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7] 솔잎 향기 그윽한 추석을 맞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317] 솔잎 향기 그윽한 추석을 맞다

0 개 2,552 코리아타임즈
바람 몹씨 사납던 지난 주말, 추석을 이틀 앞둔 날이다. 그 바람 속에서 악전고투로 공을 날려야만 하는 막힌 데 없는 골프장. 거의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그럭저럭 마무리를 짓고 나오려는데 같이 치던 K가 혼자서 우물쭈물 처지려고 하는 눈치다. 알고보니 사람 보이지 않은 곳으로 가서 솔잎을 따가겠다는 의도였다.(그렇지 송편을 하겠다는 거로구나)

  문득 추석명절을 떠올리는 주부의 바쁜 마음으로 정서가 꿈틀거렸다. 나도 가방에 챙겨 두었던 비상용의 비닐백을 찾아 꺼내 들고 아득히 하늘 끝까지 뻗어 나간 우람한 소나무 밑으로 닥아섰다. 바람에 춤을 추듯 심하게 출렁거리는 가지 하나를 붙잡고 솔잎을 정신없이 뽑아 담았다. 한 번도 해본적 없는 일이다. 장보기의 한몫으로 부지런한 손길로 누군가가 시장에 내다 놓은 풋풋한 솔 몇웅큼 사서 들고 오면 그게 송편 빚기의 시작이었는데…,

  느닷없이 송편을 빚겠다는 묘한 분위기에 쌓이면서 먼 옛날도 잊혀져간 그 때 그 시절을 회상하며 가벼운 흥분으로 설레이는 자신을 발견한다. 내가 주부가 되고 단촐한 가족들을 위해 혼자 쭈구려 앉아서 빚던 그때보다 어렸을 때 어머니 곁에 둘러 앉아서 고사리 손으로 오물조물 주물러 어른 흉내내며 만들어 내던 그 때의 추억이 더 진하게 떠오른다.

  송편을 예쁘게 만들어야 이 다음에 시집가서 예쁜 딸을 낳는다는 엄마 말에 정성들여 예쁘게 만들다가도 나중에는 싫증이 나서 나름대로 동물모양도 만들어 보고 했던 생각이 난다. 밑에 깔려 모양이 변할까봐 손에 들고 있다가 시루 맨 마지막 위에 살짝 올려 놓아야 직성이 풀리던 호기심 많던 소녀, “그게 어디 송편이냐?” 언니한테 지천구를 들어도 그게 재미있는 추석놀이 같았다.

  좀 더 커서는 송편 만들기에 동참하기도 어려웠다. 큰 소쿠리에 소담스럽게 쪄서 장독대에 내어 놓은 참기름 냄새 폴폴 풍기는 송편을 집에 오자마자 콩줏어 먹듯 먹어대기에만 바빴다. 허리 구부리고 온종일 어머니 혼자 빚어 만든 정성의 떡을 정신없이 축을 내도 그게 흐뭇하기만 하시던 어머니.

  오늘날의 여인들은 정말로 너무나 편하게 사는 세상 아닌가. 솔을 뜯었으니 이젠 쌀가루를 사야지. 한국식품으로 차를 몰아간다. 냉장고 안에 얌전히 자리잡고 앉은 쌀가루 한봉지, 중국산인지 태국산인지 노랗게 거피해놓은 반쪽짜리 녹두 한 봉지, 시장바닥에 파랗게 때깔 고운 풋콩이 눈앞에 어른거리지만 계절조차 가을이 아닌 벗꽃 창창한 봄이고 보니 햇곡이 있을리가 없질 않은가. 아쉬운대로 흉내라도 내고 살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여기가 어디인가. 집에 돌아와 솔잎을 얌전하게 다듬어서 깨끗이 씻어 놓았다. 밖으로만 돌아치던 남자같은 내가 쭈구려 앉아서 얌전한 주부가 되려니 벌써부터 허리가 꼬이고 아플게 겁이 난다. 허지만 솔잎냄새 향그러운 맛있고 쫄깃한 송편을 먹어보게 된다는 기대가 만만치 않게 겁을 누른다.(어디 내일 두고 보자)

  체대신 얼레미에 곱게 쌀가루를 내리고 폿트에 물을 끓여 따끈따끈한 익반죽을 한다. 바가지가 끓는 물에 송글송글 할 때 그 물로 반죽을 해야 한다고 배웠지만 시대가 변해서 폿트에 물을 끓여 직접 따라 쓰니 너무 좋다. 팔에 힘을 넣어 반죽을 치대고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놓고 속고물을 준비한다. 냉장고도 비닐봉지도 없던 시절 적신 면보자기에 싸서 놓은 반죽이 자꾸만 말라서 보자기 적셔 덮어 놓는 일도 번거롭기만 했다. 쭈구려 앉아서 허리 아플 걱정도 해결이 되었다. 탁자에 모든 걸 준비해놓고 소파에 앉아 송편을 빚는 신식법이라고나 할까. 옛날 생각을 하면서 솜씨를 내본다.

