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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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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00일

"여보시요 안녕하슈?" "누구?" 어_엉 내가 먼저 하려던 참인데 ...어쩌구.." 그녀 특유의 멘트가 길다. "긴 얘긴 만나서 하자구 이여자야" "어머머어 오셨구려" 깜짝쇼를 하고 싶어 아무에게도 안 알리고 왔기에 놀래는 친구가 과연 재미있다.

약속된 장소는 서울 대공원 앞. 이년 반만에 만나는 친구와의 해후가 눈물겹게 정겹다. 긴 포옹과 함께 아이들처럼 낄낄거리면서 만나는 모습을 누가 보면 얼마나 유치했을지? 따뜻하게 전해오는 서로의 건강한 체온을 느끼며 눈물나게 감사했다.

지상으로 나가니 숲이 우거진 오솔길이 나왔고 초가을의 한낮 볕이 제법 따가워 나무 그늘이 반갑다. "쉼터였던가?" 나무에 걸린 허름한 간판을 보면서 둥근 탁자가 몇 개 놓여진 그늘막에 우리는 앉았다. 허름한 숲속 식당이었다. 둘러보니 두어군데 테이블에선 남자들이 보글보글 잘 끓는 냄비를 둘러앉아 기분 좋게 술잔을 건네는 모습이 보였다.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주문을 받는다 내가 그리도 먹고 싶었던 것은 별것 아닌 평범한 일반식이었기에 거침없이 백반을 시켰다. 큼직한 대접에 질퍽하게 끓인 고등어 조림에 꿀꺽 침이 넘어간다. 콩나물 무침. 조개젓. 감자볶음. 강된장에 호박잎 쌈. 거칠게 솜씨없이 부친 계란 지짐이 한 접시. 그것으로 끝인 줄 알았는데 두툼하게 썰은 두부에 동태찌개가 한대접. 푸짐했다. 양념냄새가 싱싱한 겉절이가 입맛을 살린다. 아- 맛있다 이것저것 전부 내 입맛에 딱이다 정말 맛있다 메뉴판을 보니 5000원. 너무나 신기하고 감동스러웠다. "아줌마 오래간만에 우리 엄마가 해 준 것 같은 밥 정말 잘 먹고 가네요" 저절로 그런 말이 튀어 나왔다, (바로 이런걸 먹고 싶었던거야)

10월 0일

옛날에 내가 갔던 인천 송도는 말 그대로 솔숲에 뭍인 작은섬, 해변이 보이는 소풍장소 말고는 생각나는게 없다. 그 송도가 새로이 국제도시로 태어나려는 꿈틀거림을 보면서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80일간의 미래 도시 이야기"라는 타이틀을 걸고 인천세계도시축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그 규모가 놀라웠다. 먼 바다를 지키는 등대이듯 151층의 높은 타워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로 솟는다면 4년 4개월간의 고된 공정을 마친 세계에서 여섯번째를 자랑한다는 21.38km의 긴 다리 인천 대교가 인천 앞바다를 가로질러 국제공항으로 이어지면서 고무줄처럼 길게 길게 선을 긋고 아득하기 만하다.

미래의 도시 투모로우 시티가 멋진 국제도시로 송도를 빛내 줄 것임을 타임 머신을 타고 미리 체험하는 그런 뜻깊은 하루였다. 200개라던가 1m 50의 간격으로 이어진 연이 아득하게 걸린 높 푸른 창공을 올려다보면서 미래의 국제도시 송도의 기개 같아 경이스로웠다,

10월 00일

황금들판. 얼마나 오랫만에 만나 보는 반가운 경치던가! 노오랗게 익은 벼포기가 기분좋게 바람에 출렁인다. 고층 아파트가 성벽처럼 둘러쳐진 도시 가운데 변함없는 농촌의 가을 들녘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그림처럼 아름답다. 금년은 태풍이 없어서 가을걷이 모두가 대풍이란다. 우리땅에서 수확한 과일들이 울긋불긋 꽃처럼 아름답고 풍요롭다 내가 즐기던 조국의 먹거리로 보기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청명한 가을 하늘. 바람냄새가 싱그럽고 땅 냄새가 정겹다 어디서든 우리말만 하는 같은 사람들 박하사탕을 입에 물은 듯 가슴이 후련하다, 굴러다니는 낙엽도 귀엽고 차창을 스치는 길가의 풀 포기들, 앙증맞은 들꽃들이 사랑스러워 절로 미소가 어린다,

전에 새우나 먹으러 다니던 "대부도"에는 하 -내 -테 -마 -파 -크가 있었다. 하늘아래 내일을 준비하기 위한 쉼터라나 풍경이 있는 야생화와 조형정원이 예쁜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테마별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는 각종 공예관이며 석박물관 곤충박물관 등 볼거리가 많았다, 싱그러운 바닷바람과 자연림이 울창한 해안에 접해 있는 대자연의 에너지가 풍부한 곳이어서 즐겁고 상쾌했다. 1년 내내 월별로 벌어지는 축제가 있어 학생들 산 교육장으로 손색이 없었다. 지친 몸의 피로를 풀어 주는 따뜻한 소금족탕이 나이 먹은 고객들을 기쁘게 해 주었다. 문득 로토루아에서 즐겼던 족탕이 생각나서 잠시 혼란을 겪었다. 아- 따뜻해 가슴까지 훈훈해지고 정신의 피로가 말끔히 가시려는데 더 높은 곳에 조형정원이 너무 아름답다며 빨라 올라오라는 전갈을 받는다. 좋은 하루였다, 내려오는 길에 수도 없이 늘어선 조랑박 터널을 빠져 나오는데 탄탄하게 굳은 박덩이들이 사납게 머리를 때린다. 깊은 인상을 주려는 듯.....

                                                                 서울에서 오 소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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