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의 가을 속으로 달리다(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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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의 가을 속으로 달리다(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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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대교 앞. 자그마한 모텔에 여장을 풀었다. 목포, 강진, 두륜산을 거쳐 숨가쁘게 달려온 하루였다. 예향의 도시답게 밤바람에 실려 온 묵향이 창 틈으로 스며드는 것도 같고.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밤을 가르는데 진돗개 아니랄까봐 요란스럽기도하다.

먼동이 트자마자 우리는 어둑한 대교 앞. 울돌목 근처를 산책했다.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무찌른‘명량 대첩지’로 너무도 잘 알려진 역사적인 곳이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아는지 모르는지 물은 여전히 흐르고 물 위에 떠 있는 거북선은 관광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시대를 초월해서 참 위력적으로 보였다. 진도의 아침은 서서히 밝아오고 우리는 다른 목적지를 향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이름도 낯선 “팽목”항에서 버스를 두고 배를 탔다. ‘휴양하기 좋은 섬 베스트 30’에 들었다는 “조(鳥)도”를 향해서 뱃길을 재촉했다.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답게 조용하고 아름다운 섬이라는걸 금방 알게 되었다.

154개의 작은섬들이 새 떼처럼 펼쳐져 있어 새의 섬. 조도라고 이름 붙여진 것처럼. 그러나 그 중에서 가장 큰 상, 하, 조도만 보는데도 볼거리가 풍성했다. 섬 안에 관광버스로 대충 둘러보는 정도로는 아쉽기 그지 없었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조도 군도를 지나는 배들의 길잡이인 하조도 등대는 1909년에 만들어져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인 등대로 높이 48m의 하조도 끝자락에 위용도 당당하다. 만가지 형상을 한 만물상 바위가 옆에 있다는데..... 절벽길을 따라 하늘을 오르듯 계단을 오르는데 날아 갈 듯한 바람에 아슬아슬함을 맛보며 남도의 바다 위에 우뚝 서 보았다. 뉴질랜드 사모님 가져 가시라고 특별히 찍어 준다던 가이드님 사진은 아직도 카메라 안에서 잠을 자고 있는지? 바람타고 훨훨 어디로 날아 갔을까?

210m의 ‘도리’산 전망대에 올라 보니 그야말로 154개의 섬을 360도로 한 눈에 볼 수가 있어 조도의 제 일경이라고 부를만했다. 물 위에 떠 있는 푸릇푸릇한 섬들이 마치 에메랄드를 뿌려 놓은듯 아름다웠다. 버스에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안내를 하는 현지 가이드의 입담이 제법 걸직해서 여자들을 신나게 웃긴다.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인지 금방 짐작이 간다.

멀찍이 ‘관매도’ 동북쪽에 있는 섬. ‘방아섬’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오뚝한 섬 정상에 솟은 남근 바위는 남자의 상징처럼 영낙없는데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인들이 정성껏 기원 하면 소원이 성취된다는 전설이 있단다.‘방아섬’이란 이름은 선녀가 내려와 방아를 찧었다는데 왜 하필이면 남근 바위가 있는데서 방아를 찧었을까? 혼자서 싱거운 생각을 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방아를 찧던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하고 밥을 지어 먹었다는 ‘서둘바글’ 폭포는 밀물 시에는 바닷물 위로 떨어지지만 썰물 때는 자갈밭 위로 떨어지는데 그 폭포수의 물을 맞으면 피부병이 낳는다나. ‘서둘바글’이란 이름이 영 낯설기만하다.

자연산 돌미역, 톳, 돌김, 우뭇가사리 등 풍부한 ‘다리여’ 에는 바닷물이 많이 빠졌을 때. 한 달에 4.5회밖에 못 들어 간다니 자연산이 비싼 이유를 알만도 하다. 주마간산 격으로 이동하며 보고 듣는게 전부이긴 했어도 남도의 해상공원답게 오밀조밀한 구경꺼리가 너무 재미있어 시간 가는줄을 모른다.

항구에서 배를 기다리는 동안. 매표소 아저씨의 졸고 있는듯한 모습이 너무도 한가롭고 여유로워 보였다. 사탕 하나를 건네니 쑥쓰러워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이 어찌나 순박해 보이던지 특별한 인상으로 오래도록 지워지지가 않는다.

돌아오는 길. 널찍한 배 안에서 다리 뻗고 편안한데 땀에 흠씬 젖은 벽안의 젊은 청년이 바쁘게도 달려 왔나 보다. 셔츠가 흠씬 젖어 있다. 어느 나라에서 뭐하러 온 사람일까? 그도 관광객인줄 알았는데 영어를 가르치려고 “벨기에”에서 온 섬학교 선생님이란다. “여기가 좋으냐”고 물었더니 엉뚱하게도 너무 더워서 죽겠다고 엄살을 한다. 이 작은섬에도 현지의 영어 선생님이 있다는걸 알고 고국의 교육 열기에 놀랬다. ‘진도’ 팽목항에 내려 기다리던 버스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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