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와이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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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와이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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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반구인 이곳 뉴질랜드의 크리스마스는 내려쬐는 태양볕 아래 정열적으로 피어나는 포후투카화 꽃 속에서 맞이한다.

  바람을 잔뜩 넣어 부풀려 만든 풍선 눈사람에 줏대없이 흔들거리며 대형차에 실려 선발대로 입장하는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구경하느라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나는데 싼타할아버지의 두툼한 빨강옷과 모자, 커다란 짐승의 탈을 쓰고 공연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울까? 그래도 신나게 한 판 잘 논다. 긴 장대로 마냥 키를 늘린 마녀같이 화장을 한 여자들이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아래를 굽어보며 휘적휘적 지나가고 어릿광대가 외발자전거를 타고 재롱같은 묘기를 보여 어른 아이들을 함께 즐겁게 한다.

  드디어 너무도 귀에 익은 우리의 소리 사물놀이패의 징, 장구 소리가 우렁차게 귀청을 때리며 가까이 오는 것같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 쪽으로 향하고 들뜬 호기심으로 술렁이는걸 보면서 갑자기 나는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무언가가 치밀어 오르는 걸 느낀다.

  이역만리 떨어져 온 이 땅에서 우리도 이렇게 열심히 뿌리 내리고 있다는 울림 같아서 울컥 눈물이 솟는다. 날아다니던 새들도 놀라 달아 날만큼 쩌렁한 힘찬 우리소리. 붉고 푸르고 노란 삼색띠를 허리 아래로 찰랑거리며 신명나게 치고 두들기며 뛰어 들어오는 그들. 가운데서 힘차게 상모를 돌리는 젊은이. 그 젊은이들 속에 머리가 허연 노익장들이 혼신의 힘을 다하며 섞여 있다.

  나는 오늘 그분들을 응원하러 여기 해밀턴까지 오질 않았나. 개인 사업체를 가진 바쁘게 살아가는 분들이 황금같은 시간을 쪼개어 열성으로 배우는 모습을 지켜봐왔다. 아마 체력이 다 소진 될 때까지 조국을 알리는 행사에 뛰어다닐 대단하고 훌륭한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가슴 뜨거운 열정으로 이민생활을 하는 땀으로 얼룩진 얼굴, 얼굴들을 보면서 눈이 휘둥그래진 군중들속에서 내가 바로 코리안이란 과시를 하고 싶기도 했다. 우리의 전통문화가 신명나고 아름답다는 걸 외국에 나오면 더욱 공감하는 바가 크다. 한국을 알리는데 로고처럼 되어 버린 세계 속의 사물놀이.

  한복입은 아이들이 받쳐든 대형 태극기가 또 한 번 콧등을 시큰하게 한다. 어머니 품처럼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내 조국의 향수, 태극기만 보면, 애국가만 들으면 가슴이 떨리고 눈물이 나는 것은 고국을 떠나 사는 모든 이의 공통된 가슴이리라. 외국에 나와 살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더니…….

  여기가 세종로 어디쯤이냐? 화려한 한복차림으로 너울너울 부채춤을 추며 들어오는 젊은 여인들. 어린 꼬마들이 작은 북을 치며 아장아장 들어온다. 조국을 미쳐 알지도 못할 유치원 꼬마들이 전통문화를 익히며 배우는 좋은 계기였다. 한 트럭 가득 각 나라의 고유의상을 입은 아이들 가운데 한복의 키위학생이 돋보이는 것도, 하얀 바탕의 태극기가 제일 먼저 눈에 뜨이는 것도, 우리는 이렇게 섞여서 하나로 녹아 들어가는 것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규모는 작았지만 그래서일까. 단조롭지만 작은 도시에서 벌어지는 잔치가 내겐 더욱 깊은 정서로 다가왔다.

  기름지게 짙푸른 나무들이 강가를 더욱 아름답게 하는 와이카토강, 그 강을 함께하는 「해밀턴」시티는 참으로 깔끔하고 정 스럽게 느껴졌다. 뉴질랜드의 네 번째 도시답게 거리 분위기도 번거롭지도 그렇다고 노상 한산해 보이지도 않아 살기 좋아 보였다.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대형공원도 좋지만 와이카토 강에 아치형으로 걸쳐 있는 다리 위에 올라서서 강을 내려다보는 그림이야말로 또다른 나라에 온 여행객처럼 설레게 만든다.

  언제인가 아주 넉넉한 시간을 만들어 오래도록 그 근사한 풍경 속에서 해밀턴을 느껴보리라 아쉬움을 갖는다. 시원한 강바람을 시티로 흘려 보내는 도시의 젖줄, 그 강에는 장어도 풍성하다고 들었는데 물 속에서 징, 장구소리에 놀라 꽁꽁 숨어 있었겠다 싱거운 생각을 해본다.
  해밀턴에도 사물놀이를 가르칠 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 곳 한인회장님과 한국학교 선생님들의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애국하는 일은 따로 있는 게 아니고 바로 이런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느끼며 모두가 애국자가 되려고 애쓰며 사는 걸 알았다. 공연하느라 애쓰신 모든 분들 『수고하셨습니다.』

  돌아오는 2시간여의 여정은 나른한 휴식의 안식처였음은 물론이다. 깊은 오수에 빠진 얼굴 얼굴들이 보람으로 여유롭고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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