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베르네 소비뇽, 강한 것은 부드럽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카베르네 소비뇽, 강한 것은 부드럽다

0 개 2,562 피터 황

차창 밖에서 코끝에 익숙한 고기 굽는 냄새가 와 닿았다. 연기에 섞여 나오는 바로 그 냄새,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달달 한 맛, 주머니 사정이 그리 녹록하지 않던 시절 푸짐한 고기 양 때문에 서민들의 넘버원 메뉴가 되었던 돼지갈비다. 숨 죽은 연탄불 드럼통 위 석쇠에 올려져 지글거리며 익어가던 불맛나는 갈비에 힘들었던 하루를 씻어내는 노동자, 넥타이를 맨 직장인 가림 없이 양손으로 잡고 야무지게 뜯어먹던 정겨운 풍경이 그려진다. 
 
돼지갈비처럼 진한 양념의 음식에는 강한 맛의 와인이 잘 어울린다. 특히 풍부한 타닌은 단백질을 부드럽게 하기 때문에 질긴 고기와 잘 매치가 된다. 그 중에서도 레드와인의 제왕, 카베르네 소비뇽은 제격이다. 캡 또는 캡샙(Cab Sab)이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하는데 17세기 프랑스 보르도지역의 서로 다른 지역에서 자라던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과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이 우연히 교차 수분되어 만들어진 교잡종이다. 소비뇽의 어원은 프랑스어로 ‘야생’이란 의미의 쇼바쥬(sauvage)인데 카베르네 소비뇽의 거칠고 공격적인 성격이 어쩌면 이러한 유전적인 성격을 물려받은 듯하다. 캡은 알이 매우 작으며 깊고 어두운 색과 두꺼운 껍질, 많은 씨앗을 가지고 있어 색소와 타닌이 풍부하고 부패를 늦춰주며 병충해와 추위에 강하다. 최고급 캡은 천천히 숙성되면서 달콤한 블랙커런트 향과 함께 삼나무 향, 시가박스의 화양목 향, 연필 깎은 부스러기 향을 풍기며 대단히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의 풍부한 타닌은 와인의 뼈대를 만들어주고 맛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장기숙성을 하기 위한 필수요소다. 캡샙이 좋아하는 토양은 배수가 잘되는 자갈토양인데 그래서 프랑스와인의 심장부인 보르도 서부의 메독(Medoc)과 그라브(Grave) 지역이 세계최고 캡의 명품산지다. 전세계적인 캡샙의 고향으로는 프랑스 보르도 메독지방과 미국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의 알렉산더 밸리, 나파밸리, 센트럴 코스트의 파소 로블 지역이다. 다음으로는 칠레 메이포 밸리, 호주 남부 쿠나와라 지역이 유명산지다. 뉴질랜드에서는 혹스베이와 와이헤케 아일랜드가 훌륭하며 특히 온화한 지역의 특성으로 맛이 풍부하고 싱그럽게 익은 딸기 향이 포함된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은 1976년 파리에서 행해진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당당히 프랑스 보르도를 제치고 승리를 거두게 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자존심이 상한 프랑스는 30년 뒤 2006년 파리에서 숙성력이 뛰어난 보르도를 대표선수로 선발해서 또 한번의 대결을 펼쳤지만 결과는 똑같은 미국의 완승이었다. 빈티지의 기복이 심한 프랑스 와인의 30년 뒤의 승부도 별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단일 품종으로 와인을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향이나 조직감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주로 다른 품종과 블랜딩함으로써 화룡점정(畵龍點睛)같은 복합성을 강조한다. 보르도의 경우는 전통적으로 메를로(Merlot)를 섞어서 맛을 순화시키고 프티 베르도(Petit Verdot)를 섞어서 스파이시한 맛을 준다. 그리고 카베르네 프랑으로 과일 향을 강화시키고 말벡(Malbec)으로 색도를 높인다. 이탈리아에서는 산죠베제(Sangiovese), 호주에서는 쉬라즈처럼 토종품종에 캡을 섞어 세계유일의 독특한 맛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이 있는 법이다. 그것은 세월이 흘러가며 어렵던 시절의 감사함과 함께 그리움까지 더해져 더욱 진한 추억으로 자리하게 마련이다. 세월이 흐르고 사람들의 취향도 많이 바뀌었지만 격식 없이 소탈하게 누구나 만나기에 어울리던 곳, 취해서 호탕하게 떠들어도 누구 하나 눈총을 주지 않던 정담이 있고 넉넉하던 그 곳을 떠올리며 든든하고 묵직한 무게 감, 처음과 끝이 흔들림 없는 구조감으로 굳건하게 지조(志操)를 지켜내는 캡샙에 대한 깊은 신뢰감을 오버랩 한다. 카베르네 소비뇽, 젊을 때는 떫고 거칠던 모습이 해가 갈수록 절묘하게 조화되어가는 그를 대할 때마다 강한 것이 센 것이 아니고 ‘부드러운 것이 진정으로 강한 것’이라는 삶의 지혜를 얻곤 한다.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502 | 1일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37 | 1일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70 | 1일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95 | 1일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18 | 1일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626 | 1일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2 | 1일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3 | 1일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7 | 1일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86 | 2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7 | 2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4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7 | 2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33 | 2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5 | 2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12 | 2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29 | 3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804 | 6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73 | 8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9 | 2026.03.16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35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61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8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80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52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