 정말 여러 의미에서 아기들과 다를 바가 없다. 약하고, 섬세하고, 극도로 정밀한 조율을 요한다. 뭔가 조금이라도 탈이 나면 마구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거기다가 시간과 돈이 아주, 아주 많이 들어간다는 데에서도.
 
물론 아기들은 귀여워도 기계들은 그다지 외견적 어필이 없다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심미적 차이가 아닐까. 나만 해도 아기들의 두리뭉실하고 유기적인 귀염성보다는 차라리 기계의 매끄러움이나 복잡함을 선호하는 편이니.

아기들은 - 그리고 포괄적인 의미에서, 성인의 문턱에 아직 온전히 자리 잡지 않은 아이들은 - 내게 있어선 왠지 모를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 연약함과 절대적인 (자신감에 기반한) 고집, 아직까진 때묻지 않아 확고한 정체성. 그것은 나를 불안하게 하고, 동시에 경외심을 품게 만든다. 내가 가지고 있었고, 영원히 가지고 있으리라 예감했지만, 결국엔 잃어버린 그 모든 세세한 요소들, 과거의 나를 형성했던 디테일들을 아이들은 아직 가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일종의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효과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와 닮았지만, 그리고 한때 나도 그들과 같았지만, 지금은 각각 다른 생명체가 되어버린 변화에서 오는. 간혹 가다가 어른이 되어서도 유아 시절의 그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 또한 신기하기 그지없는 존재들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 캐물어보고 싶어질 정도로.
그런 의미에서, 기계들은 훨씬 신뢰할 수 있다.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며 발전하거나 더 향상될지언정 결코 퇴보하진 않는다. 지속적으로 일정량의 관리와 관심만 쏟아주면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다. 그 모습 그대로.

기계들은, 상실에 익숙해졌기에 상실을 두려워하는 이들을 위한 최고의 동반자이다.

그래서 나는 고대하고 있다. 언젠가, 인간 같은 기계들이 완성되길. 그들과 어울려 살 수 있기를. 절대 지치거나 질리거나 하지 않을 로봇이 다른 누구도 차지하지 못했던 역할에 자리잡아 평생의 동반자가 되어주기를. 인간들에게 느끼는 불쾌한 골짜기 효과가 전혀 느껴지지 않도록 완벽하고, 인간보다도 더 인간적인 기계를. 

그들은 필시 완벽하리라. 우리가 우리의 단점과 장점을 알고, 가장 이상적인 끝을 향해 거쳐가는 과정인 만큼. 비록 기계가 우리의 종착점은 아니지만, 인간의 진보에 큰 역할을 할 것임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물론 무수한 픽션에 나온 것처럼 인간과 기계들 사이의 갈등이 우리의 발전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장벽으로 나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난 아직 꿈을 꾸고 싶다. 그리고 이런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치다 보면 어느새 또 하나의 고민이 떠오르는 것이다.
 
같은 본질의 인간보다 차가운 금속 회로들에 더 편안함을 느낀다는 사실은 날 어떤 사람으로 규정짓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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