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든든함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내 마음의 든든함

0 개 2,148 한얼
<강철의 연금술사>의 작가인 아라카와 히로무는 자신의 단행본에서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국립 도서관을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책! 원 없이 읽어보자!”라고 외치는 귀여운 젖소 그림도 덧붙여서. 그리고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에서 벨의 해피 엔딩보다 야수의 궁전에 있던 도서관이 더 탐났음을 부정할 수 없는 나 또한 이 만화가의 소원에 깊이 공감하는 바이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들 중 하나가 책이다. 보기만 해도 즐거워지는 장소 중 하나도 도서관이나 서점이고, 돈이 생겼을 경우 사고 싶은 것 목록에 꼭 들어가는 것도 책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인생을 살 만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책이라고 하겠다.
 
글을 쓰는 이에게라면 당연하겠지만, 책은 중요하다. 물론 문학도이거나 애서가가 아니더라도 책이 줄 수 있는 혜택들과 지식들을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단순히 정보뿐만이 아니라, 존재하고 존재했었고 존재하지 않는 무수한 이들의 인생을, 또는 그들 삶의 몇 자락 나날들을 대신 살아볼 수 있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특히 나처럼 바깥을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책은 없이 살래야 그럴 순 없는 필수품이다.
 
나는 이따금씩 책을 펼친 채 거기에 얼굴을 묻어 큼큼거리고 냄새를 맡곤 한다. 특이하지만, 나만 그러는 건 아니리라 믿는다 (심지어 외국에는 책 냄새가 나는 향수도 있다!). 겹겹이 쌓인 종이와 잉크, 그리고 그것이 또 한데 묶여 하나의 서적으로 압축되어 보관되는 동안 ‘발효’되는 냄새. 정말 발효라는 말 이상으로 적절한 표현은 없지 싶다. 공립 도서관 같은 곳에서 간혹 발견할 수 있는 누렇게 뜬 페이지에서 나는 쾌쾌한 냄새도, 다른 사람들은 질색하지만 나는 좋아한다. 늙은 책에겐 늙은 책 나름대로의 향기가 있는 법이다.
 
그와는 반대로 새 책에선 상쾌하지만 어딘가 빈 듯한 냄새가 난다. 으레 향수는 세 가지 층의 향기가 난다고 한다. 그 중 세 번째, 향기의 중심인 핵심 향이야말로 향수의 본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하는데, 새 책에선 그 핵심이 빠진 듯한 느낌이 풍긴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순수한 종이와 잉크의 냄새는 충분히 만족감을 주지만.
 
페이퍼백보다는 하드커버를 선호하는 편이라 되도록이면 살 때마다 후자를 사려고 하는데 가슴 아프게도 하드커버는 평범한 책보다 값이 훨씬 비싸다. 페이퍼백이 20달러 남짓할 때 똑 같은 책인데도 두툼한 하드커버는 40불이 훌쩍 넘어가는 식으로. 나 같이 유독 하드커버를 고집하는 매니아에겐 억울할 지경이다. 어느 정도의 가격 인상이야 물론 어쩔 수 없다 싶지만, 가끔 이건 정말 너무 한다 싶을 정도로 폭리를 취하는 사람들이 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사기는 하면서도.
 
내가 하드커버를 고집하는 이유는 바로 그 내구성이다. 단순한 종이로 이루어진 페이퍼백보다 훨씬 튼튼하고 단단한 그 견고함은 더없이 믿음직스럽다. 한 손으로 들고 다니며 읽기엔 조금 무겁다 싶은 그 묵직함도 든든하게만 느껴질 정도로 (두꺼운 하드커버 책에 발등을 찧었거나, 그 모서리에 맞아본 사람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 것이다). 
 
언젠가 지인에게서 이미 갖고 있던 소설의 하드커버 버전을 선물 받고 뛸 듯이 기뻐했던 적이 있다. 선물도 선물이었지만, 그 때 그가 책과 함께 써서 보낸 편지의 내용이 더 기억에 남아 있다. [하드커버 책엔 뭔가 특별함이 있는 것 같아…… ‘오랫동안 존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느낌.] 동감한다. 하드커버 책에는 어딘가, 매우 의지가 되는 영속성이 있다. 
 
글을 쓰다가 생각난 김에 위의 책을 꺼내 냄새를 맡아보았다. 오래된 책만이 풍길 수 있는, 따뜻하고 묵은 냄새가 났다.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501 | 1일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37 | 1일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70 | 1일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95 | 1일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18 | 1일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624 | 1일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2 | 1일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3 | 1일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7 | 1일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86 | 2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7 | 2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4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6 | 2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33 | 2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5 | 2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12 | 2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29 | 2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803 | 6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72 | 7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9 | 2026.03.16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35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61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8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80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52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