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5] 성형 부작용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375] 성형 부작용

0 개 2,635 KoreaTimes
  오랜만에 통화를 하게 된 P씨, 그녀는 얼굴에 팩이라도 붙인 듯 웅얼웅얼거린다.
  "일주일 됐어, 수술한지."
  "아이고, 조막만한 얼굴에 칼 댈 때가 어딨다고?"
  "쌍꺼풀 다시 하고, 볼살 치켜 올리고 패인 곳 채워 넣고---."
  수술 시간만 장장 다섯 시간, 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 반 죽음이었겠다. 무섭다. P씨의 남편은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되냐"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지만 내심 '수박'을 기대하는 말투다.

  M씨의 딸도 미국 유학 중 성형수술부터 했다. 방학 때  한국에 돌아와 맞선을 보기 위해서. 그녀는 Face Off 영화처럼 바뀌었고, 할머니는 끝내 손녀딸을 못 알아봤다.

  성형왕국 대한민국. 나이, 직업, 성별 불문, 죽음 불사-성형열풍에 푹 빠져 있다. 쌍꺼풀과 코를 높이는 수술은 고전. 쭉쭉빵빵 S라인 몸매에 V라인, M라인 등 첩보 영화 암호문자 같은 것들이 사람 몸에 모두 모여 있어야 섹시하단다. 내 20대 시절에는 '섹시'는 천박함과 일맥상통했고, 거의 사용하지도 않는 단어였다. 언제부터 '섹시'가 최고의 미덕이 되었나?

  눈의 앞과 뒤를 트는 일명 '고양이 눈' 만들기는, 영어 발음 좋게 한다고 혀 밑을 자르는 일 만큼 오싹하다. 살짝 올라간 눈 꼬리에 스모키 메이크업으로 음영을 넣어 주면 고양이처럼 깜찍하고 매혹적이 된단다. 왜 사람이 고양이를 닮으려는 것일까?

  섹시한 카리스마, 도회적이고 세련된, 도도한 자신감과 도발적이고 신비로운---.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모 영화의 대사로 장안에 유행했던 '나 E대 나온 여자야' 에서처럼 지적이고, 세련된 유머 감각이 추가되어야 한다. 얼굴에는 수시로 보톡스를 맞아 팽팽함을 유지한다. 아,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겠다!

  성형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삶을 보다 진취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동기부여 차원의 성형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본질을 잃고 겉 모양에만 '올인'하는, 성형광풍의 한국은 위태로워 보일 뿐이다.

  뉴질랜드의 3선 총리 헬렌 클락은 9년째 한결 같다. 시골 할머니가 바가지를 씌워 놓고 무쇠가위로 썩뚝썩뚝 잘라낸 것 같은 모양의 헤어스타일에, 언뜻 보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를 정도로 모양을 내지 않는다. 웃을 때 드러나는 이는 듬성듬성 벌어져 있다. 그래도 국민들은 그녀를 존경한다. '100% Pure NZ'를 지키는 일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남의 전쟁에 섣불리 끼어 들지 않지만 난민들을 돕는 일엔 주저하지 않고, 자국에 이익이 되는 정책은 뚝심있게 밀어붙인다.

  헬렌 클락 뿐 아니라, 전단지의 모델들, 유명 인사들, 우리 모두가 수년 째 한결같다. 아니 세월이 흘러갔으므로 흔적이 더해지고 있다. 피부는 칙칙해지고 주름이 많아지고 눈꺼풀도 내려앉았다. 참으로 친숙하고 자연스럽다.

  웬지 한국 정치는 natural하지 않고 plastic 하다. 진실보다는 덮고 감추기가 판을 치고, 국민과 국익보다는 개인과 특정 집단의 이익, 전시정책에 급급하다.

  한때 세계 4위의 경제 부국이었던 남미의 아르헨티나가 후진국으로 추락한 이유 중 하나가 생색내기 정책 때문이었다. 대통령 후안 페론은 밤무대 댄서 출신의 퍼스트레이디 에바 페론의 미모를 앞세워, 1970년 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populism) 정책을 펼쳤다. 에바 페론은 나라의 얼굴인 퍼스트레이디는 화려하고 세련되야 한다며 자신을 치장하는 일에 부지런을 떨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마의 가로 주름을 펴고, 쌍꺼풀 수술을 했다. 영부인도 같은 의사에게 했는지 모양이 똑같았다. 정치인에게 정치 아닌 성형이 이슈가 된 참 드문 일이었다.

  숭례문이 눈을 뻔히 뜬 채로 바라보는 국민들 앞에서 다섯 시간 불탔다. 국민들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책임소재가 어디 있는지 왈가왈부하고, 범인이 곧 잡히고, 문화재청장이 사직했다. 숭례문 복원도가 등장했고, 아름드리 소나무를 어디서 구할 것인지 고민하는 듯 하다가, 화재 현장에 가림막을 쳤다. 왜 가림막을 치느냐고 시민들은 항의했고, 불탄 기와를 팔아 먹었다는 소리가 들리고 범인은 억울한 심정을 기자들 앞에서 토로했다. 불과 3, 4일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요즘 한국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면 원인과 결과가 없다. 기승전결이 한꺼번에 섞여 돌아가거나 앞 뒤가 바뀌어서 돌아가기도 한다. 컬트무비를 보는 듯 하다. 본질은 없어지거나 오도되고 껍데기만 남아서 우왕좌왕하다가 일주일 정도만 지나면 싹 사라져 버린다. 인기하락 요인은 빨리 지워 버리는 게 상책인가.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생색내기에 급급한 전시 정책,인기를 목적으로 급조한 정책은 반드시 부작용을 낳는다.친절하게도 헬리콥터를 타고 상공에서 남대문을 보여 주는 뉴스를 보는데, 온데 간데 없고 검은 구멍만 남은 마이클 잭슨 코가 생각났다.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182 | 15시간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4 | 8일전
Consultation on Acti…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0 | 9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89 | 10일전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0 | 10일전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0 | 10일전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0 | 10일전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39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4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3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68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2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37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26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08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4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6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3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5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7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5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3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59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3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 더보기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8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