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미와 바라미의 꿈(Ⅱ)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가지미와 바라미의 꿈(Ⅱ)

0 개 3,217 NZ코리아포스트
세월이 흘러 가지미는 어깨가 떡 벌어진 건장한 청년이 되었고 바라미는 갓 피어나는 목련처럼 고운 처녀로 자랐습니다. 마을 처녀들은 먼 발치에서 가지미가 보이면 설레는 마음으로 얼굴을 붉히고 총각들은 바라미가 지나가기라도 하면 넋을 잃고 손에 든 낫을 떨어뜨렸습니다.

마을사람들이 가지미와 바라미를 칭찬할 때마다 어머니는 훌륭하게 자라준 두 아이가 대견스러웠고 나날이 눈물과 한숨으로 지낸 온갖 시름이 햇볕에 새벽 안개 잦아들 듯 녹아 없어졌습니다.

가지미와 바라미 어머니가 읍내 김부잣집 막내딸 혼인잔치에 일하러 가느라 사나흘 집을 비운 어느 날 해질 무렵이었습니다. 허름한 옷차림의 노인이 힘없이 사립문을 밀치면서 마당으로 들어섰습니다.

햇빛에 검게 그을린 깡마른 얼굴은 온통 주름투성이였고 삶의 무게에 짓눌려 어깨가 축 처지고 허리는 구부정하였으며 애원하는 것도 같고 두려워하는 것도 같은 눈빛으로 무언가 찾으려는 듯이 사방을 두리번거렸습니다.

얼마를 굶었는지 허기져 쓰러질 것 같은 작은 몸을 명아주 지팡이에 의지하고 있었습니다. 가냘픈 왼쪽어깨에는 오랜 세월을 노인과 함께 한 작은 보퉁이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노인은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가늘고 쉰 목소리로 사람을 찾았습니다. 가지미와 바라미는 빼꼼이 방문을 열고 노인의 몰골을 살펴보고는 노인에게 사립문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질렀습니다.

노인은 자기가 이 집의 주인이라고 하면서 쉽게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전에도 떠돌이 걸인이 집안까지 들어와서 밥을 달라고도 하고 하룻밤 자고 가겠다고 막무가내로 떼를 써서 애먹은 일이 더러 있었습니다.

가지미와 바리미는 ‘별 미친 노인 다 보겠네’생각하며 마당으로 내려서서 빨랫줄을 고이는 막대기로 노인을 때릴 듯이 휘둘러 겁주면서 노인을 집 밖으로 내쫓고는 사립문을 닫아 걸었습니다.

그 노인은 가지미와 바라미의 아버지였습니다. 고기잡이를 하다가 갑자기 몰아 닥친 풍랑을 만나 배가 뒤집혀 겨우 나뭇조각에 의지해 사흘 밤낮을 떠돌다가 지나가는 외국 배에 구조되었습니다. 낯선 이국 땅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다가 천신만고 끝에 그리운 옛집으로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지미와 바라미는 한 시도 잊지 않고 기다리던 아버지가 돌아왔지만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아버지는 가지미와 바라미가 마음에 새겨둔 아버지가 아니었습니다.

가지미와 바라미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에 새겨둔 아버지는 잘 생기고 건장하며 힘이 장사인데 눈앞에 나타난 아버지는 초라하고 왜소하며 힘없이 축 처진 사람이었습니다.

가지미와 바라미가 그려온 아버지는 실제로 있는 아버지가 아니라 제 마음에 그려놓은, 세상에는 없는 허상의 아버지였습니다.

마음에 그려놓은 없는 허상의 아버지에 매여서 실제로 있는 아버지를 보고도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34 | 6일전
Consultation on Acti…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292 | 7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79 | 8일전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184 | 8일전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33 | 8일전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06 | 8일전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34 | 8일전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28 | 8일전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69 | 8일전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59 | 9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19 | 9일전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21 | 9일전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05 | 9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03 | 9일전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17 | 9일전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37 | 9일전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0 | 9일전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06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0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59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15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50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24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 더보기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4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댓글 0 | 조회 426 | 2025.11.26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