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현실 사이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이상과 현실 사이

0 개 2,012 안진희
‘나도 가지고 놀고 싶은데..’ ‘그래? 그럼 자, 여기. 난 이제 다른걸 가지고 놀아야겠다.’ ‘고마워.’ ‘어머~ 우리 호비가 장난감을 나누어 주었네. 우리 호비 대단해!’ ‘미미도 고마워 하고 말했네. 잘했어 미미야.’

우리 아들이 즐겨보는 한 교육 DVD의 장면이다.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아이를 10명쯤 키워도 거뜬할 것 같다는 근본 없는 자신감이 마구마구 샘솟게 만드는 장면이지 않는가.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친구가 집에 놀러 온다. 신발을 벗기가 무섭게 아들의 장난감들을 이것저것 탐색한다. 아들은 그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친구 손이 닿는 것마다 자신의 소유를 강하게 주장하며 뺏어댄다. 친구라고 질소냐. 둘이서 한 장난감을 붙들고 서로 밀고 댕기고. 힘으로 안되면 소리 지르기로 맞서고. 엄마들이 나서서 교과서적 말투로 ‘사.이.좋.게’를 강조하며 타일러 보지만 보기 좋게 무시 당하기 일수다. 결국 장난감을 뺏어서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올려놓고 둘 다 못 가지게 해야 상황 종료. 모든 장난감들이 다 식탁위로 치워지고 나서야 집안에 평화가 찾아온다.

‘내가 먼저 타야지.’ ‘아니야, 내가 먼저 탈거야.’ ‘나도 타고 싶다구.’ ‘이런 이런. 미끄럼틀을 탈 때는 차례차례 순서를 지켜서 타야지. 순서를 지켜서 타면 더 재미있을 거야. 자, 우리 모두 차례차례 타볼까?’ ‘차례 차례!’ ‘순서를 지켜서 타니까 너무 재미있어요!’

DVD에 나오는 아이들은 말도 참 잘 듣는다.

반면 우리 집에선…

고만고만한 친구들 셋이 모이면 코딱지만한 미끄럼틀은 분쟁의 씨앗이 되기 일수다.

한 친구가 올라가서 핸들을 돌리고 있으면 어김없이 다른 친구가 비집고 올라가 내려올 차비를 하고. 아들은 언제나 미끄럼틀을 거꾸로 올라가며 내려오는 친구와의 무력 충돌을 서슴지 않는 역할을 맡는다. 엄마들은 ‘차.례.차.례.’를 강조하며 좋게 좋게 타일러보려 하지만 이미 뒤얽혀 서로 밀치고 울고 짜고. 역시나 결국엔 직접 나서서 떼어 놓아야 평화적으로 상황 종료.

‘호비야, 오늘은 마트에 가서 과자를 사지 않겠다고 엄마랑 약속할까?’ ‘네, 엄마. 사랑하는 엄마랑 약속. 오늘은 과자를 안 살 거에요!’ ‘양파도 사고.. 당근이랑..’ ‘어, 과자다! 와 맛있겠다!’ ‘어.. 호비야, 엄마랑 약속한 거 잊었니?’ ‘아, 맞다. 엄마랑 약속했지! 오늘은 과자를 안 살 거에요!’ ‘우리 호비 참 착하네~’

아.. 호비가 내 아들이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자가 마트에 가면..

일단은 유모차에 앉아서 잘 시작한다. 그러나 유모차에 잘 앉아서 버틸 수 있는 한계 시간이 극히 짧기 때문에 여유로운 쇼핑은 기대할 수 없다. 무조건 필요한 것을 향해 앞만 보고 돌진 또 돌진. 물론 중간 중간 흥미를 끌어줄 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한번 잃은 참을성은 거의 회복 불가이니까. 봉지에 직접 물건을 넣게도 해주고 신기한걸 만져보게도 해주지만 이제 겨우 야채 코너를 벗어났을 뿐. 갈 길은 아직 멀다. 과자를 보면 과자를 달라, 우유를 보면 우유를 달라. 빵을 보면 빵을 달라. 먹는 건 어찌 그리도 귀신같이 잘 찾아내는지. 다 뜯어서 하나씩 쥐어주고 나서야 겨우겨우 계산대까지 올 수 있으니.. 엄마는 전투 장보기를 하시는데 아들은 피크닉을 나와 룰루랄라 입이 즐겁고 눈이 즐겁네.

책에서 본대로 TV에서 본대로 엄마가 부드럽고 단호하게 ‘이렇게 하도록 하자~’하면 아이가 ‘네, 엄마.’하며 따라올 거라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공공장소에서 소리지르며 아이를 혼내는 엄마들을 보며 무식하다 비난의 눈길을 주던 시절이 있었다.

직접 키워보니 현실에선 소리도 질러야 하더라. 공공장소라고 떼쓰는 걸 들어주면 더 큰 화를 불러오더라.

아들아. 우리도 서로 함께 힘을 모아 노력하면 언젠가는 호비랑 호비 엄마처럼 고상하게 지낼 수 있겠지? 그 날을 향해 오늘도 파이팅하자!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503 | 1일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37 | 1일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74 | 1일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95 | 1일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18 | 1일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628 | 1일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2 | 1일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3 | 1일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8 | 1일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87 | 2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8 | 2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4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8 | 2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33 | 2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5 | 2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12 | 2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30 | 3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805 | 6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75 | 8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9 | 2026.03.16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36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61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8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81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52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