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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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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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와 골프는 원리적으로 비슷한 점들도 있지만 둘 사이에는 재미있는 차이점도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준비자세이다. 골프는 땅에 정지된 볼을 치는 운동이라서 치기 직전의 준비자세는 릴랙스되어 있으면서도 아주 고요하게 정지되어 있어야 한다. 시간은 거의 무한정으로 있으므로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

그러나 테니스는 사정이 아주 다르다. 매번 다르게 날라오는 볼을 공중에서 되받아 쳐야 한다. 그러려면 상대방이 볼을 치자마자 그 볼을 치기 가장 좋은 위치로 최대한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준비자세가 필수적이다. 야구의 타자에게 좋은 볼을 칠 수 있는 기회가 단 한 순간이듯이, 테니스 플레이어도 콘택트 포인트에서의 찰나의 타이밍을 놓치면 볼을 제대로 칠 수 없다.

동호인들 중에는 양발을 지면에 붙이고 전봇대처럼 서서 상대방이 볼에 대비하는 이들이 많다. 상대방 볼을 치면 그때서야 그 볼이 날라 오는 방향으로 갑작스레 몸을 틀어 움직이기 시작한다. 상대방 볼이 느리다면야 별 문제가 없지만 그 볼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볼을 제대로 못 맞추고 리턴이 서투르게 된다. 그 주된 이유는 상대방 볼에 대한 반사적인 움직임이 너무 늦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대부분의 볼들은 여유있고 안정된 자세로 친다, 그 점이 동호인들과 확연히 다른 점의 하나이다. 동호인들은 가만히 서 있다가 상대방 볼이 네트를 넘어온 다음에라야 허겁지겁 쫓아가서 치는 편이라고 한다면, 선수들은 어느 순간에 벌써 볼이 오는 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거의 기계적으로 동일한 동작패턴으로 볼을 친다. 전자는 볼에 수동적으로 끌려 다니면서 여유없이 볼을 치는 스타일이고, 후자는 볼을 능동적으로 기다리고 있다가 여유있게 되받아치는 스타일이다.

선수들이 비록 찰나의 순간이지만 볼을 맞이하듯이 칠 수 있는 주된 원인은 그들의 보다 효율적인 예비동작에 있다. 그들은 상대방 볼을 주시할 뿐 아니라 상대방이 볼을 치기 전부터 양발을 가볍게 움직인다. 일단 랠리가 시작되면, 언제나 양발의 앞꿈치에 체중을 둔 상태로 아주 가볍게 계속 움직이면서 상대 볼에 재빨리 반응을 준비를 한다.

링위의 복서들은 늘 뒷꿈치를 약간 들고 앞꿈치만으로 계속 가볍게 스텝을 밟는다. 전설적인 복서 알리가 말했듯이, 나비처럼 사뿐 사뿐 움직이다가 순간적으로 체중을 옮겨 벌처럼 쏘기 위해서이다. 테니스도 마찬가지이다. 체중을 양발의 앞꿈치에 체중을 두고 계속 가벼운 스텝을 밟고 있어야 상대방 볼에 보다 빨리 그리고 부드럽게 반응할 수가 있는 것이다.

몸의 사지는 마음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지만, 일단 움직인 몸은 물리적 법칙의 지배에 따라 움직인다. 뉴톤이 발견한 물리적 법칙 중에 관성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정지된 물체는 정지된 상태를, 그리고 움직이는 물체는 움직이는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법칙이다. 정지된 몸을 움직이기는 힘들지만, 이미 움직이고 있는 몸을 움직이긴 쉽다. 가만히 서 있다가 갑자기 움직이는 스타일로 반복해서 볼을 치면 에너지 소모가 많고 실수도 많아진다. 급정거와 급출발을 번갈아 하면서 자동차를 몰면 차체가 출렁거릴 뿐 아니라 연료소모도 아주 많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항상 조금씩 굴러가고 있는 자동차는 부드럽게 가속하기가 쉽다. 테니스 코트에서의 몸의 움직임도 이치는 같다.

이제부터 테니스 코트에 서면, 후위에서 스트로크를 하건 전위에서 발리를 하건, 어깨 넓이로 양발을 벌리고 계속 잔발로 움직이다가 볼을 치는 연습을 하자. 앞꿈치에 체중을 싣고 움직이다가 볼을 치면 반응도 빨라지고 앞쪽으로의 동력(momentum)도 만들어지기 때문에 보다 여유있고 강하게 볼을 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테니스에서는 모름지기 발이 부지런해야 희망이 있다. 테니스는 발로 하는 운동이라는 말도 아마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희망이란 무엇인가? 준비된 상태가 곧 희망이다.
- 에릭 프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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