  “입을 꼭꼭 아물러 놔야 터지지가 않아. 그리고 양귀는 뽀족하게 날이 서야지. 오죽하면 송편 귀로 멱을 딴다고 하지 않든……”

  엄마가 그런 말을 하면 뻥도 너무 심하다 싶어 피~ 하고 입을 내밀던 어렸을적. 어머니도 어른들한테 들은 말이리라. 아뭏튼 통통하게 배가 나오고 양귀가 야무지게 날이 선 어머니의 송편은 그냥 먹어 치우기엔 아깝다는 생각을 늘상 했었다. 그렇게 예쁘게 흉내내려고 해도 잘 안 되는 것은 내 솜씨가 부족해서 임을 어쩌리. 처음엔 자그마하게 예쁘던게 나중에는 실증이 나서 점점 커지는게 보통이다. 이번에는 크게 시작해서 점점 작고 예쁜 솜씨가 살아났다. 아이구 다행스러워라. 치매는 아직 안 걸리겠군.

  시루 아닌 찜통에서 솟아 나오는 솔잎향기. 그것도 한국 솔잎만큼은 산뜻하고 강하지가 않아 아쉬웠지만 그런대로 보자기에 찌는 송편 같으랴 엄밀히 따지면 그것은 송편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을, 많지 않은 것 물에 씻을 것도 없다. 솔잎 뜯어내고 바로 참기름 발라내니 아~ 바로 이 맛이야. 쫀득쫀득한 떡 속에서 씹히는 달지 않고 구수한 녹두의 맛, 익반죽의 독특한 씹힘이며 솔잎으로 찌는 송편의 진짜 맛이 이런 것이다.

  오랜만에 만들어 주는 엄마의 송편에 애들이 감동받았으면 좋겠다. 엊그제 저이들끼리 했다던 풋콩 넣은 송편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건 아니지만 송편은 송편. 이 엄마의 송편을 한국의 아이한테는 어이 보낼꼬…….  

오미크론 변종 FLiRT

댓글 0 | 조회 1,879 | 2일전
신종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 더보기

'2025 한국대학 입시 분석 및 대응 전략'

댓글 0 | 조회 465 | 2일전
드디어 한국대학들이 각 대학별로 20… 더보기

오토파지 디톡스가 이런 일까지도 한다

댓글 0 | 조회 407 | 6일전
오토파지와 디톡스는 살아 있는 세포로… 더보기

남북, ‘동족’은 아니라 해도 적이 될 필요야…

댓글 0 | 조회 789 | 2024.05.29
▲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 더보기

가정용 온수 시스템 비교

댓글 0 | 조회 811 | 2024.05.29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 더보기

유학후 이민과정 활용 가이드

댓글 0 | 조회 714 | 2024.05.29
뉴질랜드 영주권 비자를 취득하기 위한… 더보기

포기를 포기하라

댓글 0 | 조회 260 | 2024.05.29
5월이 끝나갑니다.벌써 2024년의 … 더보기

이만큼의 은혜

댓글 0 | 조회 181 | 2024.05.29
■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여기까지 와… 더보기

청춘

댓글 0 | 조회 121 | 2024.05.28
시인 사뮤엘 울만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더보기

창 밖은 아파트

댓글 0 | 조회 557 | 2024.05.28
지금도 변함없지만 이 집에 처음 입주… 더보기

숲의 성장 소설을 읽다

댓글 0 | 조회 154 | 2024.05.28
인제 백담사 숲 명상숲으로 난 길을 … 더보기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고 잔병치레가 잦나요?(2)

댓글 0 | 조회 203 | 2024.05.28
한방에서 말하는 간장과 심장은 간과 … 더보기

임시직 피고용인

댓글 0 | 조회 445 | 2024.05.28
고용계약에는 정규직 외에도 여러 가지… 더보기

기적의 오토파지 금식과 디톡스

댓글 0 | 조회 357 | 2024.05.28
1. 오토파지의 정의오토파지는 그리스… 더보기

72근의 정(精)을 아껴라

댓글 0 | 조회 208 | 2024.05.28
인간은 태어날 때 몸을 에너지화 할 … 더보기

나이 들면 뭐가 중헌디?

댓글 0 | 조회 785 | 2024.05.25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성인… 더보기

장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식습관과 운동

댓글 0 | 조회 977 | 2024.05.20
1. 장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식습관… 더보기

선거와 이미지

댓글 0 | 조회 374 | 2024.05.15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읽는 예술이다… 더보기

가스 안전에 관하여

댓글 0 | 조회 377 | 2024.05.15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 더보기

멀어도 멀지 않은 길

댓글 0 | 조회 188 | 2024.05.15
스페인에서 온 연인의 범어사 템플스테… 더보기

종자

댓글 0 | 조회 154 | 2024.05.15
시인 최 재호울음 그친 하늘이 다시 … 더보기

알고 나면 속 시원한 학생비자

댓글 0 | 조회 564 | 2024.05.15
뉴질랜드에서 학업을 시작하고자 하면,… 더보기

Pink Shirt Day

댓글 0 | 조회 577 | 2024.05.15
2024년 5월17일(금요일)은 핑크… 더보기

잔인한 5월

댓글 0 | 조회 532 | 2024.05.15
‘그니까요 쌤~ 제가 자~알 알아 들… 더보기

유익균을 늘리고 유해균을 억재하는 식사와 생활 습관

댓글 0 | 조회 927 | 2024.05.14
1. 유익균이 좋아하는 음식과 습관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