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똑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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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똑똑할까?

5 2,718 NZ코리아포스트
내 친구 농장에는 염소가 두 마리 있다. 수놈은 염식이, 암놈은 염순이다.

“염식아, 염순아아---!”

여기저기 둘러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들판. 퍼져나가는 친구의 목소리를 타고 허공을 찬란하게 빛내며 염소들이 나타났다. 녀석들은 초록 위로 하얗게 겅중겅중 뛰어오다가 나를 발견하는 순간, 우뚝 멈췄다. 웃음을 짓고 다정히 불러보아도 여전히 얼음 땡 자세로 쳐다본다. 어룽어룽한 노란 구슬 알에 검은 획이 다만 한 줄 세로로 길게 그어진 한 낮의 염소 눈. 가만 보고 있으려니 염소가 가을 서릿발처럼 단호하게 꾸짖는 듯 하다. 낯설게 해서 미안해, 변명거리라도 늘어놓아야 될 듯싶다.

“얼마나 똑똑한지--- 주인이 주는 거 아니면 절대 안 먹어요.”

염식이와 염순이는 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삐딱하게 서서 과일 껍질을 오물거렸다.

염소와 양, 누가 더 똑똑할까? 내 친구는 염소가 더 똑똑하단다. 염소는 양이 먹던 풀을 먹지 않는다, 염소가 울타리를 폴짝 뛰어 넘어 자유를 만끽할 때, 양은 그저 prison break에 성공한 염소를 멀건이 보며 풀이나 뜯고 똥이나 싸댄다고.

낚시꾼 P는 피아 해변에서 양을 낚았다. ‘양’이라는 물고기가 있어요? 나는 바보처럼 물었다. 짐작하건 데 무아지경 풀을 뜯다가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진 양이 익사한 채 떠다니다가 낚시 바늘에 걸린 것. 풀 먹다가 떨어져서 낚시 바늘에 걸렸다는 슬픈 염소 얘기는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그날, 갈매기들은 양고기 만찬을 즐겼다.

엊그제는 Lonesome J씨가 암탉 꼬꼬를 입양했다. 그의 얼굴에 봄날처럼 환하고 뿌듯한 아지랑이가 마구 피어, 마치 늦둥이를 본 듯 했다.

“우리 꼬꼬가 얼마나 영리한지 아십니까? 꼬꼬는 땅을 헤쳐서 벌레를 잡아먹고 다시 흙으로 덮어 놓는 답니다. 그래야 또 벌레가 숨어들테니까요..”

아, 정말 영리하다. 닭대가리라는 말은 앞으로 머리 좋은 사람에게 쓰는 덕담으로 바뀌어야 할 듯싶다. 당신, 닭대가리네요!

집 뒤 뜰에 고대광실 같은 꼬꼬 집도 만들었다. 달걀은 공짠데, 닭 장을 구경하는 입장료는 5불이라고. 무슨 자금성이라도 되냐고요, 호호호. 기막힌 것은 그 좋은 집에서 꼬꼬 혼자 무정란만 낳으며 독수공방 중. 꼬꼬 신랑감 없나요? 볏이 불처럼 붉고 왕관처럼 늠름한 엄친아로.

우리 동네 정부(政府) 주택 옆에는 맘 좋은 어르신들이 마련해준 오리들의 정부(情婦) 주택이 있다. 해마다 봄이 되면 암수 오리들이 깃털 끄덩이를 뽑는 치정 싸움을 하며 새끼를 친다. 애증의 푸닥거리 끝에 태어난 아기들이지만, 어미 오리의 육아만큼은 맹자 엄마, 심봉사도 울고갈 판이다.

며칠 전엔 우리 집에, 속도위반한 어미 오리가 새끼 여섯 마리를 몰고 쳐들어왔다. 꽃샘 추위가 가시기도 전에 새끼를 까서 먹을 것이 없는지, 콩알 같은 눈을 부라리며 각설이 타령을 했다. 얼씨구씨구 꽥 절씨구씨구 꽥 들어간다 꽥꽥! 나는 각설이 오리들의 닦달에 허겁지겁 식빵을 상납했다. 식빵 한 조각이 떨어질 때마다 일곱 개의 오리 주둥이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 와중에 엄마 부리 옆에 삐져나온 식빵 조각을 냉큼 떼어먹는 눈치 빠른 녀석이 있었다. 와우! 고놈 참 약았네.

각설이 짓으로 새끼들의 배를 불린 어미 오리는 도랑에서 수영 강습을 한다. 이 순간 각설이 타령을 하던 어미 오리의 부리는 따끔한 매질의 도구, 교편이 된다.

“꽤애엑- 꿱 꿱-- (엄마는 네가 박태환이나 펠프스처럼 되는 게 꿈이다. 너 뭐가 될라고 그래! 수영 하라니까, 왜 잔디밭으로 기어올라가!)”

어미 오리가 아기 오리들과 전쟁을 하면서 도랑물을 쭉 끌며 헤엄쳐가도록 아빠 오리는 아무런 참견도 하지 않는다. 고개를 쭉 빼고 보초만 서는 권위 있는 아빠다. 지아비, 지어미 역할이 이상적인 오리 가족이라고 감탄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모두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멋있고 신기하고 감탄스럽다. 누가 똑똑한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애정 어린 눈길, 배려 깊은 손길로 곁을 내어주면 멘사 회원 저리갈 만큼 똑똑한 녀석들이 왈칵 몰려든다. 그럴 때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깨달음을 얻게 되면서 세상에서 내가 제일 바보 같다는 생각을 한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왕하지
그집 꼬꼬는 참 키특하군요. ㅎㅎ,

우리 집 닭들은 땅을 다 파헤쳐서 홍수나게 생겼어요.

언제 그 집으로 견학을 좀 시켜야 할나나요,

동물들도 사람이 대해주기 나름인 것 같아요.

나는 두들겨 패기만 하니...
김 영나
하지님도 참---

할머님이랑 하지님, 가족들 모두 꼬꼬들 너무 사랑하잖아요.

아기 키울 때 엄마들이  하루에도 열 두번 거짓말 한다잖아요. Lonesome J 씨도 그런 거 아닐까요?

남들에게는 믿기지 않고 거짓말처럼 느끼는 일들이 사랑하는 사람 눈에는 보이는 거죠.
쌔엠
속도위반에 대한 애들의 저항 인가요?

한 놈 빼곤 모두 지 엄말 쳐다도 않보네요.ㅎㅠ

그래서 일단은 자식을 많이 나아야 하네요.

하나라도 건질라면..^^
왕하지
김선생님, 오리사진이 너무 예쁩니다.

형체가 뚜렸하고 깃털모양이 선명하고,

날개 속털도 보이고 그림 한번 그려야 되겠군요. ㅎㅎ
김영나
쌔엠님 말씀이 맞아요.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겠지만---, 바람 부는 게 곧 재미고 행복이죠 뭐.

그중에 잘 되는 자식이 나오면 다행이지만, 건강하고 본인이 행복한 일 하면서 지내는 게 최고죠 뭐.



하지님 그림 모델이 된다니 오리들이 영광스럽게 생각하겠네요.

자연스럽게 찍고 싶었는데, 오리들이 카메라를 보자 벽쪽으로 도망가서 저리 얼음 땡 자세로---

정말 부자연스러운 건 보기 싫어요. 전 저 사진 별로예요.

오리들 뒤뚱거리면서도 정말 빨라요. 아기 오리들은 굴러가는 거 같아요. 그래서 좋은 사진 찍기 힘들었어요.  지(죄)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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