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그 열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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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그 열기처럼

0 개 3,081 NZ코리아포스트
뜨겁게 달아 오르던 ‘제11대 한인회장’ 후보 세 사람의 열기도 이제 가라 앉았다.

그 분들을 지켜보며 진정으로 우리 교민을 대표 할 한 사람을 가리느라 설왕설래 신경전을 벌였던 시간들도 이미 다 지나갔다.

이젠 당선자의 당당한 자신감과 공약을 굳게 믿으며.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며 진보하는 ‘한인회’가 될지? 새로운 꿈과 희망으로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따라서 우리 교민 모두는 그 어느 때 보다 깊은 관심을 가지고 함께 동참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음도 주지해야만 할 것 같다.

그동안 ‘한인회’는 한가한 노인들과 일부 사람들만의 것으로 많은 교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지금에 이르렀다. 뿌리 내리고 살아가기 힘든 이민생활에 기대고 믿을 만큼 기대치에 못 미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11대는 세 사람이나 후보가 나온 것도 그렇거니와 각 후보가 너무도 자신있게 공약을 내걸고 경합을 벌였으니 무언가 많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우리 한인 사회에도 이제 신선한 변혁의 새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지?....

학교 공부에. 알바에 이발 할 시간조차 비우지 못 해 덥수룩한 머리에 민망한 모습으로 나타난 손자와 “할머니 제가 찍는 그 분이 잘못하면 어떡하죠?”라며 불안을 앞세우는 어린 숙녀를 데리고 투표장으로 향하는 내 마음은 기쁘고 뿌듯하기만 했다. 세 살. 일곱살. 어린 나이에 이민와서 어느새 유권자가 된 아이들이다. 요즘 아이들 할머니의 말을 선뜻 따라줄 것 같지않아 좀 유치한 방법이긴 하지만 나름의 미끼까지 준비하고 ‘콜’을 했었다. “오늘 한인회장 뽑는 선거일이다 너희들도 투표하러 나와야지”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 준비한 미끼는 써 보기도 전에 명령(?)부터 해 버렸다. 앗차! 그러나 내 사랑하는 아이들은 예상과는 달리 할머니의 명령을 고분고분하게 따라주었다. 그들이야말로 투표의 중요성을 먼저 알고 있었나보다 (이 어리석은 노파심이여) 사실은 그들이 그리도 좋아하는 ‘깍두기’를 일찍감히 담가 익혀놓고 미끼로 쓰려고 했는데 그것은 투표 후에 값진 상품(賞品)이 되어 버렸다.

“할머니가 선택한 ㅇ번후보 잘 아시는 분이세요?”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행사하는 권리라서 그런가. 야무지게 물어오는 어린 손녀의 태도가 제법 어른스러워 조심스럽고 대견했다. “나하고는 아무 친분도 없는 분이란다. 그동안 세 후보의 말을 열심히 보고 들으며. 당당한 자신감과 무섭게 파고드는 집념의 한 사람을 믿어보기로 한거지” 도약의 때가 온 모양일까?. 교민사회에 새로운 빛이 밝게 비춰오는 것 같은 막연한 느낌이 드는 것은... 거목처럼 우뚝하게 자란 손자. 손녀 사이에서 작은 아이처럼 매달려가던 그 모습을 오래오래 추억하련다.

투표를 끝내고 우리는 젊은이들이 쉽게 드나드는 ‘스타벅스’ 커피숍에 앉아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며. 저희들 스스로 자립해서 좌충우돌 서툰 삶을 배워가는 모습에 짠한 감동과 가슴 뭉쿨한 연민을 느꼈다. 이 아이들이야말로 이 학교. 저 학교로 쫓겨다니며 고국을 배워 온 한국학교 졸업생들이잖은가. 우리만의 한국학교도 생기고. 문화회관도 지울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기대에 들떠있는 그들. 한국인이 우리 말을 못하면 안되지 않느냐고 입을 모으는 그 애들 방에는 늘 태극기가 걸려있다.

성인되던 스무살에 ‘조국 순례 국토 종단’ 행사에 참가해.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조국의 땅을 골고루 밟아 본 손자. 그리고 중학생 때. 1년간 한국에 유학해서 조국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온 손녀는 김치와 더불어 호박잎 쌈을 무지 좋아하는 진짜로 한국통이다.

“할머니의 선택이 옳았네요. 우리가 이겼어요.” 제 표가 당선됐다고 반가워하는 초보 유권자. “그런데 잘못하면 어떡하죠” 혹시라도 귀중한 표심을 배반이라도 당할까봐, 겁부터 앞서는 아이의 우려에 무척 당혹감을 느꼈다. 우리는 불신의 시대에 사는 어른임이 맞나보다.

한국문화 고국의 정서를 잃어가는 1.5세대. 그들에게 우리 기성세대는 신뢰받는 모범을 보여주어야 할 책임도 있고. 그들이 마음놓고 뻗어나갈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어야 함도 물론이다. 하버브릿지에 태극기를 올린 장본인들이 대학생들이었음을 상기하면서 어른들보다 그들이야말로 조국 사랑의 순수함이 더 돋보여 다행스럽기도했다. 그러나 김치 깍두기를 좋아하면서도 서양문화에 깊이 젖어드는 묘한 혼돈의 조화속에서. 정체성을 잃어가며 성장 해 갈까봐 이민 부모들은 전전긍긍 해 하며 사는 것 같다. 진정 그들에게 한국인의 ‘얼’을 심어주는 일도 절실하기만 하다.

이번 선거를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 한차원 성숙한 분위기로 치뤄졌다고들 말한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우리 다 함께 오월의 그 뜨겁던 열기를 잊지말고 밀고 당기면서 멋진 교민사회를 만들어 갑시다. 당선자님께 진심으로 축하를 드리며, 페어플레이를 해 주신 두 분 낙선자님께도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수고들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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