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차근, 우주적으로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차근차근, 우주적으로

0 개 1,435 한얼
주말에 시간이 남아, 모처럼 브라우니를 만들기로 했다. 나는 아주 신이 났다.
 
계란과 버터는 미리 꺼내두어 냉기를 제거해 두고, 양철 그릇과 주방용 저울과 재료들을 꺼내어 줄줄이 늘어놓는다.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찾아가며 하는 것보단 전부 한꺼번에 준비해놓고 순서대로 차례차례 쓰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빵을 구울 때는 그런 간단한 것에조차 나름대로의 절차가 있고 규칙이 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초콜릿을 녹이는 것이다. 당연히 중탕으로 해야 하기에, 혹시 마침 시기 적절하게 끓여 놓은 국은 없나 살펴보지만 아쉽게도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냄비에 물을 한 가득 붓고 불 위에 올렸다. 작은 초콜릿 칩들을 양철 그릇에 담고 조금씩 저으며 녹일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화상의 위험도 있지만, 자칫하다가 그릇이 쏠리거나 해서 물이 들어가면 그야말로 대참사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다 녹은 초콜릿은 적당히 식도록 그대로 내버려 두고, 그 사이에 섞기 쉽도록 가루 종류를 체에 쳐놓는다. 코코아 파우더 때문인지 흰 가루는 금세 거무튀튀한 색깔로 물든다. 알갱이들이 덩어리진 탓에 코코아는 손으로 꾹꾹 눌러가며 으스러뜨려야 하고, 그래서 흔적이 남지 않는 밀가루와 달리 코코아를 만진 손은 갈색투성이가 된다 (가끔 이 사실을 까맣게 잊고 무심코 손을 옷에 문지르거나 하는데, 뒤처리가 정말 최악이다). 

체에 내린 가루는 잠시 놔두고, 가장 중요한 단계로 넘어 간다. 말랑말랑해진 버터를 잘라 그릇에 담은 후 적당히 녹이는 것이다. 

레시피에는 그저 이렇게 물컹물컹하기만 해도 된다고 쓰여 있지만, 직접 실험해 본 결과로는 어느 정도 물 같은 것이 좋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 줄곧 이렇게 만들고 있다. 포인트는 버터를 전부 녹여버리지 않는 것이다. 적당히, 반 정도로, 버터가 자기가 녹아 만들어진 웅덩이에서 헤엄칠 정도가 될 때까지.

그 다음 흰 설탕을 조르륵 따라 넣고 거품기로 열심히 휘젓는다. 얼마 전까지는 이 대목에서 상당히 격렬한(?) 육체 노동을 해야 했지만, 자동 거품기를 선물 받은 후로는 아주 편하게 잘 쓰고 있다. 물론 그런다고 아주 마음을 놓을 순 없는 노릇이므로, 신중하게, 집중해서 해야 한다.

적당히 녹은 버터에 설탕을 섞은 혼합물을 열심히 젓다 보면, 설탕이 녹아 들면서 점점 버터가 하얘진다. 과학에는 문외한인지라 잘 모르지만, 아마도 일종의 화학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리라고 추측하고 있다. 설탕이 섞여 들어간 버터는 머랭처럼 점점 크림화되면서 부드러워지고, 휘젓기가 끝날 때쯤엔 아주 되직한 생크림 같아진다. 그것만 따로 크래커에 찍어먹고 싶을 만큼.

그런 욕구를 꾹 눌러 참고, 이제 초콜릿을 섞을 차례가 된다. 되도록이면 한 방울의 초콜릿도 낭비 없도록 주걱으로 샅샅이 훑어가며 버터 혼합물에 섞고, 천천히 젓는 것이다. 아직 남아 있는 열에 설탕이 완전히 녹아, 결과물은 꽤나 묽은 것이 된다. 곧 가루를 섞을 테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을 가루가 담긴 그릇으로 전부 부어 넣고 잘 섞는다. 마구잡이로 헤집으며 섞는 것이 아니라, 그릇을 잡고 면을 훑으면서 옆으로 주걱질을 하는 것이다 (밀가루는 절대로 함부로 뒤섞으면 안 된다. 반죽이 질겨지기 때문이다). 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쯤 되면 반죽은 완성되고, 나는 매우 지쳐 있다. 혼자서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을 진행하는 것은, 믿거나 말거나, 꽤나 힘든 일이다.

이 브라우니 반죽을 굽기 위해 오븐으로 옮기고, 열을 조절한 후 설거지를 하며 기다린다. 그리고는 새삼 깨닫는 것이다. 요리란 그 자체만으로도 소우주적인 스케일이 담겨 있구나, 하고.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02 | 22시간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7 | 8일전
Consultation on Acti…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1 | 9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2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2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1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0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5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5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0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3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39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4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09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5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7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4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8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7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5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3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60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3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 더보기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8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