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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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잔혹사

0 개 1,605 정경란
에피소드 1 - 물고기와 생선
 
필자가 대학 4학년 때, 학점 관리를 잘못 하는 바람에 졸업에 필요한 학점에서 1학점이 모자라게 되었다. 얼마나 눈앞이 깜깜하던지. 한학기 등록금을 다 내야 되는 것인 줄 알고 지레 겁을 먹었다. 다행히 추가 학점 등록을 위한 비용은 30여만원이었고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교차로를 보고 텔레마케터 모집에 응시, 당첨(!)되었다. 내셔날 지오그래픽 한국어판을 판촉하는 일이었는데 다소 고상한 잡지를 읽을 만한 독자층을 선정해서 영업에 들어간다. 두어달 동안 무수한 전화질(?)을 통해서 알게 된 사람들과 비직업적 인연이 맺어진 경우도 있었으니 필리핀 출신의 유진 신부님이 그 중 하나였다. (신부님들이 책을 많이 읽는다!)
 
당시 한국에 약 7~8년 정도 거주하고 있었던 유진 신부님은 (실제로는 ‘신부님’ 소리는 빼고 이름만 불렀다. 그정도로 젊고 또 순박한 분이었다.) 한국어를 능청맞을 정도로 잘했고 나이도 20대 후반이어서 말도 잘 통했다. 한번은 신부님과 예산 수덕사에 간 적이 있다. 수덕사 대웅전 오른쪽으로는 커다란 연못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어른 팔뚝만한 황금 잉어들이 한가로이 유유자적했다. 유진 신부님 왈, “와, 생선들 많네.” 붉은 잉어의 고고한 이미지와 토막쳐서 간장 고추장으로 조려먹는 행위의 불협화음이 빚는 웃음이 터져 나왔음은 당연하다. 
 
뉴질랜드에 와서 살면서부터 가장 자주 먹는 생선은 연어다. 그래서 아이들 도시락으로 연어스시를 자주 싸주기도 한다. 그러나 가끔은 짭쪼름한 자반고등어가 먹고 싶어 입맛만 다시기도 한다. 차선책으로 한국식품점에서 구할 수 있는 냉동 고등어로 아쉬움을 달래곤 한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고등어를 구워먹곤 하는데, 하루는 막내딸 꼬맹이가 학교에서 돌아오자 묻는다. 
 
꼬맹이: 엄마, 오늘 저녁 뭐야?
엄 마 : 응, 고등어.
꼬맹이: 아~앙, 난 물고기 싫어.
고등어가 연못이나 강가에서 헤엄치는 수생 동물로 환생하는 순간이었다.
 
에피소드 2 - 이년 저년

한국을 떠난지 일년 하고도 절반 정도가 지나자, 아이들의 언어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엔 한국어와 영어 단어를 섞어쓰기 시작한다. 
둘째: 현서, 너 테이블 클리닝 해.
셋째: 내 임무는 셋 더 테이블이야. 클리닝은 오빠 잡이야.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 있으니,
둘째: 엄마, 다음 년에도 캠핑갈거야? 이번 년에 많이 갔잖아.
엄마: 아니, 얘가 왜 이년 저년 하고 그래. 
 
올해와 내년이라는 말을 몰라서 하는 게 아니다. 이번, 다음이라는 관형사를 먼저 떠올리고 말하려니 당연히 이번 년, 다음 년이 될 수밖에. 막내의 한국어가 가장 신경쓰인다. 그래서 동화책을 주문해서 읽히기 시작했다. 적어도 물고기와 생선은 분별할 줄 알아야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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