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의 토끼처럼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산 속의 토끼처럼

0 개 2,164 코리아포스트
토끼가 달려가다가 바위를 만나면 그냥 바위를 피하여 가고자 하는 곳으로 달려간다. '바위가 왜 저기 있을까, 저 바위는 크기가 얼마나 될까, 현무암일까 화강암일까, 어떻게 바위가 형성되었을까' 의문을 일으키지 않고 그냥 달려간다. 한참을 달려가다가 큰 나무를 만나면 그냥 나무를 비껴 달려간다. '저 나무가 언제부터 저기 서 있었을까, 나무 등걸의 굵기와 높이가 얼마나 될까, 침엽수인가 활엽수인가, 번식은 어떻게 할까' 따지지 않고 그냥 지나쳐 간다. 나무를 나무로, 바위를 바위로 분별하여 보지 않는다.

'나는 왜 늑대처럼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이 없을까, 바람처럼 빨리 달리지 못할까' 토끼는 신세 한탄하지 않는다. 부드럽고 맛있는 풀을 뜯어 먹으며 새끼 낳아 기르면서 그냥 산다. 사람이 해주는 먹이를 편하게 얻어 먹는 소를 부러워하지도 않고 추운 겨울에 먹을 것이 없어 하루 종일 먹을 것을 찾아 눈밭을 헤매면서도 겨우내 먹을 도토리를 재어놓고 지내는 다람쥐를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지난해 산불이 나서 토끼 친구들이 많이 죽었던 일을 마음에 담아 두어 괴로워하지도 않고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까 불안 해 하지도 않는다. 그냥 주어진 조건에 맞게 최적(最適)의 삶을 산다.

맛있는 풀이 욕심나서 과식하지도 않는다. 풀이 없는 겨울에 대비하여 재어놓지도 않는다. 올해 먹을 것이 부족하다고 푸념하지도 않고 '지난해에는 먹거리가 많았는데' 하고 미련을 가지지도 않는다. 지금 이 곳에 이것만 있다. 지난날의 사연, 인연, 했던 것, 가진 것… 일체의 욕심과 집착이 없고 매임이 없다.

친구 따라 맛있는 풀을 찾아 나섰다가 운이 나빠 호랑이에게 잡아 먹혀도 친구를 탓하지 않는다. 호랑이에게 물려 죽어가면서 도망가 숨어 있는 친구에게 '분하고 원통하다. 내 자식들에게 나중에 커서 이 원수를 꼭 갚아 달라고 좀 전해줘' 하지도 않는다. 또 저를 괴롭히고 잡아 먹는 호랑이조차도 원망하지 않는다. 그냥 '꽥' 소리 한 번 지르고 잡아 먹히면 그만이다. 맛있는 풀을 뜯어먹고 사는 것도 하늘 뜻으로 살고 호랑이에게 잡아 먹혀 죽는 것도 하늘 뜻으로 죽는다. 운 좋게 호랑이에게 잡아 먹히지 않고 천수(天壽)를 누리던 어느 날 '아, 살만큼 살았으니 이제 죽어야겠구나' 하고 죽지 않는다. 태어난 것도 새끼 낳아 기르며 사는 것도, 살만큼 살다가 죽는 것도 다 하늘 뜻으로이다.

경전을 보면 사람을 제외한 만물은 다 깨쳐 있는데 사람은 망념이 덮고 있어 깨쳐 있지 못하다 하였고 '벌레보다 못한 인간' '나는 괴수 중의 괴수' '그냥 사는 새, 들꽃'을 말하고 있다. 사람이 깨쳐 있지 못하고 벌레보다 못하고 그냥 살지 못하는 것은 숲 속의 토끼처럼 하늘 뜻으로 나서 하늘 뜻으로 살다가 하늘 뜻으로 귀의하지 못해서이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177 | 13시간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3 | 8일전
Consultation on Acti…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0 | 9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89 | 10일전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0 | 10일전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39 | 10일전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0 | 10일전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39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4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3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68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2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37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25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08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4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6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3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5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7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5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3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59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3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 더보기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8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