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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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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하나, 또하나! 이 딸딸이 엄마를 한없이 부러워하는 고국의 친구들. 딸 덕에 자연 좋은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내가 배 아프게 부럽단다. 허기사 내 힘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는 일이니 그들 말이 괜한 입씨름만은 아니다. 거기다가 외국에 산다고 말만 떨어지면 필요하다는 걸 득달같이 보내 주는 딸도 있으니 그런 말을 듣는게 당연할 수 밖에.... 딸딸이 엄마는 그래서 행복하다. 남의 아들 열과 비기리---

농경사회이던 전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전답을 물려 받아 농사를 짓고 가문을 책임지며 대를 이어야 했으니 아들을 선호했었다. 딸은 남의 집에 시집보내니 출가외인 일 수 밖에.... 그러나 현대 문명과 더불어 산업사회로 바뀐 요즈음은 딸도 아들과 똑같이 교육을 받고 능력 껏 사회생활을 하는 시대이니 크게 아들 딸 구별이 없어졌다. 결혼식 폐백 때 양가 부모가 함께 절을 받는 평등한 세상으로, 참 세상 많이 바뀌었다. 이제 시댁 눈치 안 봐도 떳떳하게 친정부모에게도 효도할 수 있는 딸들의 당당한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시대를 역행하듯 굳이 아들을 얻으려고 딸을 줄줄이 일곱이나 낳는 그야말로 칠공주의 엄마가 있기도 하다. 낳으면 딸, 또 딸.... 나중에는 산기가 보여도 병원가기를 죄스러워 해 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었다. 아이를 낳자마자 도망치듯 울면서 집으로 달려오던 그녀, 장남도 아닌 집에 손을 이을 아들을 낳으라고 누가 보채지도 않는데 고집으로 지치지도 않고 낳더니 결국 여덟번째 아들을 얻었으니 성공은 한 셈이다. 무서운 집념으로 여덟까지 낳긴 했지만 그들을 보육하기에는 형편이 여의치 않았다. 대학 보낼 생각은 아예 못하고 첫째부터 내리 실업계 고등학교를 보내어 제 앞가림을 하도록 했다. 은행으로, 보험회사로 졸업하자마자 운 좋게 취직이 되는 그녀들.

그 집 다락방은 그 때부터 혼수감 창고가 되어 물건이 쌓여 갔고 첫째가 시집을 가면 그 다음은 둘째, 셋째의 것으로 빌 틈이 없었다. 딸 많은 집 딸들이 시집을 잘 간다던가? S대 출신으로 시작을 하더니 사내 결혼으로 쉽게 시집도 다들 잘 가서 든든한 식구로 사위들이 늘어 갔다. 시집가서 속 안 썩이고 잘 살면 효도라는 말은 옛말인 것처럼 그들은 시샘하듯 부모님을 챙기니 그 집은 항상 웃음꽃이 만발했다. 근래 여행 붐이 일기 시작하면서부터 누구보다 먼저 비행기를 탄 사람들도 그들이다 미국으로 유럽으로...." 딸을 낳으면 비행기 탄다는 말이 맞네 맞아" 주변에서 딸부잣집을 이젠 부러움의 대상으로 삼고있다.

그 손아랫 동서보다 숫자로는 열세지만 딸, 사위자랑이 만만치 않은 우리 언니도 있다. 뉴질랜드 동생이 보내 주는 로열젤리 먹고 아픈데 없이 건강하게 잘 산다고 전해오는 내 언니, 팔순을 목전에 둔 노인답지 않게 허리도 꼿꼿하고 곱고 단정하게 살아가시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지만 사실은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시라고 정성으로 화장품 보내 드리는 유난스레 자상한 막내사위 자랑임을 알고도 남는다. "나 요즈음 부지런히 화장하고 매일 미사에도 빠지지 않는데 혹 며느리가 흉이나 안 볼까 몰라" 노인의 애교가 사랑스럽다.

"엄마 오늘 그--날" 어느 딸이든지 전화만 해 오면 어린애처럼 들떠서 명동으로 나간다는 언니. 사방에 흩어져 사는 딸들 넷이 함께 모이는 날. 엄마를 맞이하여 맛있는 점심 먹고 차 마시면서 실컷 수다 떨다 돌아오면 쌓였던 피로며 스트레스가 한방에 싹 날아가 더 없이 즐겁단다.

"고모 나갑시다" 올케들이 줄줄이 딸들만 낳을 때 보란듯이 자랑스럽게 아들만 셋을 낳은 동갑네 시누이가 이젠 딸 많은 올케들을 부러워하는 처지가 되었다. 울면서 낳은 딸의 엄마는 웃음 꽃 속에 사는데 기쁨으로 맞이한 아들 엄마는 왜 이리 외로우냐고 하소연 하는 게 안타까워 만남을 함께 하기로 했다니 얼마나 고마울까? 아들은 그냥 든든한 울타리일 뿐 잔 재미가 없다는 게 사실인가 보다. 여자끼리만 통하는 게 있으니 딸은 영원한 벗일 수 밖에....

늙은 시누이 올케가 친구가 되어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며 지하철에 실려 가는 모습이 한편의 영상으로 떠 오른다. 행복한 순간을 맞으려는 기대에 찬 부푼 가슴, 희망의 눈빛! 이 딸딸이 엄마가 삼 모녀로 만나는 찰나의 내 눈빛은 과연 어떠할까? 아주 오래간만에 만나는 해후가..

언니는 동생을 만나러, 엄마는 그리운 딸을 보려고 우리는 함께 고국행 비행기를 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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