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9] 머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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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 머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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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도 흐르고 바람도 흐르고 물도 흐른다. 별도 흐르고 태양도 흐르고 달도 흐르고 지구도 흐른다. 이 온 천지에 있는 만물만상이 나고 존재하여 사는 것도 존재하여 살다가 사라지고 죽는 것도 모두 머물지 않고 흐른다. 어느 것 하나 머무름이 없다. 어느 한 순간도 머무름이 없다.

  사람은 지난날의 삶의 사연에 머문다. 어린 시절 고향의 아련한 추억에 젖어 들기도 하고 살면서 즐거운 사연, 괴로운 사연에 잠 못 이루기도 하고 이루지 못한 사연에 아쉬워하고 한 맺힌 사연에 한 숨 짓기도 한다.

  살면서 맺은 인연에 머문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 화롯가에서 옛날이야기 해주시고 밤 구워 주시던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에 가슴이 아려오고 당신은 배고파도 맛있는 것 아껴 두었다가 주시던 어머니, 싸우기도 하고 즐겁게 놀기도 했던 형제자매, 학교 친구와 선생님들, 사랑을 속삭였던 연인, 가족… 같이 했던 그 시절, 그 곳을 잊지 못한다.

  꿈과 희망에 머문다. 가지고 싶고 아끼는 사물 - 명품, 집, 자동차, 귀금속… , 이루고 싶은 것 - 사업의 성공, 높은 지위ㆍ직책… , 되고 싶은 것 - 사업가, 학자, 예술가, 전문가, 종교인… , 가지고 싶고 이루고 싶고 되고 싶은 마음에 사로잡혀 애태우고 집착한다. 가지고 이루고 되고 나면 그것을 지키려고 애쓴다.

  말에 머문다. 어린 시절 들은 예의 바르고 정직하다는 칭찬 한 마디에 그렇게 살려고 평생을 노력한다. 여리고 어린 마음에 상처 주는 말 한 마디에 평생을 열등감의 멍에를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간다. 약속과 계획에 머물러 변화(흐름)에 순응하지 못한다.

  학문과 이념과 신앙에 머문다. 자기가 가진 학문에 매여 견해가 다르면 받아들이지 않고 이념이 다르면 공존(共存)을 거부하고 목숨 걸고 싸우기도 하고(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자기가 믿는 신앙만 옳다 하고 경전의 해석을 달리하는 다른 종파는 인정하지 않아 서로 분열과 대립ㆍ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이 우주에 존재하는 일체는 머무름이 없으나 사람은 삶의 사연과 인연에 머문다. 사람은 자기가 가진 생각에 머문다. 그 때 그 곳, 그 사람, 그 물건, 꿈과 희망, 삶의 사연에 욕심과 집착을 가져 흐르지 못하고 머문다. 일체의 머무름이 없고 조건에 따라 흐르는 것(변화하는 것, 조건에 맞게 되는 것)이 순리(順理)이다. 사람은 그 생각에 머물러 조건에 맞게, 조건에 따라 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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