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마오리 지질학자, 마틴 테 풍아(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최초의 마오리 지질학자, 마틴 테 풍아(Ⅰ)

0 개 2,882 정경란
웰링턴에서 차로 20분 정도 북쪽으로 가면 헛 밸리(Hutt Valley)가 나온다. 한때는 원시림이었다던 그곳에는 로어 헛(Lower Hutt)이라는 도시가 들어서 있다. 헛 리버를 끼고 평지에 자리잡은 도심지 초입에 시청사와 박물관, 도서관, 전쟁기념관(및 도서관)이 있다. 그리고 그 전쟁기념관에 들어가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벽화가 있다. 1950년대, 그곳 헛 밸리거주자이면서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각계 유명 인사들, 온갖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의 집단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발레리나, 정치인, 해군장교, 의사, 간호사 등등. 그런데 그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벽화의 정 중앙, 그러니까 하얀 가운을 입고 시험관을 들고 있는 인물은 검은 곱슬머리에 다소 어루운 피부색깔인 것이, 파케아(유럽인)가 아니라, 마오리족 출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Photo taken by Hyuna Kim, 2013년 9월 6일, 헛 밸리 전쟁기념관에서. 가운데 왼편, 하얀 가운데 시험관을 들고 있는 사람이 마틴 테 풍아이다

도서관 사서의 도움으로 당시 그 그림을 그린 화가가 남긴 인물들의 포지션과 이름이 적힌 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었다. 하얀 가운에 시험관을 든 사람은 바로 뉴질랜드 최초의 마오리 지질학자인 마틴 테 풍아(Matin Te Punga)였다. 나는 지레 짐작으로, 그가 아주 특출난 원주민으로서 유럽인에 도움으로 “최초”로 고등교육을 받고 학자의 반열에 들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역사학연구자들의 저널(Journal of the Historical Studies Group, Geoscience Society of New Zealand)의 가을호에 실린 마틴 테 풍아 소개글을 읽고는 내가 뉴질랜드와 마오리의 역사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새삼 깨달았다.  

우선 그의 가족배경이 특이했다. 마틴 테 풍아는 마오리족 출신의 루터교 목사 아버지와 독일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 아버지인 하무에라 테 풍아는 아주 입지전적인 인물로 독일과 미국에서 루터교 목사 수업을 받았고 연수차 미국 시카고에 갔을 때 학교 선생님이었던 리디아 고스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 그리고 둘은 뉴질랜드에 정착해 여섯 아이를 둔다. 하무에라 테 풍아는 라틴어는 물론 독일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했고 역사와 정치는 물론 고전과 오페라에도 식견이 깊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틴 역시 자신의 가족사를 아주 멋지고 행복했던 가족이었다고 회상한다. 

다시 마틴 테 풍아로 돌아가자. 마틴은 할콤브(Halcombe)라는 곳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농업고등학교를 마친다. 그러다 친구의 권유로 지질학에 입문하게 되고 당시 뉴질랜드 대학이라 불렸던 웰링턴의 빅토리아 대학에서 지질학으로 박사학위를 받는다. 그리고 당시 빅토리아 대학은 지질학의 거장인 챨스 코튼과 더불어 지형학이라는 분야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었다. 마틴 테 풍아는 그러니까 챨스 코튼과 함께 이 분야를 개척하고 세계에서 몰려오는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다. 챨스 코튼의 후계자로 주목받았지만 그의 운은 거기까지였다. 1954년에 은퇴한 챨스 코튼의 교수직은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하고 온 다른 이에게 넘어갔던 것이다. 뉴질랜드 내 대학 교수직은 영국에서 태어난 키위나 영국대학의 학위를 가진 이에게만 배타적으로 열려있었기 때문이다. 

대학 교수직을 얻지 못하고 실망한 마틴 테 풍아는 가족들과 함께 영국으로 건너간다. 하지만 그곳의 지질학은 엄밀한 의미의 지질학이라 보다 지리학의 분과에 가까워서 마틴은 다시 1956년 뉴질랜드로 돌아온다. 그리고 빅토리아 대학에서 강사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가 지질학자로서 거둔 성공 내지 기여는 챨스 코튼과 더불어 영국을 제치고 지질학이라는 분야를 개척하고 세분화한데 있다. 대륙이동설, 암석의 화강암화, 확장하는 지각 등 당시 세계적으로 모든 학문분과를 선도하던 영국을 제치고 나름 지질학이라는 분과를 발전시켜 나갔던 것이다. 그만큼 뉴질랜드는 그런 지질학이 발달할 수 있을 만큼 예외적으로 온갖 지질학적 현상들이 풍부했던 곳이기도 했다.  

최초의 마오리 지질학자였던 마틴 테 풍아의 아들, 그리고 그의 일본인 아내인 히토미씨와의 인연은 다음 편에 이어진다.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502 | 1일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37 | 1일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70 | 1일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95 | 1일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18 | 1일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626 | 1일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2 | 1일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3 | 1일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7 | 1일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86 | 2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7 | 2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4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7 | 2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33 | 2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5 | 2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12 | 2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29 | 3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804 | 6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73 | 8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9 | 2026.03.16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35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61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8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80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52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