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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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감옥

3 3,196 NZ코리아포스트
호주 시드니의 ‘경제평화 연구소 (IEP)’는 지난 8일 ‘2010 세계 평화 지수(GPI)’를 발표했다. 전쟁이나 사회 정치적 갈등, 테러 위험, 폭력 범죄 등의 항목이 고려된 평화 지수다. 149개국 중 1위는 뉴질랜드다. 일정 부분 수긍되는 면도 있다. 하지만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아시안들의 평화 지수는 어떤가? 아무리 너그럽게 인정해주려 해도 1위는 어불성설이다.

얼마 전 오클랜드 경찰 거프릿 아로라는 ‘아시안들이 도둑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며 아시안이라는 티를 내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국기, 자동차 번호판에서 티 내지 말고 주택 보안과 비즈니스 보안 시설도 강화하라고 말했다. 아마 머리도 모두 노랗게 물들이고 얼굴도 모두 ‘Face Off’ 하는 편이 더 낫지 않겠는가, 마이클 잭슨처럼.

아시안이 범죄의 타깃이 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인가? 2008년 오클랜드에서 2주 사이에 세 명의 아시안이 희생됐고, 나는 그 당시 ‘제로 톨레랑스’라는 컬럼을 썼었다. 1만여 명이 아시안에 대한 범죄 규탄 시위를 했고, 피터로우라는 아시안은 AAG(Asian Anti - Crime Group)라는 자경단은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오죽했으면!

내가 아는 지인 중에 도둑, 강도, 차량 절도 파손, 핸드백 날치기 등을 안 당해본 이를 찾기 힘들다. S는 세 번 도둑 맞고 아파트로 갔는데, 그 아파트에도 두 번 도둑이 들었다. 남편의 사촌 동생은 시내에서 카페를 했었다. 아이들 학교에 데려다 주고 카페에서 일하고 돌아와보니 집이 쑥대밭이 됐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담아온 아이들 영상 기록을 잃어버린 것을 참 속상해 했다. 그리고 호주로 떠났다.

수년 전 나는 어떤 이에게 차를 구입했는데, 한국으로 돌아간 유학생 맘이 맡겨 놓은 것이라고 했다. 그녀가 세간살이도 정리 못하고 급하게 한국으로 돌아간 이유는 도둑을 당하고 무섭고 겁이 나서였다고 한다. ‘차 열쇠 내놔!’라고 지인의 문 앞에서 당당하게 호령했다는 놈씨도 있다. 전설의 고향의 ‘내 다리 내놔!’ 보다 더 공포스럽다. 주먹을 수건으로 둘둘 말고 모텔 유리창을 퍽 쳐서 유럽에서 온 손님 짐을 몽땅 가져간 예도 있다.

생계형 도둑이라고 가엾게 생각하기에는 너무 담대하고 뻔뻔하고 거리낌없고 인정사정 없는 행동들이다.

순발력 또한 금메달감이다. O씨 댁 얘기도 참 기가 막히다. 손님이 왔다가 가는 길에 온 식구가 현관 앞에 나와 배웅을 했다. 5분 정도나 됐을까. 그 사이에 안방 화장실 문으로 들어와서 이것저것 훔쳐갔다. 언젠가 TV에서 전직 도둑이 나와 시범을 보이는데 10분만에 온 집안이 다 털렸다.

리쿼샵을 하는 지인은 강도를 당한 뒤, 한국에서 가스총과 삼단봉 등을 구입해 왔다. 그는 일단 손님이 들어오면 신발부터 본다. 슬리퍼를 신은 손님은 안심이다. 운동화에 후드티가 들어오면 바싹 긴장한다.

한국 DAUM의 한 카페에는 이런 질문이 올라와 있다.

“뉴질랜드 정말 도둑놈 소굴인가요?”

“18년 동안 뉴질랜드에 살면서 집안에 도둑 든 일이 2번, 가게에 2번, 강도 1번, 차량 도난 1번입니다.”

참고로 그 카페는 지난 해 우수 카페로 뽑힌 바 있다.

열 사람이 한 도둑 못 막는다는 말이 있다. 존키 총리 집은 보안이 허술해서 도둑을 맞았나? 리쿼 샵의 쇠 철문을 차로 들이 박고, 알람도 겁을 안내고, 경찰이 출동하기 전에 일 다보고 도망가는 데 보안이 무슨 대순가.

아시안이 범죄의 타깃이 되어 왔고, 되고 있으며, 될 터인데 뉴질랜드 정부의 대책은 무엇인지, 그저 조심하라면 그것으로 한 국가의 책무가 끝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경찰의 책임을 모두 개인의 몫, 아시안에게로 돌리는 것은 아닌가? 아시안이 조심하지 않아서 범죄의 타깃이 된다는 논리는 어처구니가 없다.

본말(本末)이 바뀌었다. 정부과 경찰이 단호히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언론에서는 아시안을 얕잡아보는 풍토를 개선시키는 것이 먼저다. 신고해도 나와보지도 않고 잡지도 못하니 범죄자들은 더욱 대범해지고 활개를 치고 아시안들을 만만히 보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뉴질랜드의 아시안은 10%정도이지만 2021년에는 15%로 증가한다고 한다.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뉴질랜드의 수십 만 아시안이 자신의 주위에 보이지 않는 철창을 두르고 Self Service로 범죄를 관리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한인회를 비롯, 아시아 각 단체들은 함께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아시안들은 약하고 영어도 못하고 어리숙하면서 현금이나 귀중품은 많아서 최고의 목표물이라는 인식을 타개하는 노력 또한 절실하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에브리데이
도둑놈 하나 못 잡는 뉴질랜드가 어쩔땐 참 후진국이란 생각이 드네요........

자기가 알아서 방어를 준비하고 보안을 해야 한다는......인종차별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느정도 존재하다는 점도 문제구.......

그래도 친절한 사람들은 너무 친절해서 좋을 때도 있구여.......

희비가 공존하는 뉴질랜드의 삶입니다.

다음에는 밝은 소재로 부탁드릴께요..........ㅎㅎㅎ...........
김영나
그렇죠?  '뉴질랜드에서 행복찾기' 김영나가 행복을 잘 찾아내지 못한답니다. 행복 찾기가 참 어려워서 역설적으로 '행복찾기'아니 '행복 찾아 헤매기'라고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메인 칼럼이다보니 수필식으로 쓰기도 그렇고 해서요, 비판적인 시각을 가하다보니 저도 별로 행복하지가 않네요.요즘 고민이랍니다.좋은 의견 좀 주세요.
yooye841
그러게요. 초기보다 요즘 좀 더 어두운 소재가 많이 소개되었네요. 아무래도 시사성이 강한 내용을 담으시니 사회를 보는 시각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요즘처럼 경제가 안좋을 때는 아무래도 일부러 밝은 소재가 좀더 소개되었으면 합니다. 예를들어 교민자녀들의 우수성이라든지, 신변잡기에 따른 에피소드 또는 한인들을 위해 봉사하시는 분들에 대한 소개의 글들도 괜찮지않을까요? 에고 주문이 많네요.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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