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과시적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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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과시적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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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두 달 전부터 허리가 아팠다. 처음엔 그저 욱신거리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평소에도 지끈거린다. 특히 앉았다 일어날 때. 으으윽! 그 짜릿한 통증이라니.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첫 시작은 어머니의 김장 프로젝트를 도우면서였다. 그 때는 그저 허리를 피면서 아야, 하는 정도였지만 아무래도 추위 때문에 바닥에서 잤던 것이 상태를 악화시켰던 것 같다. 그렇게 일주일쯤 지나고 나니 지금의 고통이 완성되었다.

허리 아프다고 감히 말도 못한 것은 아마도 주변인들의 반응이 두려워서였을 것이다. 아, 안 들어도 선하다. 거봐 내가 뭐랬어, 그렇게 오래 앉아 있지 말랬지, 살 좀 빼랬잖아, 넌 나이도 어린 애가 뭐 벌써부터…… 으으. 차라리 그냥 아프고 말지.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견딜 만할 때까지지, 마음대로 앉았다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결국 나는 어머니께 그 사실을 알렸고, 결국 예상대로 된소리를 실컷 들으며 병원으로 향해야 했다. 거봐 내가 뭐랬어, 그렇게 오래 앉아 있지 말랬지, 살 좀 빼랬잖아, 넌 나이도 어린 애가 뭐 벌써부터…… 이하 생략.

병원에 가면서도 사실 나는 그렇게 큰 문제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께서는 나를 앞뒤로 허리를 숙였다 굽혔다 하게 한 후 등을 꾹꾹 눌러보고는 말씀하셨다.

“디스크 같네요.”

“디, 디스크요?”

디스크란 나이든 회사원들이나 걸리는 줄 알았던 내겐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으아니 의사양반! 그게 무슨 소리요! 내가 디스크라니! 내가 디스크라니!

그런 내 속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의사 선생님은 싱글싱글 웃으며 말을 이으셨다.

“한국 분들은 대개 디스크라고 하면 바로 병원 가서 째야 되는 걸로 생각하는데요, 사실 그건 디스크가 찢어졌거나 했을 때 그렇게 심각한 거고요. 오히려 살짝 부었거나 튀어나오기만 했는데 섣불리 수술을 해버리면 그건 근육도 약화되고 나중에 재발할 확률이 더 커요. 지금 환자분 경우엔요……”

설명이 더 이어졌지만 지금 내 기억에 남아 있지는 않다. 왜냐하면 난 디스크라는 단어가 준 충격에서 헤어나오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으윽, 이럴 줄 알았으면 운동을 좀 더 열심히 하는 건데. 그래서 난 항의하듯 이렇게 더듬더듬 변명했다.

“그, 그렇지만 전 운동도 꼬박꼬박 하는데요?”

“무슨 운동을 하시는데요?”

“거…… 걷기하고 요가나 에어로빅……”

“흠, 그렇군요. 그런데 지금 봐서는 유연성은 굉장히 좋으신데, 근육이 없어요. 허리 근육이. 그래서 더 아픈 거고요.”

찍. 더 할 말이 없었다.

허리 곳곳을 지압하듯 꾹꾹 누르고 조이고 압박하는 의사 선생님의 손길은 과연 전문가다웠지만, 그 손길 아래에 엎드린 나는 고통 때문에 까무러칠 뻔했다. 근육이 눌릴 때마다 민망하고 희한한 비명을 내지르는 것은 기본이요, 팔다리가 간헐적으로 경련을 일으켜댔다. 아마도 옆에서 보는 사람은 꽤나 웃겼겠지만 불행히도 엎드려 있는 당사자였던 내게는 하나도 유쾌하지 못했다. 만약 의사 선생님 또한 그 상황을 우스꽝스럽게 느끼셨다면, 그분은 과연 프로페셔널답게 전혀 티 내지 않으셨다.

“자, 다 됐습니다.”

거의 고문에 가깝던 세션이 끝난 후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키자, 의사 선생님은 다시금 허리를 앞뒤로 구부려 보라는 지시를 내리셨다. 반쯤 의심스러워하면서도 나는 충실히 그 지시를 따랐고, 곧이어 매우 놀랐다.

“우와? 훨씬 덜 아파요!”

이럴 수가. 그 순간 의사 선생님은 내 머릿속에서 바로 의느님으로 승격되었다. 그리고 의느님은 여전히 사람 좋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디스크에 좋은 운동을 가르쳐 드릴게요, 집에 가서 꼬박꼬박 하세요.”

아무렴요, 누구 말씀이신데.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한결 가벼워진 허리 덕에 난 그날 희희낙락하며 집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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