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를 빛낸 위인들 중 한 사람 - 에드문드 힐러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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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를 빛낸 위인들 중 한 사람 - 에드문드 힐러리(경)

0 개 6,680 정경란


과거 영국 식민지였거나 현재 영연방에 속한 나라의 지폐나 동전속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현 엘리자베스 여왕이다. 100달러짜리 고액권 지폐에는 여지없이 여왕님의 초상이 들어있고, 그 이하 50, 20, 10 달러 짜리 지폐에는 그 나라 역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 새겨져 있다. 
 
뉴질랜드 5달러 지폐속의 인물이 처음에는 정치인인 줄 알았다. 밑에 자그맣게 쓰여진 이름을 읽는 수고를 처음으로 한 것은 뉴질랜드에 온 지 두어달 만이었다. 



에드문드 힐러리. 동네 도서관의 어린이 코너에 가면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책이 모험가, 과학자들에 관한 책들이었다. 그 중 가장 익숙한 얼굴이 바로 에드문드 힐러리였다. 1953년, 세상의 지붕이라는 에베레스트를 세계 최초로 오른 인물이니 산악인이라도 한 나라의 지폐 속 인물로 등장할 만한 이유는 충분할 것이다. 그만큼 에드문드 힐러리는 우리 식으로 말하면 뉴질랜드를 빛낸 위인들(100명까지 세기는 힘들 듯 하지만^^) 중 단연 열손가락안에 꼽히는 인물이다. 

그러던 중 자주 다니는 구세군 상점(Salvation Army Family Shop)에서 옆의 책을 발견했고, 뉴질랜드 역사 한번 공부하는 셈 치고 사서 읽기 시작했다. 오클랜드 근교 타우카우의 농장에서 어린시절을 보내고 오클랜드 그래머 스쿨에 다니기 위해 매일 아침 7시 기차를 타고 통학했던 에드. 기차 통학중 하루에 평균 한권꼴로 책을 읽게 되었는데 주로 영웅모험담을 즐겨 읽었고 그들의 모험에 크게 매료되었다. 그래서 책 제목도 ‘모험없인 성공도 없다’가 되었는지도… 그래머 스쿨을 졸업한 후 에드워드는 아버지랑 양봉일을 하면서 레저용 등반을 시작한다. 
 
그러던 중 제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자, 군에 입대해 항법사 훈련도 받는다. 이때 습득한 항법지식은 이후 남극을 탐험할 때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영국 산악인 존 헌트의 초대로 에베레스트 등반팀에 합류하게 된 건 예정된 운명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람들이 잘 모르는 혹은 과거에 한번 들었다 해도 금방 잊는 아주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인데) 에드문드 힐러리는 네팔 세르파인 텐징 노르게이와 한 팀을 이루어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이후 누가 먼저 정상에 발을 올려 놓았는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지만, 정작 두 사람은 개인이 아니라 팀으로서 정상에 올랐노라고 논란을 종식시킨다. 그리고 두 사람의 우정은 이후 에드가 네팔의 세르파들을 위해서 학교와 병원을 짓고 후원하는 평생 사업으로 이어진다. 에드문드 힐러리는 위의 책 이외도 몇 권을 책을 더 저술하는데 뉴질랜드 인의 낙천적 성격이 그대로 느껴져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에드워드 힐러리와 뉴질랜드를 연관시키기 전까지는 정서적 울림이 없었으나, 비록 언어는 달라도 그가 보고 자랐을 자연을 내가 현재 그 안에서 느끼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괜히 친근해지는 건, 분명 인지상정이다. 

우리는 바야흐로 인종적 배경보다는 생활하고 있는 지리적 환경과 언어가 그 사람을 규정하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나 역시 매일 매일 제 2외국어가 주는  멀미를 견디면서,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땅에서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이해하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그 노력의 하나로, 한때는 웰링턴 소재National Archive에 가서 시대별 TV 프로그램을 열심히 보기도 했다. (국가로서의 역사가 짧아서인지, 다행히 분량도 그리 많지 않다) 

한번은 한국이 비극적 전쟁을 치르고 있었을 1950년대, 당시 뉴질랜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궁금해져서 당시의 프로그램을 보았다. 집집마다 냉장고, 식기세척기를 구비하고 주말엔 극장에 가서 영화를 즐기는 젊은 뉴질랜드인들의 풍요로운 일상에 한국의 전쟁고아의 이미지가 겹쳐서 순간 울컥 해진 적도 있었다. 아직까지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장소의 언어보다는 모국어의 환경에서 익힌 정서와 교육이 내 뼈 속에 진하게 아로 새겨져 있음을 새삼 느낀 순간이었다. 깊은 정서적 공감, 그걸 우린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말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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