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 보자기의 예술(보자기 전시회를 다녀와서)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321] 보자기의 예술(보자기 전시회를 다녀와서)

0 개 2,757 코리아타임즈
“현대 문명이 우리 여성들의 조신한 정서를 몽땅 탈취해갔구나”

  해밀톤 시립 와이카토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보자기 전시회'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나이 스물 전에만 해도 집안에 들어 앉아 모란꽃에 나비가 찾아드는 동양자수 액자며, 어머니가 누벼 놓으신 동생 버선에도 작은 꽃들을 수놓았던 생각이 난다. 그러니 나보다 연상의 형님들은 손수 수놓아 만든 혼수품을 시집갈 때 가져가신 분들이니 모두가 반가운 시선으로 옛날을 회상하는 것같은 분위기였다. 허지만 200년이란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서 먼저 가신 조상들의 얼과 혼이 담긴 옛것을 보기에 한층 가슴 뜨거운 흥분으로 설레임이 컸다.

  성냥갑보다도 더 작은 천에서부터 손누비 이불까지. 천을 귀맞추어 꿰매기도 힘드는데 한올 비틀리지도 어긋나지도 않게 맞춰 바른 네모, 긴 네모의 형체로 보를 만들었다. 거기에 앙징스럽도록 작은 꽃과 새와 동물들을 수놓고 쓰기 편리하게 끈을 달았다. 올이 탱탱한 생모시가 있는가 하면 아른아른하게 꽃무늬로 속이 비치는 숙고사 그리고 반질한 생명주, 가벼운 숙고사 보에는 항라로 가장자리 테를 둘렀다. 작은 세모가 모여모여 큰 세모로 모양도 가지가지 컬러의 조화도 멋스럽다. 흰색과 남색으로 비스듬한 사선으로 배치한 숙고사보는 현대감각에도 딱 맞아 벽걸이로 써도 손색이 없을만큼 심플하면서도 깔끔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두바늘 뜨기, 세바늘 뜨기로 라인을 만들어 모양을 내고 가운데 작은 리본을 달아 멋을 더한 솜씨가 어찌보면 궁상맞기까지 하다. 낮에는 가사에 바뻤을테니 늦은 밤 석유등잔 앞에 쭈그려앉아 만들었을 모습들이 청승스럽도록 안쓰럽게 그려졌다. 시집살이 힘든 스트레스를 무언가 이루어 내는 성취감으로 한 바늘 한 바늘 뜨면서 위안을 삼았을까? 아니면 눈물과 한을 밖으로 드러낸 게 꽃이 되고 나비가 되었는지…….

  그 시절에 화학적인 염료가 있을리 없으니 검은 베보자기는 먹물을 드렸을 터이고 진달래 물드린 분홍, 치자빛 노랑, 쑥이나 쪽으로도 염색을 했을텐테 그 자연색이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는 게 놀랍다.

  빨강 비단에 모란과 공작을 수놓은 1700년대의 활옷에는 「二性之合」이라고 쓰고 복숭아가지를 든 여성이 오른쪽 가슴과 어깨 쪽에 작게 수놓아져 있고 왼쪽에는 「原之福百」이라고 쓰고 남자가 또한 복숭아 가지를 들고 있는게 이색적이었다. 깃이 없고 바로 넓은 동정이 달려 있는데 그보다 100년 후인 1800년대의 원삼에는 그동안 깃이 생겼고 색동에 금박무늬가 선연했다. 그 때가 금박무늬의 유행시대였다고 하니 한 세기의 세월 속에 옷의 형태가 많이 세련되어 있음을 비교하게 된다. 귀신을 쫓는다는 복숭아 가지, 두 性이 합쳐져 백가지 복을 누리라는 뜻이 300년전 활옷에 담겨 있으니 오늘날의 웨딩드레스는 먼 훗날 어떤 의미로 받아 드릴지 궁금하기도 하다.

