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 역할과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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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 역할과 보람

0 개 3,052 KoreaTimes
  숲속에 뱀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언제나 머리가 앞서고 꼬리가 뒤따르는 것이 불만이었던 꼬리가 머리에게 말했다.“머리야, 오늘은 내가 앞서 갈 테니 선두를 양보 할 수 없겠니?” 뱀의 머리가 말했다. “내가 언제나 앞서 갔는데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그리고는 늘 하던 대로 머리가 앞서서 갔다. 그러나 꼬리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무를 칭칭 감고는 가지 못하게 하였다. 하는 수 없이 머리가 꼬리에게 양보 하였다. 꼬리는 칭칭 감았던 것을 풀고 앞서 갔다. 그러나 꼬리에게는 눈이 없어서 뱀은 불구덩이에 떨어져 타 죽고 말았다.

“소의 꼬리가 되느니 닭의 머리가 되라”는 속담을 빌리지 않더라도 기왕이면 남들이 알아주고 중요한 역할을 했으면 하는 것이 인지상정인 듯 하다.
  보다 발전적이고 성공한 삶을 꿈꾸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요구이다. 누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꼬리의 역할을 좋아 하겠는가?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꼬리의 역할보다 머리의 역할이 더 중요 하다고는 감히 말할 수 없다. 머리만 있는 뱀을 생각해 보자. 꼬리 없는 물고기를 생각해 보자. 아마도 제대로 움직이지도 중심도 잡지 못할 것이다. 모든 존재는 상대적이고 유기적인 관계를 가진다. 머리는 머리로서의 역할이 있고, 꼬리는 꼬리로서의 할 일이 있다.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엔진 이지만, 바퀴라든가 브레이크, 하다 못해 아주 작은 나사 하나라도 적시 적소에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지 않으면 자동차가 고장이 나거나 큰 사고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우리의 신체 기관 중에 눈이나, 귀, 코, 입, 장기, 땀구멍 그 어느 것 하나라도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몸이 불편 하거나 심하면 목숨이 위태롭게 된다.

  모든 존재는 그 존재 나름대로 몫을 갖고 있고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스스로 해야 할 일이 있다.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이 하찮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싶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남이 하는 일은 괜히 좋게 보이고 부럽다. 그러나 사회 지도자가 되어야만, 유명인이 되어야만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농부는 농부대로, 환경미화원은 환경미화원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의사는 의사대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이고, 소중하고, 아름답고, 훌륭하다. 남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고위층 인사들이나 유명인을 부러워 하며 한숨 쉴 필요도 없다.

  자신의 역할을 다함으로서 그래서 긍지와 보람을 느낄 때 그는 가장 훌륭한 일을 한 것이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출세 지향적이고 목적 지향적이다 보니 과정으로서의 역할 수행을 충실히 하지 못하고 자신이 하는 일은  보잘 것 없는 것쯤으로 치부하며 출세하면 결코 이따위 일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여기 현재 내가 하는 일이 소중한지 모른다.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자기의 책임을 방기하고, 마지못해 억지로 하고 다른 사람의 역할을 부러워 하며, 옆 눈을 돌린다면 자신의 보람은 찾을 수 없고, 자신이 속한 사회는 동맥 경화에 걸리고 말 것이다. 엄마 아빠가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자식이 자식답지 않다면 화목한 가정을 꾸릴 수 있겠는가? 공무원이나 지도자들이 사회의 공복 역할은 하지 않고 군림 하려고만 하고, 국민들은 의무는 게을리 하고 권리만 찾는다면 국가는 도탄에 빠진다. 그래도 이 사회가 큰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는 것은 눈에 보이던 보이지 않던, 남이 알아주던 알아주지 않던, 각자 자기가 맡은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할 때와, 주체적인 자세로 할 때 그 결과는 너무나 다를 수 밖에 없다.
  스스로 자신의 삶의 주인이고, 그 사회의 주인이고,역사의 주인임을 알고 그 역할을 다해 성실히 살아 간다면, 스스로의 가치에 무한한 기쁨과 행복을 느낄 것이다.

  나는 남과 연결 되어 있고 더불어 살아 가는 존재이다. 더불어 살아 감을 인정하고 받아 들일 때 나의 존재는 더욱 소중하고 거룩하다. 자신의 가치에 눈뜨고 자율적인 사람이 되자.

  이국 땅의 생활이 어렵고 힘 들더라도 나의 존재에 격려와 사랑을 보내며 용기를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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