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대고 외치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종이에 대고 외치기

0 개 1,298 한얼

코리아 포스트에 450자짜리 수필을 연재하기 시작한 것도 벌써 10개월이 지난 것 같다. 1년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다. 시간 관념은 한 번도 내 강점이 아니었으므로 (나의 명예를 위해 덧붙이자면, 물론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왜 글을 쓰냐고 묻는다면, 그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어서라고 하겠습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말이다. 가슴에 절절이 와 닿는, 참으로 깊이 공감 가는 명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모든 작가들이 글을 쓰는 이유는 결국 궁극적으로 그것밖에 자신이 걸어갈 길이 없어서가 아닐까. 자신을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 세상 그 누구에게도 닿지 않을 - 아니, 어쩌면 닿을지도 모르겠지만 너무나 먼 곳에 있어 얼굴조차 모르는 이와 소통하기 위한 방편으로.

내가 그러했다. 사춘기 시절,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가 갑자기 체감되었다. 학교는 귀찮았고 어른들은 무서웠다. 아무리 말하고 괴로워해도 네 나이 땐 누구나 그랬어, 나도 그랬는걸, 어린애 같이 굴지 말고 얼른 철 들어, 라는 핀잔들만 던져주던, 자신들만의 중년의 사춘기에 새로이 갇혀 외면하기 바쁜 그들. 주변의 비슷한 시기를 거치는 아이들은 사납고,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십대 청소년의 고민거리 따위 누구도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는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히 엇나가지 않고 자라는 나를 부모님이 자랑스러워 해줬으면 했지만, 그것마저도 당연한 것처럼 치부되어 내 십대 시절은 뿌듯함도, 보람도 뭣도 없는 지리멸렬한 팔여 년의 모놀로그였다.

그 때 불현듯 글을 씀으로써 내 삶의 진정한 목적을 깨달았다…… 같은 진부한 깨달음(epiphany)은 없었다. 이해하길 바란다. 나는 지금에마저도 꽤나 단조로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고, 그때도 다를 바는 없었다. 단지 좀 더 어렸고, 멍청했었지만 눈은 더 열려 있는 아이였단 것만 빼면.

다만 글을 쓰는 것이 재미 있었을 뿐이다. 그 땐 타인의 눈길도, 나 자신의 머릿속에서 수군거리는 비판의 목소리도 없었으니 자연히 창작의 고통 따위도 없었다. 신세계의 신이 된 느낌이었달까, 펜과 종이만 잡으면 - 또는 모니터와 키보드 앞에 앉으면 - 뭐든지 내 마음대로였다. 그 감각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 하나 없는 비좁은 현실에서, 유일하게 내가 내키는 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 진정한 자유.

항상 머릿속에 담고 있었던 유치한 아이디어나 스토리들마저도, 그냥 생각으로 품고 있을 때와 노트에 직접 적어 눈으로 읽을 때는 무척 다른 법이다. 뭔가 위대한 작가라도 된 듯한 기분에 마구 글을 휘갈겼던 기억이 난다. 오로지 나 자신을 위로하고 즐겁게 해주기 위해 무작위로 썼던 글들. 간혹 생각하다 보면, 오히려 그 때의 글이 좀 더 나답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 때는 아무 것도 신경 쓸 필요가 없었으니까.

사실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글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원시적이고도 근본적인 방법이라 하겠다. 하다못해 ‘오늘 소풍을 갔다. 참 재밌었다’라고 쓴 초등학생의 일기조차도, 노벨상을 수상한 고명한 작가의 책과 그 본질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글이란 것은 자신의 생각의 기록이고, 더 나아가서 소통의 방식인 것이다. 우리 모두는 고독하고, 인간이란 누구나 궁극적으론 혼자인 존재이니까. 글쓰기는 그것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기 위해 손을 뻗는 방법 중 하나다.

아직 내 글을 읽고 깊이 공감했다거나 나를 이해했다고 말해준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언젠간 그런 독자 한 명쯤은 나오지 않을까, 오늘도 희망을 품고 이렇게 타자를 두드려 본다.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502 | 1일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37 | 1일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70 | 1일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95 | 1일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18 | 1일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626 | 1일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2 | 1일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3 | 1일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7 | 1일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86 | 2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7 | 2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4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7 | 2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33 | 2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5 | 2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12 | 2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29 | 3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804 | 6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73 | 8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9 | 2026.03.16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35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61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8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80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52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