  여덟폭 꽃수가 찬연한 병풍 앞에 석유등잔, 반닫이, 화초장, 경대, 반짇고리, 다듬이돌, 방망이, 옛날촛대 그 옆에 큼직한 수틀이 있고 비단실들이 걸쳐져 있다. 수틀 밑에 예쁘게 수놓아 만든 자집, 바늘꽂이, 가위집, 얌전하게 수틀 앞에 앉아 수를 놓다가 방금 자리를 비운 듯한 반듯하게 꾸며진 「규방」앞에서 발길이 머문다. 그 모두를 손으로 해내는 바쁜 중에도 우리 조상 여인들은 아름다운 정서가 숨쉬고 있어 가위조차도 그냥 두질 않고 모양을 내서 집을 만들어 넣어 썼다. 어머니와 마주앉아 리듬을 맞추어 다듬이질 하던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 나라 타악기의 시작이 다듬이 소리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휘엉청 달밝은 밤에 멀리서 바람결을 타고 오는 다듬이질 소리는 한가닥 청아한 음률이었기에…….

  한국자수 박물관에서 수집한 7000여종 가운데 7, 80점을 이번에 뉴질랜드에 드려다가 전시했다는 특별한 기회였다. 외국에서 우리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아름답게 돋보이는 자랑스러움과 우리 조상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기에 값진 추억거리로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그리운 고향산천 가고 싶은 마음은 꿈속에 끝없구나.
  한송정 정자가에 달빛만이 외로웠고
  경포대 앞에서는 한바탕 바람 불었지
  모래 위에 해오라기 모였다간 흩어지고
  바다 멀리 물결 타고 고깃배들 오며 가며
  언제 다시 임영길을 밟아 보고, 어머니 곁에서 함께 비단옷 바느질하리.』

  손으로는 수를 놓으며 머리로는 시상을 떠올렸을 그 방. 수틀 앞에 앉은 「신사임당」님을 그려본다.

장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식습관과 운동

댓글 0 | 조회 823 | 3일전
1. 장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식습관… 더보기

선거와 이미지

댓글 0 | 조회 265 | 8일전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읽는 예술이다… 더보기

가스 안전에 관하여

댓글 0 | 조회 285 | 8일전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 더보기

멀어도 멀지 않은 길

댓글 0 | 조회 129 | 8일전
스페인에서 온 연인의 범어사 템플스테… 더보기

종자

댓글 0 | 조회 114 | 8일전
시인 최 재호울음 그친 하늘이 다시 … 더보기

알고 나면 속 시원한 학생비자

댓글 0 | 조회 450 | 8일전
뉴질랜드에서 학업을 시작하고자 하면,… 더보기

Pink Shirt Day

댓글 0 | 조회 487 | 8일전
2024년 5월17일(금요일)은 핑크… 더보기

잔인한 5월

댓글 0 | 조회 430 | 8일전
‘그니까요 쌤~ 제가 자~알 알아 들… 더보기

유익균을 늘리고 유해균을 억재하는 식사와 생활 습관

댓글 0 | 조회 850 | 9일전
1. 유익균이 좋아하는 음식과 습관들… 더보기

두 죽음의 방식: 홍세화와 서경식

댓글 0 | 조회 521 | 9일전
▲ 왼쪽부터 고 홍세화 장발장은행장,… 더보기

우리 명상은 철저한 내공

댓글 0 | 조회 152 | 9일전
명상에는 크게 외공(外功)과 내공(內… 더보기

쓰레기통을 내어 놓다가

댓글 0 | 조회 933 | 9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고양이 발걸음도… 더보기

지출 내역 절약하기

댓글 0 | 조회 397 | 9일전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항상 특정 비용… 더보기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고 잔병치레가 잦나요?(1)

댓글 0 | 조회 164 | 9일전
일반적으로 허약아란 몸이 야위고 자주… 더보기

건강을 위해 맨발로 걷는다

댓글 0 | 조회 427 | 2024.05.11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더보기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891 | 2024.04.24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328 | 2024.04.2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662 | 2024.04.24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553 | 2024.04.24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652 | 2024.04.24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451 | 2024.04.24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212 | 2024.04.24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294 | 2024.04.23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253 | 2024.04.23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44 | 2024.04.23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