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학생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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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학생과의 대화

0 개 1,216 Lightcraft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잠시 후 한 중년의 여자가 들어선다.
 
여자: 안녕하세요. 저는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인데 사진으로 작품을 하는 것에 관해 몇 가지 물어볼 것들이 있어서 찾아 왔습니다.

사진가: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물어보시면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성의껏 답변을 해 드리죠.

여자: 사실 저는 최근까지 페인팅만 줄곧 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페인팅과 같이 융합하여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매체에 대하여 고민을 하다가 사진을 제 작업에 도입을 했어요.

사진가: 그렇군요.

여자: 일단 제가 최근에 작업한 사진을 하나 보여드리고 얘기를 해도 될까요?

여자는 핸드백에서 USB 메모리를 꺼내어 건네준다. 사진가는 컴퓨터에 USB 메모리를 삽입하고 컴퓨터가 인식을 마칠 때까지 잠시 침묵 속에서 기다린다.

사진가: 이 중에 어느 사진인가요?

여자: 여기 세 번째 폴더 안에 들어있는 사진이에요.

여자가 가리키는 파일을 띄우자 추상화를 연상시키는 기하학적 도형들이 교차하고 있는 사진이 나왔다.

여자: 이 사진은 제 페인팅을 사진으로 찍은 것이에요. 사실 저는 이 상태 그대로도 충분히 마음에 들고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컴퓨터에서 더 작업을 하여야 할까요?

사진가: 컴퓨터에서 작업을 더 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여자: 사실 제 궁극적인 궁금함은 컴퓨터에서 사진을 작업하는데 그 허용의 한계치가 어느 정도냐 하는 것이에요. 저는 그냥 컴퓨터에서 아무 작업도 하지 않은 지금 보시는 상태 그대로도 마음에 드는데 더 작업을 하여도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사진가: 기술적인 부분에 대하여 말하는 건가요 아니면 현대 예술의 이론적인 부분에 대하여 말하는 건가요?

여자: 둘 다요.

사진가: 음…… 아무래도 사진을 카메라로 찍은 그 상태가 가장 솔직하고 사실적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네요.

여자: 네.

사진가: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난 후 그 즉시 어떤 일이 카메라 내부에서 일어나는 지 먼저 알아야 할 것 같네요. 예를 들어 컴퓨터로 아무 작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하고 JPEG 파일만 생성하는 것으로 카메라를 설정하고 사진을 찍는다고 가정하죠. 셔터를 누른 직후 카메라 내부의 화상 처리 엔진과 소프트웨어에서 센서에 기록된 빛을 JPEG 파일로 저장하게 됩니다. 카메라 메뉴의 JPEG 파일 옵션들은 보신 적 있나요?

여자: 그럼요.

사진가: 브랜드마다 다르지만 보통 대비, 채도, 선명도 등을 미리 설정할 수가 있죠.

여자: 네. 그렇죠.

사진가: 카메라 내부의 화상 처리 엔진과 소프트웨어는 그 설정 값을 적용하여 JPEG 파일을 만들어 냅니다. 카메라 내부에 아주 작은 컴퓨터와 포토샵이 설치되어 있다는 소리죠. 당신이 생각하는 솔직하고 사실적인 사진도 사실 카메라 내부의 작은 컴퓨터에서 처리되어 나온다는 말입니다.

여자: 그런 사실은 전혀 몰랐어요.

사진가: 먼저 말했던 사실을 감안하면 컴퓨터와 포토샵으로 더 사진에 변화를 주는 것이 딱히 문제가 될 것이 없지 않을까 싶네요.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다 잠시 침묵에 빠진다.

사진가: 그럼 이번에는 현대 예술의 이론적인 측면에 대해서 말해볼까요?

여자: 네. 그 부분도 상당히 궁금하네요.

사진가: 사진을 만드는데 있어 사진가의 인위적인 개입이 어디서부터 시작한다고 보세요?

여자: 아마도 컴퓨터로 작업을 시작하는 시점이 아닐까요? 그래서 제가 과연 그것이 이론적인 측면에서 허용이 되는지가 궁금한 것이기도 하죠.

사진가: 많이들 그렇게 생각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사진가가 무엇을 찍기로 한 순간 이미 사진가의 인위적인 개입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사진가가 카메라를 피사체에 들이대고 구도를 잡는 순간 그 피사체가 되는 광경은 더 이상 있는 그대로의 광경이 되는 것이 아니죠. 이미 그 광경에 제 삼자인 사진가가 개입을 시작하였으니까요. 저는 그 무엇도 있는 그대로일 수는 없다고 봐요. 어느 무엇이 누군가의 개입 없이 있는 그대로라면 아무도 그 무엇을 본 적이 없다는 말이 되고 아무도 본 적이 없는 것인 실체가 없는 것이죠.

여자: 계속 말해보세요.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 같아요.

사진가: 그리고 사진가가 구도를 잡는 행위 자체가 눈 앞에 펼쳐진 전체적인 부분에서 한 부분만을 세심하게 골라 사진에 옮겨 버리는 행위인데 이 행위도 사진가의 인위적인 개입이 되는 것이죠. 또한 나중에 그 사진을 어떠한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보이게끔 하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서도 사진가의 개입을 끊임없이 일어나죠.

여자: 그렇군요. 제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렇다면 어디까지 컴퓨터로 작업하는 일이 허용되느냐를 따지기 보다는 어떻게 보여지게 할 것인가에 따라 컴퓨터 작업 범위를 정하는 편이 더 적당하겠군요.

사진가: 그렇다고도 볼 수 있죠. 미술사에서 흥미로운 한가지 부분은 어느 시점에서 페인팅은 극사실주의에서 사진처럼 보이려고 시도를 하였죠. 그와 동시에 현실을 복제하고 사실주의 페인팅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사진은 어느 시점에서 추상화와 같이 추상적인 부분을 도입하였죠. 어느 순간 서로가 서로를 닮아가려 하고 있었고 지금은 사실상 사진과 페인팅의 경계가 애매모호하게끔 흐려졌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여자: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천상 페인팅만 해오던 제가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이기도 하죠. 오늘 대화가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정말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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